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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사로잡힌 "친일파" 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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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이 친일 극작가인 유치진의 호를 딴 '동랑희곡상'을 만들기"로 한다. 친일파 호를 따 희곡상 만들다니 세상이 미쳤다. 미친놈의 세상이다.

더욱 우스운 것은 2008 통영연극예술축제를 담당하고 있는 장창석 벅수골 대표는 "동랑이 친일을 한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통영뿐만 아니라 한국 연극계에서 동랑을 빼면 연극사를 논할 수 없다"며 "연극에 일생을 바친 그의 공을 고려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친일이 명백하다"면 이상의 말은 필요없지 않는가?
유치진의 친일행적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제 말기 <흑룡강> 등의 친일작품을 직접 썼고, 조선총독부의 지시에 따른 연극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1948년 김구 선생의 지시로 작성된 '친일파 263인' 명단에 포함되었다. 2005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 명단에 유치진을 포함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부가 1991년 '4월의 문화인물'로 유치진을 선정했다가 시민단체의 반대로 취소되기도 했다. 유치진의 친일 행적은 통영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1990년 통영문화재단에 의해 남망산 기슭에 세워졌던 유치진 흉상이 1995년 자진철거되었던 것이다.

유치진의 사태를 보면서 중앙 일간지들이 침묵을 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하여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침묵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비단 이뿐이랴. 말하자면 숨 가쁘고 잇새에 땀이 나니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민족지도자(?) 김성수는 설립자로 '민족'을 외치는 대학교를 내려다 보고 있다. 동상은 철저하게 논하는 것이 금기시 되어있다. 더불어 유진오의 친일에 대하여 논하는 것도 동아일보의 집중포하를 받아 총학이 무력화 된 적도 있었다. 요지부동의 튼튼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어떤 짓거리를 하든지 현재가 중요하다. 살아남는 놈이 강하다.

2002년 3월 신원미상의 한 사람이 인촌 동상에 빨간 페인트로 '김성수는 친일파'라고 써놓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 해에 고대 사상 처음으로 <인촌동상철거위원회>가 꾸려지기도 했다. (고려대 총학, 김성수 등 친일파 10명 명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 처 : 네이버 대학 사진 콘테스트]


난 "꺼비딴 리"가 떠오른다. 친일에서 친소로 그리고 친미로 가는 절묘한 모습이...  그리고 지금은 친재벌로 가는 형국이다.

친일잔재들이 여전히 한국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 미래는 없다.
박노자교수의 한국 대학사회의 슬픈 단상들을 보지 않아도 고려대는 이미 죽었다?임을 익히 알게된다. 박교수와 같이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도 순수하게 생각한다. 저들은 '민족'이라는 미명으로 많은 것을 누리고 치부를 감추어 왔다. 저들이 학교를 이끌어 온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학교를 만든 것이다. "고려대학교에 목숨이 붙어 있는 까닭을 저는 학생들에게서 찾았습니다. 청신한 기풍이 넘치는 후배들이 있는 이상 고려대학교는 앞날이 있다,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여겼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말에도 일부 공감을 한다. '대듦의 정신'이 사라진 현재 희망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저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다.

힘이 없는 악은 의미가 없다. 악이 악다워지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완숙한 악은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면 파괴되지도 절멸되지도 않는다.

물론 지금의 학교에는 삼성관이 있고 정치인 지금은 현직 당선자인 '이명박 라운지'라는 곳에는 "이 라운지는 이명박 교우님의 고귀한 뜻과 정성으로 이루어졌습니다"라는 팻말까지 걸려 있다
이건희를 '철학자'로 명명한 고려대 vs '정몽준 명예 철학박사'를 끝내 거부한 전남대

그런데 '다수'의 동향을 이야기하자면 '삼성관'들을 쉽게 유치할 수 있는 서울 소재 '명문대'보다 오히려 학벌주의 구조에서 계속 불이익을 받는 지방대학들에서 저항의 흐름이 점차 강해질 것 같다.

이건희를 '철학자'로 명명한 고려대보다는 철학과 교수와 학생의 반발로 정몽준에게 끝내 '명예 철학박사'를 주지 못한 전남대가 앞으로 비판적 지성의 고향이 될 확률이 더 높은지도 모른다.

안암골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참 아픈 이야기지만, "모든 권력이 권력자를 부패시키지만 절대적 권력은 권력자를 절대적으로 부패시킨다"는 말만큼이나 "모든 특권들이 양심과 양식(良識)을 마비시킨다"는 말도 옳을 수밖에 없다. '대듦의 정신'이 증발되는 날에는 관악골도 신촌골도 안암골도 죽고 만다.
박노자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글로벌이라는 미명하에 '대듦의 정신'은 사라지고 자본들이 지배하는 썩은(?)탑만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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