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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처음 읽은 장편소설이 무엇인지 기억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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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읽은 장편 소설이 무엇인지 기억하나요?

아마도 이 땅에 태어난 대부분의 남자들은 삼국지 일 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출판사인지 누구의 역인지는 기억에 앖다. 아마도 추측건데 월탄선생의 책이 아니었을까 한다. 집의 책장에 꽂혀져있는 것을 무심결에 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나의 경우 중학교 3학년 연합고사를 치루고 빈둥거리던 겨울 방학에 이병주선생의 <산하>를 보았다. 아마 이 책이 내가 돈을 주고 산 가장 긴 시리즈물(?)이라 생각된다. 10권이었다. 지금은 7권으로 나온것으로 안다. 판형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B5보다 작은 판형의 세로쓰기 10권이다.

집 근처 가끔 들리는 책방 주인아저씨가 빈둥거리는 꼴이 보기 싫었던지 <산하>를 권하였다. 난 그때까지 이병주가 누군지 알지 못하였다. 집에 있는 김동인, 현진건같은 해방전 소설가나 김소월. 청마, 박두진, 모윤숙 등 을 기웃거리던 시기였다. 그들을 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집에 책이 있었다는 단지 그 이유였다.

<산하>를 1권을 사들고 - 얼마인지는 기억을 못한다. 다만 1권씩 산 기억이 있다. 그때까지 소설책 산다고 돈을 달라고 말하기도 힘들고 줄 우리 엄마도 아니었다. - 집으로 왔다. 하루 저녁에 다 읽었다. 그 후로 한참만에 10권까지 다 읽었다. 돈이 생기는대로 샀기때문에 아마 2달은 족히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시절 두번 정도 더 읽었던 것 같다. 마지막은 대학입학 전에 할일없이 또 빈둥거릴때로 기억된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이야기는 1945년 8월 해방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의 끝은 5.16쿠데타까지 이어지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제1공화국을 말하고 있다. 난 이 책을 통하여 1공화국을 알게되었고 역사의 얼개를 머리에 각인하게 되었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가상의 인물이 주인공이다. 그것이 뭐가 중요하냐. 역사의 기반에 상상을 보태어 얼개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드리냐는 독자의 몫이다.

그 이후 삼국지와 마찬가지로 집에 꽂어져 있는 <대망>을 보았고 대학 입학전까지 주로 단행본과 단편을 전전하였다. 그 다음은 뭘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벽초의 <임꺽정>, <태백산맥>, <장길산>, <한강> 정도를 본 것으로 기억된다. 아, 김주영의 <객주>가 있다.  그리고 이문열의 <삼국지>가 있다. 또 무엇이 있을까, 지금의 기억으로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박태원의 <동학농민전쟁>은 다 읽지 못하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빠졌다. 박경리선생의 <토지>를 2부까지 본 것 같다.

갑자기 장편소설이 생각난 것은 여름 휴가철이 되니 단기간에 많이 읽을 수 있는 시기이고 소설에 너무 미안(?)한 생각에 들어 뭘 읽을까 고민하던차에 옛 생각이 나 주절이 주절이 적어 보았다.

비가 와도 좋다고 생각할 여유를 가지면서 내가 처음 읽은 장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때의 순수했던 감정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덧붙임_

트랙백놀이는 처음이지만 트랙백놀이가 되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덧붙임_둘

집에 아직도 <산하>있는지 모를 일이다. 만일 아직 책이 있다면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드리지요. 세로쓰기로 되어있으면 그래도 좋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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