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는 저의 종합병원이예요 : 시코쿠를 걷다

2011.04.19 23:58 行間/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작년 블로그를 정리하면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이에 걸맞는 책입니다.

무엇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가에 대한 고찰을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책입니다. 굳이 종교가 무엇이냐는 것을 떠나야 합니다. 유럽을 순례한다는 것은 꼭 가톨릭이나 개신교를 믿어야지만 가능한 것은 아니듯이 일본의 이 섬을 순례한다는 것은 종교적인 것을 떠나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책에도 나오듯이 순례자의 길을 떠난다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삶을 살아가는 순례자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구도의 길을 찾듯이...

 

삶이 그리 단순하지 않듯이 그 길을 구하는 것도 그리 간단하거나 쉬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하나는 꼭 순례나 여행이라는 것을 거쳐야지만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입니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모두 구도의 길처럼 살아가는 많은 민초들이 있는데 머나먼 타지에서 그 길을 찾는다는 것이 배부른 타령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책에서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듯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아래에 인용한((13~14쪽) 내용을 곰씳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혜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독서에 대하여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드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늘 책을 읽는 것으로 유명한 한 철학자가 있었는데, 그가 하루는 성 안토나우스를 찾아와 물었다.
- 이 수도원에서는 책을 못 읽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 그렇습니다.
- 그것은 당신에게도 해당되는 규율입니까?
- 그렇습니다.
- 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책을 안 읽는데도 당신의 얼굴은 즐거워 보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성 안토니우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 사실은 저도 책을 읽고 있어요.
철학자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얼굴로 하고 물었다.
- 혼자 몰래 읽습니까?
안토니우스가 웃었다.
- 아닙니다.
- 그럼?
- 제가 읽는 책은 종이로 만든 책이 아닙니다.
- 종이로 만든 책이 아니라면?
- 하느님이 만든 책. 곧 대자연이 제가 읽는 책입니다. 저는 늘 대자연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노인 중에도 지혜로운 이가 있고, 책이라는 게 아예 없던 시절울 산 아메리카나 호주 등지의 원주민들이 하는 말에 우리가 감동받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그들이 읽은 책은 대자연이었다.

그 책에 나는 묻고 싶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나요?

저자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가 있다. 그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졌을 때,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물음 던집니다.(134쪽) 늘 생각하는 질문이지만 설마 나에게, 또는 나한테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회피를 하고 있었습니다. 88개 사찰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66번 절 운펜지로 가는 길이 그 방법을 일러 주었다고 합니다.

지금 이 길밖에 없다. 뚫고 나가는 수밖에. (투덜거려봐야 뭐하나. 달리 길이 없는 걸.)
힘내세요. 한 발 한 발이 중요. (한 걸음 한 걸음! 언제 가나 하는 생각은 버리고 한 발 한 발에만 마음 둘 일이다.)
서두르지 마세요. 나는 나에 맞는 속도로. 

저자가 운펜지로 가는 길에서 배운 여러가지 것을 수첩에 정한 내용입니다. 참 옳은 말입니다.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 법

1. 지금은 이 길밖에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어려움과 맞선다. 피해서는 안 된다.
2. 한 벌 한 발 나아간다. 작은 일 하나에도 최선을 다한다.
3. 서두르지 않는다. 언젠가 끝이 있을 것임을 믿고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힘껏 해나간다.
4.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자신만의 장소를 찾고, 정기적으로 그곳에 간다.
5. 속을 털어놓고 의논할 사람을 만든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하여 논한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산티아고는 고사하고 제주 올레도 가보지 못한 제가 시코쿠를 말하다니. 그렇지만 꼭 그 곳이 아니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맘속의 종합병원을 하나 정도는 가지기를 권합니다.

"순례는 저의 종합병원이예요. 여기 오면 온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요. 아마도 저는 죽을 때까지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순례를 다닐 것 같아요."

동감이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산책이든, 여행이든, 바다든, 산이든, 108배든, 기도든. 우리 모두는 그와 같은 자기만의 종합병원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덧_
저자 최성현은 감동적으로 읽었던 무위당 선생의 글을 정리한 <좁 쌀 한알>의 저자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시코쿠를 걷다
최성현 지음/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덧붙임_
조화로운삶, 2010년 11월 초판 1쇄

덧붙임_둘
제주올레, 시코쿠 순례길을 걷다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