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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통조림처럼 유통, 소비되는 인문학 : 불온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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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인문학이라는 이름이 이곳 저곳 나온다. 인문학을 모르면 안그래도 무식한 인간이 더 무지한 인간으로 취급받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에 자기계발서가 독자를 기만하면서 교묘하게 인문학으로 위장하여 팔리고 있다. 여기에는 유통업체 문화센타들, 대기업 CEO 조찬 XXX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그곳에는 소위 인문학을 했다는 먹물들이 앞장서 소비를 유통시키고 있다. 당연히 인간이 배제된 인문학이 소비되고 있다.

수유+너머에서 분화된 수유너머N의 새로운 인문학을 위한 선언서(?) 정도가 되는 책이다. 인문학과 싸우는 인문학 "불온한 인문학"이다. 인문학 열풍에 대한 비판서이다. 왜 인문학이 체제순응적이어야 하는가. 인문학이 과잉 소비되어 다시 인문학의 위기라 한다. 수유+너머는 인문학의 최대 수혜자라 생각한다. 그러한 그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며 새로운 인문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장정일이 쓴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에 대한 서평을 보면 이 책의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전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CEO 열풍에 대한 우려부분을 같이한다. 강유원은 워낙 이쪽 수유+너머와 관계가 소원하다는 이야기이니 생략하자.)

언론을 보면, CEO들도 인문학과 고전 읽기 삼매경에 빠져있다는 기사가, 마치 '미담'처럼 소개된다. 그런데 그분들은 뭐하러 인문학을 배우고 고전 읽기를 하실까? 소비자와 피고용인을 더 효과적으로 쥐어짜기 위해? 노조와 공생하고, 비정규직 비율을 차츰 줄이고, 하청 업체 괴롭히지 말고, 남녀와 지역 차등하지 말고, 기부에 인색하지 않고, 환경 오명에 신경 쓰고…뭐, 이런 게 당신들의 인문학이고 고전 읽기일 텐데. - 장정일 :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 中 CEO들이 왜 고전을 읽지? 다들 철학 박사잖아!


인문학의 부활이라고 말하지만 원전 인문학은 없다. 짜집기 또는 해설만 가득하다. 이 점은 강유원의 생각이 옳다. 인문학 유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 '통찰'이다. 사물에 대한 통찰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통찰은 빠져있다. 인간은 늘 사용의 도구로 전략된 채로 인문학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좋은 책이란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데 지금은 인문학을 포장하여 좀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일반 대중들의 자기계발서에 지친 욕구를 살짝 맞추고 준다. '개념 있는 사람'치고 인문학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열풍에서 실질적으로 인문학이 수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몇몇 스타 작가와 강사가 그 수혜자이다. 이나마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가.

이러한 점에서 이들이 말하는 불온한 인문학에 대해서는 공감을 가진다. 현재의 문제의식과 앞으로 다가온 문제에 대한 사유가 꼭 필요하다.


+

이 책에 대한 몇 가지 불편한 점.

불온한 인문학을 위한 선언으로 이 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먼저 책 표지가 욱일승천기를 연상하게 한다. 예민한 반응인지 모르지만 파시즘이 떠오른다. 불온한 인문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책의 공저자가 수유너머N의 연구원이라서 말이 어렵다. 내용이 어려운(?) 것은 둘째치고 문장이 너무 길다. 아는 사람은 쉽게 설명한다는 말이 자꾸 머리를 맴돈다.

레닌이 무너지고 혼란스러웠던 시절에는 알튀세르와 헤겔이 해석의 기준이 되는 듯 했다. 지금은 들뢰즈와 푸고 그리고 지젝의 이름이 보인다. 이들을 잘 모르기에 더 이상 언급은 무의미하다. 다만 푸코와 들뢰즈의 말이 떠오른다. 미셸 푸코는 "아마도 어느날 이 세기는 들뢰즈의 시대라고 불릴 것이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들뢰즈는 이에 대해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웃게 만들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격노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지닌 농담"이라고 말했다.

세상을 해석만 해도 좋은 책이지만 세상을 변혁하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수유+너머의) 과거 10여년 동안 세상에 대한 해석을 이제는 변혁의 장으로 이끌어야 할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

그럼에도 이 책에서 말하는 "불온한 인문학"의 선언은 시의적절하며 꼭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앞으로의 행보다. 그들의 행보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을 바라보는 우리의 행보가 더욱더 소중하고 중요하다.




불온한 인문학
최진석 외 지음/휴머니스트


덧붙임_
휴머니스트, 2011년 6월 초판 1쇄


덧붙임_둘
인문학의 위기가 아닌 부흥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수유너머N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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