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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지금의 패자들은 훗날 승자가 되리니 시대는 변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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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1984년 1월 24일 디엔자 대학교 플린트 센터 강당에서 열리는 애플 주주총회 개회를 선언했다. 잡스는 "밥 딜런의 20년 전 노래 가사를 음미하면서 주주총회를 시작할까 합니다."라며 개회를 시작했다. 이 날은 매킨토시를 발표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여기서 밥 딜런의 노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으로 시작한다.

For the loser now will be later to win (지금의 패자들은 훗날 승자가 되리니)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시대는 변하고 있다)
Come senators, congressmen, please heed the call (국회의원들, 정치인들, 충고를 경청하라)
Don't stand in the doorway, don't block up the hall (문을 막지 말고 홀을 봉쇄하지 말아라)
For he that gets hurt will be he who has stalled (상처입는 것은 문을 잠그는 자들이 될 것이다)
There's a battle outside and it is ragin'(바깥세상의 싸움은 점점 더해가고 있고)
It'll soon shake your windows and rattle your walls (곧 그대들의 창문을 흔들고 벽을 두들길 것이니)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시대는 변하고 있다)

The slow one now, will later be fast (지금은 느린 변화는 훗날 점점 빨라질 것이라)
As the present now will later be past (현재는 훗날 과거가 되리라)
The order is rapidly fadin' (세상의 이치는 빠르게 변해가고)
And the first one now will later be last (지금 정상에 있는 자들이 나중에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시대는 변하고 있으니)

(가사번역 : `영웅` 스티브 잡스, 그가 영웅으로 받들었던 사람은 )


The Times They Are A-Changin' - Bob Dylan
<Live 1964 - Concert at Philharmonic Hall>


이 노래는 무대에 선 백만장자 회장으로 하여금 반문화적인 자아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찬가였다. 잡스는 1964년 핼러윈에 링컨 센터 필하모닉 홀에서 열린 라이브 콘서트에서 밥 딜런과 존 바에즈와 함께 부른 버전을 가장 좋아했고, 그 공연 음반의 해적판도 소장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 278쪽)

하지만 이것은 오류이다. 공연에 존 바에즈가 함께 한 것은 맞지만 이 노래는 같이 부르지 않았다. 다음 쇄에는 수정되어야 한다. 이 음반은 2004년 <The Bootleg Series, Vol. 6: Bob Dylan Live 1964 - Concert at Philharmonic Hall>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다.

잡스의 평전 <스티브 잡스>에는 밥 딜런이 여러번 나온다. 잡스가 밥 딜런을 많이 좋아했다. 존 바에즈와의 관계도 밥 딜런 때문이었다는 추측도 있다.

두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은 음악에 관해서 공통 관심사가 있었다. 밥 딜런이다. 딜런의 공연 실황 앨범을 모으는 일이 합작 사업이 되었다. 잡스의 회상이다. "그때 제가 소장한 콘서트 테이프를 다 합치면 100시간 분량이 넘었어요. 1965년과 1966년의 콘서트 투어 테이프도 다 있었으니까요." 특히 워즈는 밥 딜런의 위업에 관심을 품도록 잡스를 이끌었다. (55쪽)

1985년 2월, 잡스의 서른 번째 생일 축하 파티에 밥 딜런을 초대하였지만 딜런은 거절하였다. 엘라 피츠제럴드가 대신 노래를 불렀다. (313쪽)

잡스는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쫒겨난다. 잡스는 며칠동안 블라인드를 치고 몇 시간이고 밥 딜런의 테이프들, 특히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을 틀어 놓고 멍하니 있었다. 16개월 전 매킨토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2절을 읊은 적이 있었다. "지금의 패자는 훗날 승자가 되리 ..." (340쪽)


히피와 밥 딜런의 저항적 가사는 잡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요즈음 이야기하는 인문학적 소양은 딜런의 노래 가사에서 비롯 되었는지도 모른다. 딜런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중 가수가 아니다. 딜런은 노벨 문학상의 단골 후보이기도 하다. 이 땅에 잡스가 없는 이유는 이 땅에 딜런 같은 가수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민음사



덧붙임_
공자의 시대에도 요새 젊은 것들에 대한 무뢰함을 탓 한 글들이 있다. 지금 젊은이들이 무뢰하지만은 않다. 딜런이 노래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느린 변화는 훗날 점점 빨라질 것이라"
얼마 전 읽은 컬럼을 덧붙인다. 하지만 제목이 맘에 안든다.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 20년 전 나는 꼰대를 원했던가"


누구나 '꼰대'가 된다

영화 '이유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ㆍ1955년)'에서 제임스 딘은 부모에게 이유없이 대드는 반항아로 나온다. 차를 몰고 절벽을 향해 질주하다 먼저 뛰어내리는 사람이 겁쟁이(치킨)가 되는 치킨게임은 영화 속 명장면이다. 그런 아들을 둔 부모 속이 어떻겠는가.

히피가 휩쓴 1960년대 미국에선 베이비부머들의 분노가 절정에 달했다. 긴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걸친 젊은이들은 밥 딜론(Bob Dylan)의 '세월은 변하네(The Times They are a-Changin)'를 흥얼거리며 월남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청교도 정신이 충만한 기성세대는 혀를 찼지만 소용없었다.

세대갈등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고대 상형문자를 해독하니 "요새 젊은 것들은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고 버르장머리가 없다. 말세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지 않은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는 세대가 같은 투표행태를 공유한다면 그게 이상하다.

한국판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막 은퇴기에 접어들었다. 청ㆍ장년층이 앞으로 이들을 30년가량 먹여살려야 한다. 일부 은퇴자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청년에게 돌아갈 일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래저래 젊은이들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게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로 나타났다.

1960년대 미국 청년들은 밥 딜론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체제에 저항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들은 오세요/ 그렇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비난하진 마세요/ 당신의 아들ㆍ딸들은/ 당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요/ 당신이 걸어온 옛 길은 낡았으니/ 제발 도와주지 않을 거면 새 길에서 비켜주세요/ 왜냐하면 세월은 변하니까요”(The Times They are a-Changin' 중에서).

2010년대 한국 청년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나꼼수'에서 기성세대를 조롱한다. 나라에 따라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세대갈등은 불가항력적이다. 지금 청년들은 30년 뒤 또 '꼰대'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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