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우소

공동 작업 인세 배분, 늘 궁금했는데...

반응형

공동 작업의 인세 배분이 항상 궁금했는데 물어볼 사람도 없었는데 여기서 본다.
보니 썩 유쾌한 글은 아니다. 예전 대학교수가 기업에서 컨설팅을 많이 했다. 한참 유행햇던 것이 산업공학과 교수들의 그것이다. (대장)교수는 사장과 임원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다. 같이 따라온 대학원생들은 실무자와 회의하고 저녁에 자료정리에 많은 뒷작업을 한다. 대장이 지도교수이니 싫다거나 그런 표정도 지을 수가 없다. 하지만 돈은 대장이 챙긴다. 일부는 학교에 떼어주겠지. 지금은 결코 그렇지 않겠지.

인맥으로 만들어진 공동저작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싫다고 하기도 구차하고 알아서 챙겨주기는 커녕 알아서 챙겨가니... 그냥 보고 있을 뿐이라는 글이다.

아마도 이 글은 예전의 사례를 말했다고 믿고 싶다. 많이 배운 먹물들께서 그럴리가 절대 없다.



공동 저작물의 인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이 일을 하면서 부당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오늘은 인세 문제를 얘기하겠다. 지난 번에 이어 앞으로 계속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말을 꺼내려 한다. 드러나지 않은 일들은 수면 위로 끄집어 내어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단행본의 공동 저작물은 대개 참여 저자들이 한 꼭지씩 출판사에 글을 보내 엮이는 경우가 많아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 줄 수 있겠지만, 교과서는 다르다. 교과서도 이제 단원 실명제라고 하여 각 단원의 집필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도록 되어 있지만, 단원명과 집필자가 실제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까 그냥 이름만 올리는 격. 한두 사람이 거의 대부분을 집필하는 교과서도 있지만 그때에도 신고한 집필자 중 안 쓴 사람의 이름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디엔가 써주기는 한다. 그러니 청소년, 학부모, 교사 여러분께서는 교과서 맨뒤의 단원 실명제를 믿지 마시라.

저자가 열 명이라고 치자. 이들 중 소수는 대학 교수이고, 나머지는 현장 교사이다. 교과서를 만드는 각 팀마다 상황은 다르다. 대학 교수들이 직접 집필을 하고 열정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반대로 대학 교수들은 계약서에 사인만 하고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교수와 교사 구분 없이 모두가 똑같이 집필에 참여하지만, 어느 한 쪽이 부실한 경우를 들자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인만 했다는 것은 계약금은 챙기고, 작업은 안 하되, 혹 교과서가 합격하고 채택율이 높은 경우 그 이익금을 공으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어떻게 그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이 바닥이 그렇습니다, 하고 답변할 수밖에. 많은 경우 교과서 팀을 구성하는 주체는 대표 저자이다. 그는 대학 교수이기 마련이고, 그의 인맥으로 나머지 집필자들이 정해진다. 어쩌다 출판사에서 집필자를 집어 넣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대표 저자는 팀을 구성하였고, 팀을 꾸려 가야 할 책임이 있다. (대표 저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일단 생략하자.) 팀이 이렇게 구성되다보니 능력이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팀에 들어와 있다. 누구는 맡은 분량을 소화하지만, 누구는 시간만 잡아 먹고 검토 의견을 줘도 잘 반영하지 않고 결국 뒤늦게 쓸 수 없는 원고를 내놓는다.

이미 현장에서 쓰고 있는 내가 만든 교과서 작업 때에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고, 쓸 수 없는 원고를 내놓은 분의 분량을 한두 집필자가 재집필하여 완성하였다. 짧은 시간에 많은 분량을, 그것도 잘 모르는 분야의 원고를 집필한 분들은 엄청 고생한다. 고생의 결과 인세 배분은 어떤가. 상대적으로 더 받으신 분은 있지만 쓸 수 없는 원고를 내놓은 사람과 계약서에 사인하고 안 나온 사람들의 인세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연히 끝까지 고생한 몇몇 분들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오히려 덤탱이 쓴 분들에게는 위험 수당까지 배분해 드려야 마땅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전혀 손도 안 댄 사람들도 당신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비등비등하게 배분 받았으니 말이다. 이 모두가 대표 저자가 일방적으로 인세를 배분하기 때문이다.

어떤 팀에서는 대표 저자와 다른 필자들이 교수와 제자의 관계였는데, 해당 교수는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인세의 50%를 독식했다고 한다. 대개는 서울대 판이라 선후배로 엮인 경우가 많은데, 교수와 제자 사이로 엮인 관계라면 선후배 관계에서보다 더 자유롭지 않을 것.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찍 소리 한 번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형편일 것.

내가 생각하는 대안은 이렇다. 모든 집필자가 작업을 완료한 후 함께 모여 인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모두가 끄덕일 수 있는 비율을 도출한다. 이때 조심할 것은, 돈 문제 가지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인맥으로 연결된 이들이라 부당한 배분율을 제시하더라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후자의 난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들의 공과를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편집자가 이 테이블에 함께 앉아 의견을 제시하고 적극 반영한다. 편집자의 의견이 단순 제시안이 아닌 하나의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