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선(臨江仙) - 삼국연의(三國演義)의 서사(序詞)

2012.02.24 07:30 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滾滾長江東逝水,
浪花淘盡英雄.

是非成敗轉頭空,
靑山依舊在,
幾度夕陽紅.

白髮魚樵江渚上,
慣看秋月春風.

一壺濁酒喜相逢,
古今多少事,
都付笑談中.


넘실넘실 장강 물결 동쪽으로 흘러가며,
물보라로 영웅들을 모두 씻어갔네.

시비 성패 돌아보면 허무한 것,
청산은 예나 다름없건만,
몇 번이나 저녁노을 붉었던가.

백발의 어부와 나무꾼이 강가에서,
가을달 봄바람을 그저 무심히 바라볼 뿐.

한 병의 탁주로 반갑게 서로 만나,
고금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모두 소담 중에 부치네.




삼국연의(三國演義)의 서시이다. 이 시는 원래 명나라 양신(楊愼)이 임강선(臨江仙)이라는 제목으로 쓴 사(詞)인데 청나라 문인 모륜(毛綸), 모종강(毛宗崗) 부자가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개작하면서 서시로 편입한 것이다. 10구로 되어 있는 이 시는 전반과 후반이 대칭으로 짜여 있다. 앞에서는 명멸해 간 영웅 군상, 시비와 성패를, 도도한 장강 물결과 순환하는 태양에 견주어 인간사의 무상감을 드러내었고, 뒤에서는 촌로들이 고금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것으로 대서사의 막을 올리고 있다. 시 전체에 호방하면서도 은일을 즐기는 중국 문인 특유의 시정이 녹아 흐른다. 대하소설의 머리에 놓일만한 유장한 풍격이다.

이 시는 ‘적벽부’의 작가 소동파가 47세 때 쓴 ‘적벽회고(赤壁懷古)’라는 사(詞)와 그 분위기가 아주 흡사하다. “큰 강물 동쪽으로 흘러가며 천고의 풍류 인물을 모두 씻어가 버렸네. ∼인생은 꿈같은 것, 한 잔의 술을 강 속의 달에 붓노니. (大江東去, 浪淘盡, 千古風流人物. ∼人間如夢∼)” 이렇게 처음과 끝의 구도도 같다. 또 영화 소오강호(笑傲江湖)의 주제곡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 역시 세상을 오시(傲視)하는 자존감과 함께 허허로운 낭만이 돋보인다. 이렇듯 인간 감정의 풍경도 장강만큼이나 유장한 것일까.

엄혹한 현실세계에서 아등바등 살다보면 어느새 마음의 여유를 놓치고 만다. 이럴 땐 이 시를 흥얼거리며 복잡한 세상사 한 바탕 휘파람으로 날려버리자. 어느새 유장한 관조가 마음으로 흘러 들어온다.

김종태(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출처 :  [고전의 샘] 三國志 서시>

*

다른 번역을 보자. <삼국지 유적 답사와 함께 읽는 삼국지>(유현민, 예문당)에 실린 번역이다. 이 책에는 서시가 아니라 서사序詞로 되어있다.

장강수 흘러흘러 동해로 흐르고
물거품 거품마다 영웅의 자취로다.
시비와 성패가 돌아보니 부질없소
청산은 의구한데
석양은 몇 번이나 붉었던고,
강가의 두 늙은이 어옹과 초부로
가을달 봄바람에 머리털이 다 세었구나.
서로 만나 반가워 탁주 한 병 앞에 놓고
고금의 많은 얘기를
모두 웃음 속에 붙이더라.

*

장강은 곤곤히 동으로 흐르는데
물결처럼 사라져간 많은 영웅들
돌아보니 시비와 성패가 한낱 꿈이로세
청산은 의구한 듯 그대로인데
석양은 그동안 얼마나 물들었던고
백발의 고기잡이 노인네들은 강가에서
가을 달빛과 봄바람을 보았을 테건만
탁주 한 사발 사이에 두고 만나
고금의 많은 일들을
웃음으로 이야기하네

<詩로 읽는 삼국지>(유현민, 예문당)에 있는 다른 번역이다. 같은 번역자이지만 조금 다르다. (2012.03.07)

*

큰 강은 도도히 동쪽으로 흐르는데
숱한 영웅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네
돌아보면 시비와 성패 허무하기 짝이 없네
청산은 어전히 변함이 없는데
석양은 몇 번이나 물들었던가!
낚싯대 드리운 강가의 백발 노인네들은
가을 달과 봄바람을 매번 보았겠구나
서로 만나 반가워 탁주 한 병을 놓고
고금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두 웃음 속에 부셔버리네

<도설 삼국지>(정수국 옮김, 창해)의 다른 번역이다. (2012.03.07)

*

도도한 장강 굼실굼실 흘러 동으로 사라져 가는 물결
하얀 물보라 일으키며 옛 영웅호걸들 다 쓸어 가버렸구나.
옳고 그름 이김과 짐도 고개 한 번 돌리니 헛것이러니
푸른 산은 예처럼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저녁놀은 몇 번이나 또 붉었다 사라졌던고?
백발성성한 고기잡이와 나무꾼 강 안 작은 섬 오르내리며
가을 달뜨고 봄바람 불어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로세.
한 병 막걸리만 생기면 희희낙락 서로 찾아서 노니
예나 지금 일어난 크고 작은 세상일이야
웃으며 나누는 얘기 속에 모두 붙여 보낸다네.

<삼국지 시가 감상>(정철생) (2012.03.07)


덧붙임_
국민일보에서는 검색이 안되고 구글에서는 검색된다. 개뿔



삼국지 1
나관중 지음/예문당

시로 읽는 삼국지
유현민 지음/예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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