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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독서의 해 지정이 아니라 토양 조성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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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독서의 해이다. 뭐 이런 '해'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말로만 떠든다고 독서의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책을 읽는 것도 아니다. 먼저 독서의 해의 정확한 의미부터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독서의 해를 지정하여 정부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고 그래야 독서의 해가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같은 전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지정하여 책 읽는 사회 풍토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독서력 향상과 독서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 제고를 위한 다양한 독서활동을 추진"한다고 독서의 해의 의미를 말한다.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다! 2012 독서의 해!)

독서의 해를 지정하지 않아 책을 읽는 독자의 수가 줄어가는 것은 아닐 것이지만 그나마 독서의 해를 지정하여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하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 세부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문체부에서 독서의 해에 추진하려는 주요 사업을 보자.

첫째, 3월에 ‘독서의 해’ 선포식을 개최한다. 독서마당 책 잔치 행사를 책의 날과 연계하여 인문학 강좌 독서특강 및 독서토론회를 개최하고, 저명인사 애장 도서 특별코너 등 테마별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

둘째, ‘생활 속의 길 위의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강변 등 현장 탐방을 확대하고, 궁궐과 왕릉 등 ‘세계문화유산 연계한 독서체험프로그램’ 등 문화 자원과 연계된 ‘독서 진흥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2012 전국 책 다모아 행사’를 정례화하여 기증 문화 및 지식 자원 재활용에 대한 범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셋째,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중독자 등의 정서를 치유할 ‘독서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인기 작가와 유명연예인 등 사회 저명인사가 참여하는 독서나눔 콘서트와 독서 버스·열차를 운영하는 등 노인, 영·유아,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의 독서활동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2012년을 ‘병영 독서 운동’의 원년으로 삼고 50개 시범부대를 선정하여 병영 독서를 대대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넷째, 생활 속의 국민 독서 분위기 확산을 위해 ‘내가 독서왕 선발대회’, ‘대학생 독서 토론 대회’, 지자체 주민센터 활용 ‘고전 강독회’, ‘지자체와 함께하는 독서마라톤 대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다섯째, 지역 커뮤니티를 활용한 독서 관련 기관·단체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독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서점과 연계한 독서 운동을 전개하며, ‘독서동아리 축제’ 등의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여섯째, 언론과 연계한 2012 프로젝트(하루 20분씩 1년에 12권 읽기) 및 ‘지금은 책 읽는 시간’ 등 독서 캠페인을 전개하고, 뉴미디어(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을 활용하여 파워트위터리언 등이 참여하는 독서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여섯 가지 추진 사업을 보면 매년 지자체에서 책축제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행사로 "문화부는 ‘2012 독서의 해’ 추진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있게 한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독서켐페인과 병영 독서 운동은 학생들과 군인들만 캠페인의 희생양이 될 우려가 크다. 학교는 아침 10분 독서하기는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고 현재 일부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새로운 캠페인의 진행보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것을 모아 보안 발전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한겨레신문에 "독서의 해에 해야 할 다섯가지"라는 칼럼을 보아도 문체부에서 말하는 캠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범사회적으로 독서시간 분위기 고취"라는 다소 표어적인 말들이다. 독서의 필요성을 몰라 책을 읽지 않고 책이 팔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출판도 장사인지라 잘팔리는 책만 전시되고 정작 좋은(?) 책은 독자가 인지하기도 전에 독자의 눈에서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볼 수가 없다. 그저 그런 책만 보이고 유행타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책을 많이 읽게 하려면 관심가는 책들이 눈에 자주 띄게 만들어야 하고 그 책들을 쉽게 구매나 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전국 공공도서관, 주민센타 그리고 학교 도서관을 포함한 도서관 수는 초판 물량을 어느정도 소화할 수 있다. 출판사 개개인의 문제이지만 초판 물량을 소진 못하여 읽어야 될 책, 잃히고 싶은 책이 아니라 팔리는 책 위주로 출간한다. 그러면 정부에서 어떤 행사를 하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토양은 결토 만들어 질 수 없다. 

2012-02-26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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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해’에 해야 할 다섯가지

정부는 올해가 ‘독서의 해’라고 발표했다. 3월 선포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연중 실시될 예정이다. 관건은 독서율, 독서량, 독서시간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와 영상물 위주의 다매체화 속에서 수세에 몰린 독서 생태계를 얼마나 개선하고 재구조화할 수 있을까에 있다. 특히 ‘독서의 해’ 시행 취지인 독서인구 확대를 위해서는, 평소 책 읽기를 멀리 하던 사람들이 독서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일에 정책 자원이 집중되어야 한다. 일회성 행사나 프로그램들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무엇보다 범사회적으로 실천할 일은 하루 10~30분 정도의 ‘독서시간’을 일과 중 필수시간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독서동기나 독서습관의 부재가 근본 원인이다. 가정, 학교, 직장 등 모든 곳에서 지정된 시간에 읽고 싶은 책을 더불어 읽는 체험을 통해 독서 생활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공의 독서 인프라인 도서관 서비스를 확장해야 한다. 지난 몇년 사이 공공도서관이 많이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도서관에 대한 국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은 여전히 멀다. 주민 생활권 안에서 도서의 대출·반납이 손쉽게 가능하도록 공공도서관마다 민간 시설과 연계된 관외 서비스센터를 다수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 학기부터 본격화되는 초중고 주5일제 수업에 따른 가족 단위의 주말 도서관 이용 프로그램 시행도 시급하다.

셋째, 지방자치단체가 독서정책 추진에 뛰어들도록 독려하는 ‘지자체 독서진흥지수’를 도입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5년 전부터 시행중인 ‘독서문화진흥법’과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 의해 각 지자체는 주민을 위한 독서환경 조성 책무가 있는데도, 조례 제정이나 독서진흥 예산 편성에 실제로 신경을 쓰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청에 독서진흥 전담팀을 운영하는 군포시 등의 사례가 확산되어야 한다.

넷째, 일상에서 책 읽기를 자극하고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요청된다. 상업주의에 밀려 시들해진 신문·방송의 책·독서 정보 제공을 복원시키고, 인터넷 방송인 ‘온북티브이’의 정규 케이블 채널화 지원, 각 분야 인기 스타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독서 캠페인 전개, 전국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독서 낭송대회 개최, 학급문고 설치와 학교도서관 활성화, 경제단체가 협력해 벌이는 직장도서실 설치 운동, 동네서점을 살리는 향토서점 상품권 발행, ‘독서 마케팅’의 최신 성과를 공유하는 독서 콘퍼런스의 연례 개최 등 독자층을 두텁게 하는 정보·경험·공간의 기반을 최대한 확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서의 해’이자 ‘선거의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일은 12월에 “책 읽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는 대통령 입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일이다.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 책 읽기만큼 확실한 미래 투자는 없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독서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는 리더가 누구인지 검증해야 한다.

‘독서의 해’는 다름 아닌 ‘독자의 해’이기도 하다. 지반 침하가 이어지는 읽기문화의 토양을 단단히 다지고 비옥하게 일굼으로써 삶의 질이 높은 문화 선진국으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책 읽을 권리인 독서권이 지식정보사회의 기본권이며, 독서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마르지 않는 원천임을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소중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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