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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2년 3월 1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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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부터 현재까지 2000여년에 걸친 나체의 역사를 살핀 이 책은 인간이 도대체 왜, 어떤 순간에 나체가 됐는지 종교와 정치, 대중문화 세 영역으로 나눠 훑는다. 영국의 작가이자 심리학자이면서 나체주의자인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집착을 버리고'(종교) '뜻을 관철하고'(정치) '금기에 도전하기 위해'(대중문화) 옷을 공개적으로 벗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은 신성하다. 나체는 마음의 상태. 나는 머리를 맑게 하고 내가 말한 적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옷을 벗는다…."

루시어스 잭슨의 '네이키드 아이(Naked Eye)' 노랫말처럼 일부 종교인은 육체적 집착과 쾌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벗었다. 인도 자이나교 공의파에선 승려들이 옷을 벗는 행위를 '하늘을 입는' 완전한 금욕 상태로 본다. 일부 힌두교 성자들도 '무소유'를 통해 해탈이라는 궁극의 자유에 이르기 위해 나체로 생활한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신 앞에 아무것도 숨기지 않기 위해' 옷(가림막)을 벗고 세례식을 진행했다.

종교에선 남성을 중심으로 나체 활동이 이루어졌지만, 정치에선 반대로 여성이 더 자주 옷을 벗었다. 자기가 벗느냐, 남이 벗기느냐, 맥락이 중요하다. 여성은 성적인 대상이 되는 데 남성보다 더 익숙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여성은 알몸이 되는 것을 꺼리고, 그런 만큼 벗었을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예술무대에서 나체는 금기에의 도전, 해방과 성적 자부심이다. 20세기 초부터 전통적 성 관습과 노출 금기에 대한 대중문화의 도전이 계속됐다. 히피들의 반전 운동을 다룬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Hair)'는 1968년 첫 무대에서 배우들이 나체로 무대에 섬으로써 나체 공연의 촉매제 역할을 했고, 1997년 실직 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스트립쇼에 나서는 얘기를 그린 영화 '풀 몬티'는 나체가 그저 자극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가 있다는 걸 대중적으로 알렸다.

나체의 역사
필립 카곰 지음, 정주연 옮김/학고재

2005년, 뉴욕 한복판에서 벌거벗은 여성의 엉덩이에는…
옷을 벗을 권리, 나 자신이 될 자유
알몸으로 나섰다 자유를 입기 위해
옷을 벗었다… 존재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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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개발한 기술을 소비재에 접목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전자레인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한 레이더 기술을 종전 후 가정용으로 만든 것이고, 테팔 프라이팬은 원자폭탄을 만들었던 맨해튼 프로젝트의 부산물인 테프론을 알루미늄 프라이팬에 결합한 것이다. 정크 푸드의 대명사인 스팸은 병사들에게 높은 열량을 공급하기 위한 전투 식량이었다. 비닐봉지부터 헤어스프레이, 비타민, 집적회로, 구글 어스 등 오늘날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현대기술 대부분은 군사 예산을 쏟아 부어 개발한 것이다.

포르노업계도 현대 문명 발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전자기술을 발전시킨 숨은 주역이 포르노다. 포르노 사이트는 사람들을 인터넷에 몰려들게 했다. 2009년 미국 전체 검색어의 25%가 성인 콘텐츠였고, 전체 웹 사이트의 3분의 1이 포르노 사이트였다. 콘텐츠의 불법 유포를 막기 위해 디지털 워터마크 삽입 기술을 개발한 것도, 고화질을 위해 데이터 압축률이 높은 영상 표준을 채택한 것도, 보안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한 것도 포르노업계였다. “당신이 개발한 기술이 쓸 만하고 튼튼한지 알려면 그 기술이 포르노업계에서도 잘 통하는지 보면 된다.”(수전 스트러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대변인)

패스트푸드업계 역시 정크 푸드란 오명 아래 온갖 비난에 직면해 있지만, 그동안 현대 문명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예를 들어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의 주방은 비좁은 공간에서 최대한 효율을 내는 잠수함 속 주방을 본떠 설계해 표준화한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패스트푸드업계를 넘어 전 식품업계로 퍼져나갔다.

책을 읽다 보면 “섹스와 폭탄, 그리고 햄버거가 현대 문명 발전의 동력이 됐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상의 다양한 사물에서 문명의 뿌리를 찾아내는 통찰력은 놀라울 정도다. 특히 21세기를 이끌어갈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 연구의 선봉장에 ‘섹스 로봇’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에선 공감의 웃음이 피식 나온다. 단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오감을 자극하는 여성의 몸매 사진이나 입맛을 돋우는 햄버거 사진 한 장 없다.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문학동네

섹스와 폭탄, 그리고 햄버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쟁·색욕·식욕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했다
‘욕망의 삼위일체’가 빚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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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앞으로 20년 동안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다음 3가지를 유념하라고 제안한다. △모든 것을 무난히 처리하는 일반적인 능력보다는 ‘유연한 전문 능력’이 중요하다 △개인주의와 경쟁보다는 상호연결과 협업, 네트워크가 성공적인 직장생활의 토대가 된다. △고소득만이 아니라 경험의 질과 균형적인 삶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 요소들을 바탕으로 어떤 역량을 계발할지, 어떤 커뮤니티와 네트워크에 관심을 집중할지, 어떤 조직과 함께 일할 것인지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들라는 것이다.

미래에는 근로의식 자체도 바뀔 것이라는 저자의 통찰이 눈에 띈다. 저자는 “산업혁명이 상품 거래가 이뤄지는 거대시장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뇌를 재편성해 소비 욕구를 높이고 부와 재산을 획득하게 이끌었다”며 “앞으로 근로의식 자체가 어떻게 바뀔지에도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자. 스포츠 경기를 할 때 다음 공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고 몸과 마음을 ‘준비 상황’으로 만들어두면 훨씬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일의 미래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숙 옮김/생각연구소

2025년, 나는 ‘일의 노예’일까 ‘주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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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5년만의 신작이다. 소설을 몇 마디, 몇 줄로 요약을 할 수 있을까. 동動하면 읽으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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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태어나 2000년대 생을 마감한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사회를 비추는 어떤 스포트라이트로부터도 비켜서 있는 소년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가 보냈을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년 전의 일입니다.”

e메일을 통해 작가가 밝힌 작품 소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아세요? 저 10대의 미친 폭주는 울음이란 걸…
해외 거주 1년 반 만에 장편 『너의 목소리가 들려』 펴낸 소설가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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