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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 우리집 건강식탁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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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신맛 나는 냉면이 먹고 싶다든지 갑자기 사과가 먹고 싶다는지 하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먹고 싶은 거 놓치지 말고 사서 먹어라. 돈 아끼지 말고."라고 돌아가신 모친이 늘 하신 말씀이다. 아들이 걱정되어 한 말이라 생각했었는데 한참 뒤에야 '삶의 지혜'였음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 먹고 싶다는 것은 몸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영양분을 공급해주어야 병치레도 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과학적 근거는 모르지만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아이에게도 말해주었다. 

미국의 통합의학, 약학의 선구자 앤드류 와일 박사는 "우리 몸은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며, 균형이 깨졌을 때 이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치유시스템이 있다"고 했다. 모친의 생각과 일치하는 말이다. 같은 음식인데 어느 때는 먹고 싶고 어느 때는 먹고 싶지 않은 때가 있다. 이것은 바로 내 몸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이다. 이 책에서도 알려주고 있다. "만약 지금 당장 너무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그게 바로 보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다거나, 막국수가 있다거나, 삼계탕이 먹고 싶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신체가 자신에게 보내는 메세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친의 말씀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모친도 모친의 모친이 그 모친의 모친이 알려주었을 것이다. 옛 조상은 어찌 그런 것을 알았을까.

여자가 임신하면 먹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나도 그러했다. 가끔은 초짜 남편을 당황하게 하는 제철 아닌 과일을 요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못 먹은 음식을 두고두고 이야깃거리로 남는다. 지금이야 마트에 가면 제철 과일이라는 개념이 없다. 한겨울에도 수박을 먹을 수 있다. 과일 뿐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먹고 싶은 음식을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고 좋아할 수 없다.

제철 음식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필요하다. 계절 음식이 몸에 좋은 이유는 사람이 환경에 맞게 적응해서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옛말에 "백 리 밖에서 나는 것은 먹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은 조상의 혜안을 볼 수 있다. 이 말은 "결국 나에게 가장 좋은 음식은 우리 몸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 했다. 몸과 땅은 다름이 아니다. 이유는 뭘까? 다름 아닌 우리 몸의 DNA 때문이라 한다.

조상 대대로 익숙하게 먹어 왔던 먹을거리에 나의 DNA가 길들어져 있기 때문에 익숙한 음식을 섭취할 때 우리 몸이 가장 쉽게 받아들인다. 내가 사는 주변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내 몸에 맞게 세팅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과 같이 새로운 형태의 음식을 만나게 되면 당연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몸의 조정 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 땅에 나는 식품은 다 좋은 것일까? 지역도 중요하지만 수확하는 계절도 중요하다. 자연과 잘 조화가 되려면 계절에 따라 제철에 생산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몸의 시스템이 계절 변화에 맞게 조절되어 왔기 때문에 계절에 맞지 않는 과일이나 채소류를 접하면 몸 안에서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다. 단지 그 정도가 미미하여 많은 사람이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이왕 돈 내고 먹는 거 제철에 맞추어 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것이 보약이라고 한다면 편안한 음식이야말로 자신에게 잘 맞는 음식이며, 제철음식이나 제철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보약이나 다름없다. 우리 신체가 계절에 적응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몸과 음식의 조화가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다.

몸만 조화를 이루어서는 안 된다. 제 땅에서 나는 먹고 싶은 제철음식을 먹으면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면 몸도 좋아지고 정신도 좋아지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우리집 건강식탁 프로젝트
노봉수 지음/예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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