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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친구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 아니라 "가깝게 오래 사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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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귐에는 오로지 정신을 깊게 하는 일 말고는 딴 뜻을 두지 마라.
_칼란 지브란

좋은 친구란 서로의 빈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사이일 것이다. 서로의 빈 마음에 현재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그런 사이여야 할 것이다. 그 어떤 선입관념을 가지고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가 정신을 깊이 한다는 것은 참으로 소망스러운 일이다. 정신을 깊이 하는 일을 통해서, 서로가 힘이 되고 빛이 되어 한없이 승화할 수 있다. 형식논리로는 하나 보태기 하나는 둘밖에 안 된다. 그렇지만 정신을 깊이 하는 창조적인 우정에는 둘을 넘어 열도 백도 될 수 있다.

정신을 깊이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예절과 신의를 바탕으로 서로 간에 창조적인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범속한 사귐과 한때의 알고 지냄에 그치고 만다.

우리가 친구를 찾는 것은 우리들의 모자란 구석을 채우기 위해서지, 시간이 남아 주체할 수 없어서 찾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예절과 신의와 창조적인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서로에게 아무런 덕도 끼칠 수 없다. 빈 꺼풀끼리는 이내 시들해지고 마는 법이니까. 그러니 상호 간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그 사이가 날로 새로 와져야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
_법정 <물소리 바람소리>


친구親舊란 사전적 의미로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다. 가깝다고 친구일까, 오래 사귀었다고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또한 가깝게 오래 사귀었다고 모두가 친구일까.

칼란 지브란의 말도 좋고 법정 스님의 말도 좋다. 하지만 "불행은 진정한 친구가 아닌 자를 가려준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감별법이 더 현실적이다.

누구의 글인지 모르지만, 예전에 적어 두었던 "인생에 필요한 12명의 친구"라는 글을 다시 읽는다. 이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있던 친구를 정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2명의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몇 명이 있을까? 또 나는 누구에게 어떤 친구가 될까?

친구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 했지만, 다시 생각하면 지금 친구를 정의하면 "가깝게 오래 사귈 사람"이 아닐까.

◆ 믿고 의논할 수 있는 든든한 선배
현대인들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너무 많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직장을 그만둔다든가 옮긴다든가. 이렇게 정답이 없는 질문들과 부딪쳤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나보다 먼저 이런 선택들과 맞닥뜨렸고, 어떤 쪽으로든 결정했던 선배들의 경험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을 때 앞서 그 길을 지나친 사람들이 전해주는 충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래서 생각이 깊되 머뭇거리지 말고, 결단력 있게 충고를 해줄 수 있는 든든한 선배를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

◆ 무엇을 하자 해도 믿고 따라오는 후배
윗사람에게 사랑받기는 쉬워도 아랫사람에게 인정받기란 대단히 어렵다. 학창시절 경험만으로도 그렇다. 싹싹하게 일 잘하고, 가끔 귀여움도 떨면 `내리사랑`이라고 선배에게 매우 예쁨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후배에게 사랑받기 위해 술 많이 사주고, 소개팅 많이 시켜준다고 될 일이 아니다. 더욱이 내가 무엇을 하자 했을 때 `선배가 하는 일이라면` 하고 기꺼이 따라와 주는 후배를 두기란! 그러나 그 인생에서 좋은 후배를 두는 것은 훌륭한 선배를 두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유비에게 만약 관우, 장비가 없었다고 생각해보라. 젊은 에너지를 계속 공급받기 위해서도 당신을 믿고 따라와 주는 멋진 후배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

◆ 쓴소리도 마다치 않는 냉철한 친구
친구라고 해서 언제나 당신 편만 들어서는 곤란하다. 좋은 약일수록 입에는 쓴 법이다. 정말 좋은 친구라면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서 때로는 당신의 생각과 결정에 가차없는 비판을 해줄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잔소리쟁이 친구가 있어야 혹여 당신의 눈에 편견의 껍질이 씌워지더라도 쉽게 벗겨 낼 수 있다. 당시에는 친구의 비판과 잔소리가 듣기 싫고 서운하겠지만, 이후에 생각해보면 친구의 한마디가 좋은 약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 나의 변신을 유혹하는 날라리 친구
초록은 동색이라고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 친구이긴 하다. 그런데 매일 같은 분위기의 장소에서 같은 화제로 수다를 떨고, 심지어는 패션 감각까지 비슷하다면 이건 좀 재미가 없다. 뭔가 색다른 이벤트를 원할 때 `튀는` 친구가 한 명 있다면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 평소 얌전한 패션을 즐겨 입는다면 과감한 패션을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최신 트렌드를 좇아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 여행하기 좋은 먼 곳에 사는 친구
1년에 한 번이라도 낯선 곳의 바람을 쐴 수 있다면 매일 쫓기는 힘겨운 일상도 견뎌볼 만하지 않을까. 여행은 분명 삶의 활력소다. 특히 혼자 떠나는 것이 두렵다면 먼 곳에 사는 친구를 찾아보는 것도 어떨까. 반가운 벗과 밤을 지새우며 도란도란 수다도 떨고, 현지 가이드로서 꼼꼼한 여행안내도 받고. 일거양득의 여행을 선사해줄 수 있는 친구가 당신에게 있나 확인해 보라.

◆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애인
현재 당신 옆에 남자, 또는 여자가 있더라도 또 다른 이성의 애인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지. 이미 익숙해진 남자 여자 친구와는 달리 설렘과 그리움으로 감정을 긴장시키는 애인이 있다면 당신은 한층 젊어지는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 시작은 언제나 묘한 흥분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 흥분은 지루했던 삶에 에너지를 공급하게 마련이다. 연애의 시작, 그 아름다운 긴장을 만끽할 수 있는 애인을 만들어보라.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신을 얼마나 생동감 넘치게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금지된 사랑으로까지 발전한다면 위험하다. 감정의 적절한 조율이 전제 조건이다.

◆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인 친구
이러저러한 설움 중에 가장 슬픈 것은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이다. 이해받지 못한 자의 상처는 소심함과 열등감을 만든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 정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시장통에서 싸우는 아줌마가 외치는 `동네 사람들 내 말 좀 들어보세요.`라는 말도 실은 자신을 이해해주고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을 구하는 소리다. 무엇을 하든 `내 편` 보다 든든한 재산은 없다.

◆ 언제라도 불러낼 수 있는 술친구
흔히 남자들은 쌓인 술병의 숫자와 우정의 깊이를 비례한다고 말한다. 술을 마시기 위한 귀여운 변명쯤이려니 하지만 일면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좋은 술자리는 마음을 넉넉하고 편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당신도 이런 분위기가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 감정의 신호가 술 한잔 원할 때, 당신이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와 앞자리에서 유쾌하게 술잔을 부딪쳐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 독립공간을 가진 독신 친구
만약에 당신이 남자 여자 친구 또는 남편 부인과 싸웠다고 가정해보자. 1백 평 이상의 이층집이 아니고는 그 지긋지긋한 남편 아내의 얼굴을 피할 방법이 없다. 또 부모님 눈치 보느라 마음대로 울 수도 없다. 가출을 생각해 보지만 어디로? 괜히 여관에라도 갔다가 엉뚱한 오해를 사는 것은 싫고. 이럴 때 기꺼이 당신을 맞아주는 독신 친구가 필요하다. 그가 당신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실컷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밤새 나의 화풀이에 맞장구도 쳐줄 것이다. 같이 욕은 안 해주더라도 적어도 그는 남편 아내가 있는 친구처럼 `네가 참아야지` 라는 싫증 난 말로 화를 돋우지는 않을 것이다.

◆ 부담 없이 돈을 빌려주는 부자 친구
친한 사이일수록 금전관계는 금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툭 터놓고 긴급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친구뿐이다. 당신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속 시원히 돈을 꾸어줄 수 있는 친구를 한 명쯤 알고 있다면 마음이 한층 여유롭고 든든해질 것이다.

◆ 추억을 많이 공유한 오래된 친구
오래된 술일수록 향이 깊고 맛도 진하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리는 일은 덜 익은 술을 마실 때처럼 재미없다. 특히 제대로 맞지 않았을 때의 삐걱거림과 노력은 얼마나 피곤한가. 반면에 빡빡머리에 주근깨 콕콕 박혀 있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해온 우정이라면 눈빛만 봐도 무엇을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말이 없어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교감, 오래된 친구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미덕이다.

◆ 연애감정 안 생기는 속 깊은 이성 친구
누구라도 한 번쯤은 `남녀 간에 우정이 가능할까?` 를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단지 확실한 것은 남녀의 가치관이 분명 다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은 곧잘 이 문제로 싸우곤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동성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동성이면서도 당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친구도 많다. 이럴 때는 오히려 `우정 이상 사랑 이하`의 속 깊은 이성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편이 위안받는 방법이다. 이성으로서가 아닌, 다른 성과의 솔직한 대화는 당신의 가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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