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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허균과 홍길동이 꿈꾸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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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도 삼국지처럼 여러 판본이 있겠거니 했지만 내용마저 다르다. 내가 읽은 것은 20세기초 사직동 세책방에서 제작된 3권 3책으로 이루어진 '세책본貰冊本'이다. 세책이란 대여본을 의미한다. 대부분 완판이나 경판을 번여간 것이다.

아동용 홍길동에서 광해군을 폭군으로 말하는 것은 불편하다. 광해군의 폭정으로 허균도 그로 인해 죽었고, 왕에서 쫒겨나게 된다는 식이다.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부정확한 정보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준다. 홍길동을 읽으며 무엇을 생각할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인지 도무지 안타깝다. 아이들 책일수록 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함에도 통념으로 해석을 달고 있다. 차라리 해석을 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원문만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

홍길동 이전에 허균의 삶을 아는 것이 우선이다. 허균의 누이는 여류 명문장으로 유명한 허난설헌이다. 아버지, 형, 누이와 더불어 명문장으로 당대에 널리 알려졌다. 그의 명문장으로 관직에 여러번 오르게 된다. 결국 개인적인 호방함과 '칠서의 난'에도 연루되었다. 얼마 뒤 허균은 역모죄로 죽임을 당한다. 광해준 때 죽음을 당한 사람들은 훗날 대부분 복권되었지만 조선 왕조가 망할 때까지 허균은 위험한 인물이었다.

내가 읽은 '세책본'은 다른 판본보다 내용도 길고 대본용 답게 흥미를 끄는 부분이 많다. 여기서는 홍길동이 율도국에 세웠다는 안남국이 언급되지 않는다. 여가후기를 대신하는 역자 허경진과 허균과의 가상인터뷰는 이 작은 책자를 읽을 이유를 말해준다.

허균은 1614년 1615년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천주교를 알게되고 중국이 아닌 다른 서양이 있다는 것도 알게된다. 세계지도와 친주교의 계를 가지고 들어와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인터뷰에서 허균은 "나는 서양의 지식을 받아들여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싶었다"고 말한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그게 이루어졌다면 연암의 <열하일기>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거라 말한다. 중국이나 일본의 누군가의 "한수일기"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17세기 에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다면 20세기 일본에게 당한 귤욕은 없었을 것인데... 표류되어 제주도에 표류되어 십여 년을 조선에서 보냈던 하멜에 대한 태도도 이와 마찬가지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허균은 진정 새로운 나라를 꿈꿨을까? 그랬다고 생각한다. 단지 21세기 우리가 생각하는 근대국가의 개념을 그가 가졌을리 없다. 그 나름의 지식으로 새로운 나라를 꿈꿨다. 홍길동이 행동하는 과정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전근대적이고 봉건주의를 벗어나지 못해보이지만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반역이자 혁명적인 시각이다. 허균이 조선 왕조내내 불경으로 취급된 이유이기도 하다.

혁명을 꿈꾼다면 변혁을 바란다면 홍길동을 먼저 읽어야 한다. 400년전 허균이 살았던 그 땅에도 홍길동이 필요했으며 지금 이 땅에 필요한 홍길동이 이유이다.



홍길동전
허균 지음, 허경진 옮김/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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