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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기름값보다 내리기 더 어려운 책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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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50년되어 저작권 소멸된 헤밍웨이의 저작이 올해 번역 · 출간된 작품이 20종이라 한다. <세계문학전집>은 '늘' 불황이라 말해도 꾸준히 팔리는 전집이다. 많은 출판사가 할것없이 <세게문학전집>을 가지고 있다. 많은 번역본으로 산책이 어렵다. 많은 독자들이 같은 전집류를 구매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책장에 꽂았을때 여러 출판사의 것보다는 한 출판사의 그것이 보기가 좋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이 이유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이유이다. 같은 이유로 최초 고객이 선택한 전집은 다음번 구매에서 그 전집류를 구매할 확률이 아주 높다.

과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가 각종 이유로 '학생판'이라는 이름으로 염가 또는 거의 무료로 배포한다. 손에 익은 프로그램은 바꾸기가 상당히 어렵다. 향후 그 소프트웨어를 선택할 확률이 아주 높다. 이러한 연유로 전집류를 이해한다면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이 없어도 책값이 싸지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답을 구하지 못했다. 오늘(1일) 저작권 소멸된 '헤밍웨이 출간 전쟁'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싸지지 않은 이유'를 알 수는 없었고 '안 내리는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종이값, 디자인값, 번역료는 그대로" 이기때문에 책값 인하의 여지는 없다고 말한다. 저작권이 5~6%에 불과해 내릴 수 있는 폭이 적어 가격은 별 차이 없고 말한다.

익명의 한 출판계 인사는 "책 값을 내리면 소비자들이 고마워하기는커녕 비슷한 종류의 다른 책은 왜 비싸냐고 도리어 화를 낸다. 정유사들이 기름값 내리기보다 더 어려운 게 책값 인하"라 말한다. 인하 요인이 있어 책값을 내리는 데 왜 독자가 고마워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출판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의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값을 매기는 것은 판매자의 몫이다. 명품보고 비싸다고 말하지만 할인해서 판매하지 않는다. 나름 가격을 지키고자 한다. 하지만 책값은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처럼 할인할 것을 예상해서 가격을 정한다.

신간을 인터넷에서 할인하여 팔지말고 그 만큼 다운해서 가격을 정한다면 얼마되지 않아 가격이 자리잡을 것인데 책이 안팔린다고 푸념만 하고 남들이 잘팔린다고 하면 같은 종류의 이상한 책들이 나오니 출간종수에 비해 안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팔리면 더 이상한 일이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같은 '노인과 바다'를 여러 출판사가 번역해 내니 독자로서 선택의 여지가 많아 반갑다"고 했다. 평소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표정훈의 말에 공감할 수 없다. 선택의 여지가 많으니 좋은게 아니라 번역이외의 다른 요소가 책 구매를 좌지우지한다. 그것은 책표지, 할인쿠폰, 이벤트 그리고 가격이 번역보다 우선이 된다. 읽어보지 않고 어찌 좋은 번역본인지 알 수 있겠는가. 표정훈이 "독자로서 선택의 여지가 많아 반갑다"고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주례사 평이다. 그는 올해 출간된 《노인과 바다》 번역본 중에서 어떤 것을 권할지 묻고 싶다.

덧붙임_
저작권이 없어도 책값이 싸지지 않은 이유는?
헤밍웨이 저작권료 0원… 서점엔 '노인과 바다' 밀물

2012-06-01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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