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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 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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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는 처음이다. 이름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기 작품집을 읽고 싶었다. 성석제에 관심을 둔 이유는 항간에 떠도는 그의 평판보다도 '엽편소설'이기 때문이다. 마침 이 책이 50퍼센트 할인하는 것을 알라딘에서 보고 주문하고 바로 읽었다. 이 책을 읽고난 감회는 참 '인간적이다'이다.

내가 '인간적'이라고 말한 것은 많은 인간 군상이 나온다. 어떤 이는 우리가 자주보는 인간이며 또 어떤 이는 참 희한해서 소설 속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인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곁에 있는 인간이다. 책은 이러저러한 여러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본디 소설이란 게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던가. 서푼어치 소설에서 뭐 그리 대단한 것을 찾겠는가. 거기에서 위대한 스승을 얻겠는가. 그저 이런 인간도 있고 저런 인간도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다면 만족이다.

사람사는 게 참 여러가지이며 공짜는 없다는 것을 알려준 한 편이 있다. <주차비가 비싼 이유>이다. 간략히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더운 여름 서울 시내의 유명한 냉면집을 찾아갔다. 중심가 오래된 골목이라 주차장을 찾기가 어려웠다. 냉면 한 그릇 먹자고 세 번 네 번 빙빙 돌다가 노면 주차장에 주차했다. 나를 위한 맞춤 주차장이라 생각되었다. 주차하느라 시간을 소비한 사람보다 먼저 주문하고 냉면을 먹었다. 냉면도 비싼 축이었다. 하지만 냉면을 먹고 차를 빼느라 애 쓰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느긋하게 주차장의 내 차로 갔다. 한데 주차비가 냉면 한 그릇값을 넘는 1만 원 가까이 했다. 어이가 없어 징수원에게 비싼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 주차비가 싸봐요. 만날 다른 차들이 주차해 있을 테니까 밖에서 오는 차가 주차할 데가 없어요. 비싸니까 아무도 차를 대지 않잖아요. 아까도 차를 아주, 금방, 쉽게 댔지요?"


한 권으로 작가를 평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니 초기 '엽편'을 더 읽어보려 한다. 최근 그의 장편이 나왔지만 아무래도 짧은 엽편이 성석제의 매력을 잘 느낄 것 같다.

《인간적이다》라는 제목처럼 모두 '인간적'인 이야기를 했다. 한데 이 책의 마지막은 <자전거 무덤>이다. 책장을 덮고 '왜 일까?' 라는 의구심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별다른 의미 없이 작품을 배열하다보니 맨 마지막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이 작품을 배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맨 마지막에 인간이 아닌 '자전거 무덤'인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그 인간도 소용을 다하고나면 영원으로 환원되기 위히여 가는 곳은 다름아닌 무덤이다. 자전거를 빌어 이 땅에서 효용을 다한 인간들의 '돌아감'을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지상의 어떤 섬에는 자건거의 무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지상에서 소용을 다한 자전거들이 조용히 누워 있습니다. 이제 영원으로 환원되기를 기다리며.


인간적이다
성석제 지음/하늘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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