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편견은 편견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반응형

<TOP 밴드 2>에서 신대철이 어떤 밴드에 '흑인음악'을 한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흑인음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종에 대한 편견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백인들이 인종 차별을 한다고 하면서 우리보다 피부색이 다른(우리보다 검은) 이를 인종 차별하는 우리를 볼 수 있다. 유색인은 백인보다 무지하다고 의식화시킨 그들의 생각을 피해자인 우리가 가해자로 답습하고 있다.


편견은 편견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편견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개 편견이란 감정에 그치지 않고 그 집단 구성원을 차별 대우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편견 효과(Prejudice Effect)"라고 한다. 편견 효과는 다음 다섯 단계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1 단계, 적대적인 말(Antilocution)이다. 편견이 있는 사람은 처음에는 편견 대상을 욕하기 시작한다. 어떤 지역 사람은 어떻고, 곱슬머리는 어떻고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기 시작한다.
2 단계, 회피(Avoidance)다. 편견이 강해지면 자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편견 대상을 피하기 시작한다. 지역감정으로 보면 어떤 지역 사람과는 상거래를 하지 않고 친목도 도모하지 않으려고 한다.
3단계, 차별대우(Discrimination)다. 편견 대상에 대해 직접적인 적대 행위와 불이익을 주기 시작해 고용, 주택, 정치적 권리, 교육, 종교, 의료혜택 등에서 차별대우한다.
4단계, 신체적 공격(Physical Attack)이다. 편견을 가진 사람은 편견 대상을 심하게 배척하고 위협해 이사 가도록 하고, 같은 편견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살게 된다.
5단계, 몰살(Extermination)이다. 가장 강도가 심한 편견은 몰살이다. 집단구타, 개인학살, 집단학살과 같이 감정적 요소와 신념적 요소를 넘어 병적인 이상 증상으로 나타나 다차우나 아우슈비츠 같은 가스실을 만들어 낸다.

편견의 또 다른 모습이 "낙인 효과(Stigma Effect)"이다. 과거 경력이 현재의 인물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전과자고, 어떤 사람이 정신과 병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이 이혼한 경력이 있다고 하면 왠지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본다. 일종의 편견이다. 하지만 그런 치우친 세상 보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런 사람들과 거래는 물론이고 인간적인 교류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바로 앞에 얻은 정보가 이후의 인상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볼 때 자동으로 도식적 처리를 한다. 누구에게 들은 정보를 가지고 단 한 번에 평가한다면 상대방을 삐딱하게 볼 소지가 다분하다. 이 또한 편견이다. 이러한 현상을 "인쇄 효과(Printing Effect)"라 한다.

절대 이성적으로 설득해 남의 편견을 없애려 들지 마라.
애초에 편견을 갖게 된 이유가 비이성적인데, 어찌 이성적으로 설득한다고 편견을 없앨 수 있겠는가.
_ 시드니 스미스(영국 수필가)

이성적으로 편견을 없앨 수 없다면 감정적으로 편견을 없앨 수 있을까? 그렇다면 편견은 어떻게 깰 수 있을까? 답은 없다. 답도 없는 편견에 관해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하지만 피에르 마슈레는 《헤겔 또는 스피노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비록 이것이 해결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의미가 있는 것이다"고 했다. 우리의 편견, 나의 편견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덧붙임_
편견에서 벗어났다는 상상에서 벗어나기
메리 시콜 vs. 나이팅게일 : 다문화를 생각하며
우리안에 있는 인종주의 또 다른 모습 : 다문화주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