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원의 빨간 피터가 박영선 의원님께 올리는 글

2012.06.21 07:30 行間/돈 안되는 정치

학술원의 빨간 피터가 박영선 의원님께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

존경하는 박영선 의원님. 의원님께서는 얼마전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 발표를 두고 충분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더구나 "청와대와 사조직이 불법사찰과 은폐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원숭이한테 검사복을 입혀놔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말을 해서 우리 원숭이의 저권狙權을 모독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원숭이는 무지하다는 인종 아니 동물 차별적 사고를 가지고 계십니다. 원숭이인 저로서는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원숭이보다 합리적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데도 말입니다. 당연히 의원님께서는 우리 원숭이들과 동물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야합니다. 저는 원숭이의 하나로 정중히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의원님께서 검찰과 그들이 지키려고 하는 무리들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숭이인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본디 합리적이지 않고 그러기에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단지 합리적으로 행동하리라고 믿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의원님이나 대부분 인간은 알고 있는 증거를 소위 엘리트라고 말하는 검사들은 인정하지 않았고, 아니 보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그들 또한 합리적일거라고 여기는 것은 의원님을 비롯한 대다수 비합리적인 인간의 잘못입니다. 《로마인 이야기》의 사오노 나나마는 카이사르의 입을 빌어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인간에 대해서 너무나 인간적으로 생각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우리 원숭이 보다 더 합리적일거라는 생각은 일종의 환상입니다. 인간들이 대문호라고 말하는 노신도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에 빠진 개는 때려잡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인정에 얶매어 살려두면 결국 살려준 인간을 문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발바리일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의원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관료는 주인이 따로 없습니다. 개에게 개밥주는 사람이 주인인 것과 같이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입니다.  개가 짖어대는 것은 꼭 개주인의 뜻이거나 주인이 시켜서 그런 것만은 아니며 개는 종종 그의 주인보다도 더 사납습니다.

저는 원숭이의 입장에서 그들과 의원님과의 관계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원숭이의 입장에서 말씀드릴 뿐입니다. 의원님이 합리적이지 못한 검사들과 우리 원숭이를 비유하여 검사복을 입혀도 그들보다 낫다고 하신 말씀은 우리 원숭이의 권리 즉 저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였음을 다시 말씀 드릴 뿐입니다. 아울러 진실한 사과를 요청합니다. 저는 단지 그것을 말씀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의원님,  원숭이의 권리를 찾고자 할 뿐입니다.


덧붙임_
‘엿장수 검찰’ 불법사찰 윗선없다 ‘가위질’ 박영선 의원 “원숭이한테 검사복을 입혀놔도”
자유라는 이름의 거대한 사상의 감옥 :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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