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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2년 6월 5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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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법칙’, ‘상대성의 법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피터팬’, ‘동물농장’, ‘E.T.’ ‘구글’, ‘해리포터’…. 이들의 탄생 배경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얼핏 보기에도, 아니 곰곰이 톱아봐도 이 말들에서 공통분모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책 ‘콰이어트’를 펼쳐보시길. 정답은 세상에 이들을 탄생시킨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내향적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아이작 뉴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오웰, 스티븐 스필버그, 래리 페이지, J K 롤링 등은 모두 자신의 내면 세계에 깊이 접속해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냈던 것이다. 이 책은 외향적인 성향이 왜 각광받고 외향성을 왜 롤모델로 떠받드는 시대가 됐는지를 살피고, 홀대받아온 내향적인 성향의 숨은 능력과 강점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책에 따르면 외향적 기질이 환영받기 시작한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짧다. 20세기 초, 2차 산업혁명으로 야기된 도시화와 대규모 이민은 외향적 기질에 강력한 힘을 불어 넣는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새롭게 정착한 미국은 이제 막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사회적 경쟁이 가속화된다. 1790년대 미국인 중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은 고작 3%였고, 1840년에는 8%뿐이었다. 하지만 1920년이 되자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도시 거주민이 됐다. 이제 미국인들은 작은 마을에서 친분을 쌓으며 일하던 이웃이 아니라 난생 처음 보는 낯선이들과 만나 이윤 추구를 위해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외향성은 이 시점에서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첨예한 경쟁사회에서 남들보다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돼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미국이라는 힘을 등에 업고 점차 지구촌 전체로 퍼지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런 흐름을 문화역사가 워런 서스먼의 말을 인용,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전환됐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고민하던 ‘인격’의 시대에서,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성격’의 시대로 가치관이 변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외향적인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를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전통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인은 웅변술을 최고의 능력으로 여겼으며, 로마인은 화려한 사교생활로 가득한 도시로부터의 추방을 최악의 처벌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콰이어트>가 외향적인 사람을 비난하고 내향적인 사람을 찬양하는 책은 아니다. 게다가 사람의 성향은 두부 자르듯 나눌 수 없다. 사람에게는 두 성향이 모두 있을 수 있기에, 어느 한쪽을 억누르지 않고 긍정해야 한다. 외향성의 남편과 내향성의 아내가 있다고 하자. 남편은 금요일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 하지만, 아내는 단둘이 보내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에게 ‘틀렸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성향을 인정하고 절충점을 찾는 편이 낫다.

“사랑은 필수지만, 사교성은 선택”이라고 케인은 말한다. 인간은 서로에게 공감해야 하지만, 그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각자 자신에게 적절한 조명이 비치는 곳을 찾아보자.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에게는 책상 위의 스탠드가 적절할 것이다. ‘반사회적’이란 말은 종종 비난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제 존재의 내면을 들여다보길 즐기고 상황의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하는 성찰적인 사람에게 붙이는 찬사가 될 수도 있다고 <콰이어트>는 말한다.

콰이어트 Quiet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내성적인 사람이 결국, 세상을 지배한다
세상은 외향성을 선호하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이 ‘내면의 힘’으로 세상을 변혁
나는 내향적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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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똥배’가 불룩한 뱃살을 의미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똥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식품이 밀이라는 것도 이젠 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밀이 중독, 금단, 망상, 환각 등 정신 질환과도 연결된다면 믿겠는가. 이 책 ‘밀가루 똥배(Wheat Belly)’는 밀의 중독성이 담배의 니코틴만큼이나 지독하다고 경고한다. 책에 따르면 밀 섭취는 헤로인 중독 현상과 비슷하며, 밀에 들어간 음식을 끊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정 기복이 덜해지며, 집중력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또 밀이 들어간 음식과 작별한 사람의 30% 정도는 금단 현상을 경험한다. 아울러 밀은 정신분열증과도 연관이 있으며,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도 간여한다.

“1세기 전의 밀과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밀은 셀리악병을 유발하는 글루텐 단백질을 다량 발현”시킨다. 셀리악병은 소장에서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소화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또 저자는 “밀은 자당보다도 더 높은 수준으로 혈당을 끌어올리며, 중독, 금단, 망상, 환각 등의 정신질환과 연결될 뿐 아니라 정신분열,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도 간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밀을 끊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정 기복이 줄어들며, 집중력 향상과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의 부정적 역할은 이밖에도 많다. 저자는 밀이 “당뇨병과 심장병을 일으킬 뿐 아니라, 우리 몸의 산성도를 높여 골다공증과 골절을 유발하며, 여드름을 비롯한 각종 피부 발진을 일으키고 탈모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책의 제목에서도 암시하듯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밀은 강력한 식욕 촉진제로 작용”하면서 “똥배와 허리 군살의 주범”이 된다. 밀은 ‘똥배’에 필수적인 고혈당을 일으켜 고인슐린을 유발하고, 고인슐린은 내장지방 축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많이 먹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체중 때문에 고민스럽다면, 원인은 결국 밀”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처럼 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담배의 니코틴과도 같은 밀과 단호히 이별해야 한다”며 “당신의 삶에서 밀을 완전히 제거한다면 단순하지만 엄청난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의 말미에는 밀을 끊기 위한 일상적 매뉴얼과 단식 프로그램, 금단 증세에 대처하는 요령 따위를 덧붙였다. 그래서 이 책은 얼핏 실용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밀가루 똥배
윌리엄 데이비스 지음, 인윤희 옮김/에코리브르

‘밀의 중독성’ 마약만큼 강하다
현대의 유전자변형 밀이 똥배와 허리 군살의 주범
비만의 주범 ‘밀’ 당장 끊어…다소 과격한 경고
또 먹고 싶은 빵, 알고 보니 초강력 식욕촉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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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134년쯤 중국에서 천문 현상을 예견하는 궁중천문관 2명이 술을 마시느라 일식을 예견하지 못해 처형당했다. 달이 해를 가리는 일식은 흉흉한 전조로 여겨졌기에 불길한 징후를 앞서 발견하지 못한 죄로 목숨을 잃었던 것. 고대인들은 일식을 비롯해 천체가 다른 천체에 가려지거나 별의 배열이 특이할 경우, 그 현상을 풍년, 왕의 죽음, 나라의 멸망과 연결짓는 등 점성술을 중시했다.

동물도 다가올 위험을 감지하는 특별한 ‘육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2004년 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지진해일)가 일어나기 직전에 현지에서 동물들이 대거 이동하는 등 평소와 다른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해변에 죽은 멸치, 정어리 떼가 밀려오고 후지(富士)산 부근 온도가 상승하는 등, 이러한 뉴스에서 재앙의 징후를 읽어내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가올 재난을 예측하고 피하기 위해 미래 사건에 대한 예감과 그 예감을 이용하는 방안은 역사상 줄곧 지대한 관심사였다. 동서고금에서 동물의 움직임, 점성술 등을 토대로 서로 다른 사건 간의 상관관계를 찾아 미래의 사건을 예측해왔다.

반복되는 현상을 종합 분석함으로써 짧아진 여성의 치마 길이에서 경기의 호전세를 짚어내거나,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장기결근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업의 내리막길을 예고하며 ‘약하지만 중요한 신호’를 읽어낸다.

대부분 사전 경고의 신호가 약해 탐지와 해석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초기 경고를 식별하고 대응하기 위해 다음의 네 가지를 제시한다. ▲잠재적인 와일드카드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 있는 곳을 찾아라 ▲다가오는 경고신호를 알아채는 법을 배워라. 경호신고는 모호하고 여러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탐지된 경고 신호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라 ▲실제 상황 발생 시 즉석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을 축적하는 등 계획을 세워라 등이다.

재난은 몰래 오지 않는다
렌 피셔 지음, 김아림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화산폭발·연인과 이별… 경고 신호 뒤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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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는 그리스 고전 전문가 강대진과 함께 읽는 트로이 전쟁 영웅 오뒷세우스(오디세우스)의 귀환 이야기다. 책은 여러 장점을 지녔다. 친절하고 믿을 만한 해설서라는 점, 입말과 글말이 일치됐다는 점, 학술적 배경을 깔면서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 여느 독자이든 전문적인 배경 지식 없이도 <오디세이아>(‘오디세우스의 시’라는 뜻)의 세계에서 편안히 놀 수 있게 한다는 점이 그렇다. 대작을 완성한 지은이의 뚝심에 존경을 표한다. 오랜만의 수작이기에, 책이 그냥 묻힐 것 같아, 시비를 좀 걸어야겠다. 이렇게 하는 게, 책도 살고, 호메로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책에는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란 부제가 붙었다. 그런데 부제의 개념들은, “오디세우스가 귀환 과정에서 신적인 삶을 버리고 인간 세계로 돌아가려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에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 물음은 이렇게 나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거의 신과 같은 생활이 보장된 오기기아 섬의 요정 칼립소와의 동거를 거부하고, 오디세우스가 달랑 뗏목 하나에 의지해서 고향으로 향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뒤 스케리아 섬의 왕녀 나우시카가 섬에 표착한 오디세우스를 보살피려고 다가가려 할 때에 오디세우스는 거의 성인군자처럼 행동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데 칼립소의 달콤한 제안마저 거부했던 오디세우스가 바다 요정 세이렌을 만나서는 몸부림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다면 오디세우스가 감미롭게 노래 부르는 세이렌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의 실체는 무엇인지, 도대체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이런 곡절을 헤치고 돌아온 남편이 진짜 오디세우스인지를 시험하려 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페넬로페가 오디세우스를 슬쩍 떠보기 위해 그들만이 아는 올리브나무 침상의 비밀을 이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으로 말이다.

요정 마다한 오디세우스의 ‘부부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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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멋있는 사람은 돈을 잘 번다. 심지어 이런 직원이 많은 회사도 생산성이 높다. 못생긴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이므로 별도의 지원을 해 줘야 한다.” 불쾌한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 외모가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에서 소득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변수들을 통제한 가운데 순수하게 외모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만을 분석했다.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진 여성들은 평균적 외모의 여성보다 소득이 8% 높았다. 못생긴 여성들은 평균적 외모보다 소득이 4% 낮았다.

흥미롭게도 외모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못생긴 남자들이 받는 불이익의 정도가 매우 컸다. 평균보다 못생긴 남자들은 평균 외모의 남자보다 돈을 13% 적게 벌었다. 잘생긴 사람들은 평균보다 4% 더 벌었다.


외모가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도 저자는 제시했다. 네덜란드 광고회사 임원들의 외모가 회사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더니, 외모가 하위 16%에 속하는 임원은 상위 16%의 외모를 가진 임원보다 판매 실적이 7%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미인경제학
대니얼 해머메시 지음, 안규남 옮김/동녘사이언스

“잘생기고 예뻐야 돈 잘번다?” 과학적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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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 세계 경제 위기와 혼란으로 확산되자 경제학자와 정부 기관들은 원인 분석에 매달렸다. 저자는 ‘매달렸다’를 ‘매달리는 척했다’로 독해한다. 당시의 분석이 월스트리트와 기관들의 고질적인 유착에 의해 왜곡됐으며, 근본적으로 기존의 경제학 자체가 과학의 지위를 넘보기에는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자유시장 이론은 검증되지 않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40∼80년대 경제 이론의 변천사를 살펴보며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규제 완화를 부추겨 시장을 망쳐왔다고 주장한다. 칠레를 예로 들며, 칠레 경제의 일시적 성장은 자유시장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독재체제와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그 바탕이 됐다고 분석한다.

책 말미에 저자가 드는, 생명공학의 산물인 가상의 식물 ‘X작물’의 예는 흥미롭다. 농지면적당 수확량이 많고,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하며 정력제와 강장제 기능까지 있는 X작물을 맹신하다 뒤늦게 그 부작용을 깨닫지만 이미 재편된 농업 시스템을 되돌릴 수 없듯 현재의 금융 위기에서 시스템 전체를 갈아엎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상기시키며, 선진국들은 이미 채무 기술(debt technology)에 돌이킬 수 없이 중독돼 있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 ‘이콘드(Econned)’는 현실과 떨어져 이상화된 경제학의 논리에 함몰된 금융 시스템을 비판하는 말. ‘이콘(Econ)’은 경제학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이콘의 정의 같은 경제학 개념들에 순종하지 말고 대신 반복되는 금융 혼란과 기업들의 모럴해저드를 줄이기 위해 금융 시스템의 ‘상호 연결성’을 줄이는 한편으로 불법 금융 행위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콘드
이브 스미스 지음, 조성숙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자유시장 이론’은 신화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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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우리 몸과 음식에 관한 잘못된 지식이 너무나 많다

카제인나트륨과 우유는 무엇이 다른가
새로이 커피 시장에 뛰어든 식품 업체에서 자신들의 제품에는 “카제인나트륨이 아닌 우유”가 들었다고 광고해서 카제인나트륨을 몹쓸 화학첨가물로 규정했다. 이에 그 상대 기업은 우유만 쓰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반격했다. 과연 우유와 카제인나트륨은 무엇이 다른가? 우유에는 크게 보아 지방인 유지방과 단백질인 카제인, 그리고 젖당이 들어 있는 식품이다. 이 가운데 유지방을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해서 지방의 농도를 낮춘 ‘저지방 우유’나 아예 지방이 없는 ‘스킴 밀크’를 마시기도 한다. 우유의 단백질은 발효시켜 치즈의 형태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우유에서 단백질만 분리하여 안정성을 위해 나트륨하고 결합시킨 형태가 바로 카제인나트륨이다. 우유에서 유지방을 빼고 가장 좋다고 하는 단백질인 카제인이 졸지에 화학첨가물로 둔갑해서 마케팅에 이용당한 것이다. 카제인나트륨의 원료는 바로 우유이며, 그 값도 버터나 치즈보다 가장 비싼 가공물이다. 우유의 젖당도 따로 추출하여 가공할 수 있지만 유당분해효소가 없는 사람들이 많기에 환영 받지 못한 것이다. 결국 우유를 만드는 회사에서 자신의 우유를 가공한 제품을 나쁘다고 한 셈이다. 이렇게 우리는 첨가물의 이름만을 보고 좋은 것, 바쁜 것으로 나누는 데 익숙해져 있으며 실제 효용과는 상관없는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식품도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으로 구분하는 데 익숙하며, 첨가물이라 하면 무조건 독극물과 동일시하는 오류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식품과 첨가물에서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식품과 첨가물에 대한 많은 오해들이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비만은 과연 무슨 원인 때문이기에 다이어트가 그렇게 힘들까
비만이 증가하고 다이어트 산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텔레비전에서조차 다이어트 시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다이어트는 별로 뚱뚱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커다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다이어트의 성공률은 지극히 낮다. 단기간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2년 동안 감량을 유지하는 경우는 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도대체 왜 살을 빼기가 그리 힘들고 효과가 있는 다이어트 방법은 지속성이 없을까? 이 책의 저자는 비만은 결국 먹는 양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은 없으며, 인간은 수만 년 동안을 굶주렸기에 있을 때 더 먹어두려는 습성이 감각으로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을 비만의 적으로 삼는 것은 과식으로 남은 여분의 열량을 지방의 형태로 몸에 축적하는 것과의 연상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이 고칼로리이기 때문에 많이 섭취하면 살이 찐다는 것은 소화와 흡수율을 무시한 발상이며,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 중에 고기와 지방은 양껏 먹는 황제 다이어트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지방과 다이어트는 무관함을 밝힌다. 운동도 생각보다 칼로리 소모량이 적기 때문에 다이어트가 효과적이 되려면 결국 먹는 양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양의 문제를 특정 식품에 섭취 여부로 풀려면 결코 그런 다이어트가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 아울러 체질량지수인 BMI 지수도 서양인의 표준을 동양인에 적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 동양인은 조금 뚱뚱한 편이 질병도 적고 오래 산다는 것이다.

햄에 쓰는 아질산나트륨이 나쁘다면 모유도 먹이지 말아야 할까
햄이나 소시지와 같은 식육 가공식품에 보존제로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을 두고 건강 전도사들은 이것이 해로운 물질이며 몸 안에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만들거나 아니면 다른 칵테일 효과에 의해 해로운 합성물을 만들어 우리 몸을 해친다고 겁을 준다. 그러나 아질산나트륨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이것이 포함된 암염을 식육의 보존제로 쓸 만큼 널리 쓰이던 것이다. 아질산나트륨은 천연물에도 아주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상추와 시금치와 같이 우리가 흔히 먹는 채소에도 햄이나 소시지의 30배나 되는 아주 많은 양이 들어 있다. 아질산나트륨의 역할은 고기의 피에 들어 있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붉은 빛깔을 유지시키는 기능도 하지만, 유독한 혐기성 세균이 자라지 못하게 하여 식품의 부패를 방지하고, 고기 맛을 좋게 하는 기능도 있다. 아질산나트륨을 과다 섭취해서 암에 걸린다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가득한 숯불구이를 아질산이 풍부한 상추에 싸서 먹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암에 걸린다는 이야기나 같다. 모유의 초유에는 아질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아질산의 농도가 떨어진다. 이는 갓난아이의 장내에는 장내세균이 아직 발달하지 않아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유의 아질산의 농도가 높은 것이다. 아질산나트륨이 독극물이라면 모유도 독극물인 셈이다.

어머니가 MSG 조금 쓰는 것을 죄악시하게 하지 말자
오래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조미료 MSG에 대한 근본적인 유해 여부를 다루고 있다. MSG는 인간과 육식동물이 단백질의 유무를 감지할 수 있는 지표로 삼는 감칠맛을 내는 물질이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것이지만 단백질 자체로는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한다. 단백질이 많은 식품은 감칠맛을 가지고 있는 글루탐산이 풍부하여 이를 감지하고 좋아하는 것이다. 실제 MSG와 음식에서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은 100% 동일한 것이다. 다만 MSG와 관련된 과거의 잘못된 실험 결과를 아직까지 들먹이며 MSG 유해론을 또 다시 들먹이고 있을 뿐이다. 밀이나 고기, 생선, 토마토와 같은 우리가 흔히 쓰는 음식 재료에는 글루탐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에 100% 같은 성분인 “MSG FREE”라는 표현을 할 수 없게 한 것이고, 우리 식약청이나 외국의 권위 있는 기관에서 MSG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이미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인체 안의 글루탐산의 대사과정까지 자세히 밝히며 MSG가 유해성이 없고, 우리가 많이 먹고 싶어도 느끼한 맛 때문에 유해할 정도로 먹을 수 없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어머니가 반찬을 만들면서 MSG를 조금 쓰는 것을 가지고 죄책감이 들게 하면 안 될 것이다.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이 있다고
콜레스테롤은 지방이 아닌 이소프레노이드이다. 그러나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아지고, 이것이 혈관에 쌓여 심혈관질환과 심장발작을 유발한다는 지질 가설 때문에 건강의 적으로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귀중한 것이다. 세포막의 구조적 안정과 투과성을 유지하고 각종 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지질 가설이 옳은 가설인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후의 연구 성과를 보면 지질 가설은 가장 틀릴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한번 오명을 뒤집어 쓴 이 물질은 좀처럼 그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하루에 3,000㎎이나 되는 많은 양을 생산해낸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 우리 몸은 콜레스테롤의 자체 생산량을 줄인다. 한번 나쁜 것으로 낙인이 찍힌 콜레스테롤은 그 오명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HDL, LDL이라는 좋고 나쁜 콜레스테롤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몸 안의 콜레스테롤은 분자량과 분자식, 그리고 광학 이성체까지 똑같은 한 가지의 콜레스테롤만 존재한다. 다만 몸에서 흡수한 지방을 세포까지 나르기 위해 단백질의 비중만이 변할 뿐이다. 더 이상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은 없다.

보톡스를 맞으며 생각해야 할 것은
주름을 펴서 미용 효과를 보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는 일이 흔해졌다. 보톡스를 약이라고 생각하고 주사를 맞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톡스는 우리 몸의 신경전달을 차단함으로써 심장을 멎게 하는 1그램으로 수십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지상 최강의 독이다. 그럼에도 희석해서 미용과 눈꺼풀 경련, 소아 뇌성마비, 다한증, 경련성 방광염, 두통 등을 치료하는 치료약으로 쓰고 있다. 항암치료에 쓰는 약들은 대부분이 발암성물질들이다. 하지만 일반 세포보다 암세포가 이들 물질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암 치료에 약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약과 독은 그 양에 따라 우리 몸 안의 시스템이 손상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독과 약은 하나이며, 그 양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결론이다. 우리가 어쩌다 참기름에서 발암성이 있는 벤조피렌이 기준치보다 높다고 난리를 피우기도 하지만, 사실 시장의 기름집에서 짠 참기름은 검사를 하지 않을 뿐이지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이 있을 수 있으며, 고기를 숯에 구워 먹을 때에도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을 섭취하기도 한다. 기준치라는 것이 보통 위해한 정도의 10배나 100배 정도를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고 보면, 사실 지나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세상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은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식품이 가장 안전하고 건강식품이나 약은 그보다 덜 안전한 것이다.

삶이 윤택할수록 늘어가는 아토피와 면역질환
청결과 위생이 우리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장수 사회로 만든 것은 인정하지만, 지나친 청결과 위생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인간이 수만 년 동안 외부의 기생충과 세균에 대항해 만들어 놓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외부에 대해서 지나친 과민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토피와 면역질환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는 보통 청결한 환경이 이런 병들에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조사에 따르면 청결한 환경이 될수록 아토피 질환, 면역질환, 천식 등이 증가함이 밝혀졌다. 지나친 청결이 면역체계의 활성화에 방해가 된 것이다. 식품에 있어서도 과민성 알레르기 질환의 위험성이 더 많아진 것이다. 식품과 환경에서도 위험에의 적절한 노출이 우리 건강에는 더 좋을 수도 있음을 이 책은 다양한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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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해율(非文解率)’을 아는가? 과거로 치면 문맹률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비문해율은 1.7% 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글이라는 최고의 문자 체계와 교육열로 인한 결과다. 해방 직후 비문해율이 80%에 달한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발전이다.
 
기적과도 같은 우리나라의 비문해율에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문해율을 셈할 때 쓰는 개념인 문해력(文解力)은 ‘최소한의 문해력’과 ‘기능적 문해력’으로 나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비문해율은 기능적 문해력을 바탕으로 한다. 최소한의 문해력은 겨우 자신의 나라 언어의 문자를 읽어내고 쓰는 기초적인 수준을 이야기 한다. 일상 생활에서 읽고 쓰는 것에 문제가 없으려면 기능적 문해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비문해율을 따지는 기준은 최소한의 문해력이다. 한글을 읽고 쓰는 기초적인 능력만 보는 거다.
 
2002년도 ‘한국 성인의 비문해 실태 조사 연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19세 이상 성인 인구의 24.8%가 일상에서 읽고 쓰고 셈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8.4%는 아예 완전히 읽고 쓸 줄 몰랐다. 8.4%는 완전 비문해자, 24.8%는 기능적 비문해자라고 부를 수 있다. 과연 1.7% 비문해율과 24.8%의 기능적 비문해자 사이에는 어떤 괴리가 있는 걸까?
 
새 책, <학교 속의 문맹자들>은 더 충격적이다. 이 책은 성인 비문해율의 결과가 학교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인 청주교대 엄훈 교수는 2004년 당시 재직 중이던 중학교에서 한 학생을 만난다. 학생은 교과서에 소개된 작품을 읽고도 작중 인물의 말이나 행동의 의미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글을 읽기는 하지만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학생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교편을 잡는 동안 이런 학생들을 여럿 발견했다. 주입식의 진도 따라가기에 바쁜 학교 교육 현장에서 이런 학생들의 존재가 사라져 버린다. 읽고 쓰는 능력이 안 되는 학생들이 학력 부진 학생들로 치환되어 버리는 것이다. 제대로 읽고 제대로 쓰는 기능적 문해력을 길러주어야 하는 학교가 오히려 비문해자의 취약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음 학년으로 넘어가기 위해 60점 컷오프를 넘는 요령은 가르쳐 주지만 본질적인 문제인 학생들의 문해력의 문제는 외면 받기에 일수다.

읽기부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교사들의 ‘무지’다. 엄 교수 자신도 교사 생활 3년이 지나도록 그런 아이가 있는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가 “학교 속의 문맹자들이란 현상 자체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인식하고 공유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읽기 문제는 인권의 문제입니다. 읽기 능력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마땅히 보장돼야 할 인권임에도 무시당하고 있죠.”

학교속의 문맹자들
엄훈 지음/우리교육

한국은 문맹 퇴치 신화에 도취돼 ‘기능적 문맹’ 겪는 이들 고통엔 눈 감았다
학교에 가도 글을 못 읽는다는 불편한 진실
문맹 고통에 눈 감은 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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