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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공무원이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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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 난다 좋다. _장기하, <별일 없이 산다>

오늘도 흥분하지 말자. 흥분하면 진다.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늘 흥분한다. 흥분하면 지는거야. 하지만 흥분하고 만다. 누군가 나에게 별일 없이 산다고 말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나는 하루하루 사는 게 파란만장한데 왜 별일 없지. 나는 매일 사는 게 별일인데 아무일 없다니. 이런 X같은 세상.

“흥분하면 진다”를 좌우명으로 삼은 처세의 달인, 대한민국 7급 공무원이다. “평정심의 대가”라고도 불린다.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어제 같은 늘 똑같은 날의 반복, 그 반복을 즐긴다. 장기하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의 실제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7급 공무원은 “평정심의 대가”일 뿐 아니라 “처세의 달인”이다. 많이 알아야 남에게 박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산에서 곰을 만났을 때 우사인 볼트만큼 잘 뛰어야 사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보다 조금 더 잘 뛰면 되듯이 단지 다른 사람보다 조금만 더 알면 된다.

영화를 보면서 반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마도 지금은 “평정심의 대가”이지만 왕년(?)에는 한가락 했던 뭔가 있겠지. 기대했다. (암, 그래야 영화지.) 다락방에 쌓아둔 LP를 꺼내 턴테이블에 올렸을 때도 그럼 그렇지 ‘뭔가 있을 거야’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평정심을 시험하듯 반전은 없다.

대단한 메세지를 주는 영화가 아니다. 늘 메세지를 주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저 8,000원을 주고 시간을 보낼 때 아깝지 않으면 된다. 윤재문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전부인 영화이지만 아깝지 않은 영화이다. 다시 보겠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절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두 번 이상 본 영화는 1%가 안 된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은 영화 한 편에 큰 의미나 감동을 얻으려 한다. 영화보다는 내가 살아가는 삶이 영화보다 더 영화스럽고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이다.

그럼에도 반전을 기재한다. 반이란 늘 예상하는대로 되는 사실 반전이 아닌데 그런 상투적인 반전을 기대한다. 하지만 반전이 없기에 재미있다. 늘 생각하는대로 된다면 재미있겠는가. 생각과 다른 게 반전이지. 반전이란게 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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