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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왜 궁금한지 나는 궁금해 :《지식e, season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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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履歷書
누군가에겐 한평생의 기록, 누군가에겐 한순간의 채점표.

《지식e, season 8》의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지식e》의 이력은 끝나지 않는다.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이력을 살펴보면 2005년 9월 기획, 편성되어 1,000회가 넘었다. 그것의 전부는 아니지만 《지식e》 1권에서 7권까지 누적판매 부수가 100만 권을 돌파했다. 책은 많이 팔릴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좋은 컨텐츠와 영상에서 말하지 못한 자세한 이야기가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8권의 시작은 에릭 홉스봄이다. 세상은 어느 위대한 아니 특정한 영웅에 의해 바뀌는 게 아니라 농부, 주부, 광부, 목수, 직공 같은 ‘이름을 남길 수도 없고 남기지도 못한 흔해빠진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에릭 홉스봄은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 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의 유럽의 좌파는 “당혹해하며 침묵으로 지키거나 기껏해야 고장 난 시스템을 보수하겠다는 약속에 머물고 있다”고(23쪽) 꼬집는다. 홉스봄은 유럽 좌파에게 말했지만, 이 땅의 좌파에게도 유효하다.

<지식채널 e>는 우리가 한번 쯤은 들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알고 있지만 보여주는 대로만 본 이야기를 달리 보여준다. 사실은 진실이 아니다. (154쪽) “하늘은 원이요, 땅은 네모라고 했는데 왜 땅이 둥글다고 하십니까?”라는 연암 박지원의 질문에 홍대용은 답한다. “땅을 비출 수 있는 거울이 알려줄 겁니다. 월식이 바로 땅이 거울이지요. 월식을 보고도 땅이 둥근 줄 모른다면 거울로 자기 얼굴을 비추면서도 얼굴을 분별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173쪽)

지금은 지구가 네모나다고 말한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여기는 많은 사실이 이와 같다면 우리는 정상적인 사람일까? 권력과 돈의 하수인이 된 많은 언론, 그에 동조하는 많은 지식인이 지구를 네모나다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를 우리는 당연히 네모라고 여긴다. 이런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라 ‘오만’한다.

“정원에서 벌레를 잡는 금색딱정벌레는 악충도 해충도 아니다. 이런 기준은 인간의 옹졸한 자만심에서 나온 것이다.”(237쪽)라고 파브르는 말한다. 인간의 기준으로 악충, 해충으로 나누는 것은 ‘오만’이다. 이 세상에 잡초는 없다. 단지 그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에 훈데르트바서는 “식물이 자랄 땅을 빼앗아 집을 지었으니 옥상과 집 안에 나무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366쪽)라고 했다. “직선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직선은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잊게 한다.” 획일주의와 합리주의가 만들어낸 ‘직선’,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일탈이라면 건축을 위한 건축은 범죄다.”라고 했다.



골치 아픈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파인만의 “문제는 재미야”라는 말처럼 재미가 없다면 이 책의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 책(영상을 포함하여)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는 파인만의 독백이 대신해 준다.

왜 그런지 궁금해
왜 그런지 궁금해
왜 궁금한지 궁금해
왜 궁금한지를 왜 궁금해하는지가 왜 궁금한지 나는 궁금해.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세상의 모든 것이 수수께끼야.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는 재미다.” 재미가 없다면 이 책을 볼 이유가 없다.



지식 e - 시즌 8
EBS 지식채널ⓔ 지음/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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