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주 새로 나온 책

2013.06.19 09:00 行間/새로 나온 책

아버지가 지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선다. 아버지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 일하기 싫다.” 함께 집을 나서던 아들이 묻는다. “그럼 일을 안 하면 되잖아요?” “일을 안 해서 돈을 못 벌면 우린 뭘 먹고 사니.”

이런 장면이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10년, 20년 전과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걱정할 정도로 세계는 50년, 100년 전보다 풍요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과중한 노동에선 자유롭지 않다. 이 책은 이런 상황의 원인과 해결책을 탐색하기 위한 것이다. 부자 사이인 경제사 학자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철학자 에드워드 스키델스키가 저자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2010년즈음엔 주당 근로시간이 20시간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2012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노동자들은 연평균 1776시간동안 일한다. 주당 34시간이 넘는다.

저자들이 보기에 오래 일하고 끊임없이 소비하는 사회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How mich is enough?)’라고 묻는 것이다. ‘제1장 케인스의 오류’에서 근로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를 ‘심화한 소득 불평등’과 ‘소비 문제’에서 찾는다. 자본주의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지만 그 혜택이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0년 미국 상위 기업 CEO 연봉은 근로자의 평균 보수보다 30배 정도 많았다. 이 격차가 지금은 263배로 벌어졌다. 결국 고소득자는 일을 적게 했을 때 포기할 수당이 많아 근로시간을 줄일 수 없고, 저소득자는 소득이 불안정해 일을 더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자들은 긴 시간의 노동에서 비롯된 괴로움을 여가 대신 소비로 보상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경제학 원리를 거스르는 소비 방식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소비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은 똑같이 사려고 하는 밴드왜건효과(band-wagon effect), 남들과 다른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스노브효과(snob effect), 두 효과가 맞물린 베블런효과(veblen effect) 등을 꼽았다.

저자들은 ‘일을 할 수밖에 없어서 일하는’ 상황을 각종 법률과 정책으로 타개할 수 있다고 봤다. 우선 상대적 강자인 고용주의 권한을 제어해 근로시간을 줄이면 된다. 주당 근로시간을 48시간으로 제한하거나, 일정 주기마다 안식년을 허용하는 방식의 일자리 나누기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기본 소득(basic income)’을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 저자들은 취업준비를 하는 실업자가 빈곤선(poverty line)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최저 소득(minimum income)’과 달리 기본 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하지 않아도 굴러들어오는 기본 소득은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고, 재원 부담도 크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하라는 압력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고전적인 ‘사치 금지법’이나 지나친 광고를 규제하는 방안 등이 있다.

저자들은 영미권의 사회 현실을 중심으로 사례를 들고, 분석했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정부의 역할과 정책적인 지원을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급급한 신흥국이나 아직 사회체제가 불안정한 개발도상국의 사정엔 다소 맞지 않을 수 있다.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나 광고 감축 등의 방법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스키델스키는 케인스 연구자답게 케인스가 1928년에 케임브리지대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 ‘우리 후손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을 화두로 삼아 이 문제를 천착한다. 그때 케인스는 100년 뒤 서방 선진국 소득은 4~8배로 늘어나고, 대다수 사람들은 1주에 15시간만 일해도 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에서 해방돼 자유와 여가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자본주의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100년이 10여년 뒤로 다가온 지금 케인스의 예언은 빗나간 게 거의 확실해졌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는 그 이유를 추적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좋은 삶’의 회복이다. 스키델스키 부자는 부유해졌음에도, 어떤 면에서는 부유해졌기 때문에 더욱 소비와 일에 중독되어 아무리 있어도 충분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좋은 삶이라는 이념에 대한 공적 논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충분히 가졌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에 대한 이해를 되살려 내려면 우리가 질문을 다시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키델스키 & 에드워드 스키델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박종현 감수/부키

훨씬 부유해졌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經-財 북리뷰]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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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고시 합격자, 최연소 정치 입문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등 "나는 대체 저 나이에 무엇을 했을까"라는 자괴감이 들도록 하는 기록이 연일 쏟아진다.

이는 비단 요즘 일이 아니다. 천재적인 음악가 모차르트는 불과 스물 여덟 살에 수많은 걸작을 완성했고, 스물 한 살에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 컴퓨터를 시작한 스티브 잡스는 애플1, 애플2 컴퓨터를 론칭해 스물다섯 살 무렵 몸값이 2억달러에 달했다.

스무 살 중반의 나이라면 대부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는 시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어린 성공가'들의 소식은 많은 이들을 조바심 나게 한다. 내 인생에 어떤 분야에서든 한번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왜 조바심을 내는가'의 저자 톰 버틀러 보던의 설명을 들으면 다소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모차르트는 다섯 살부터 작곡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극찬 받는 그의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스무 해 동안 이어진 꾸준한 연습의 결과였다. 물론 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지만,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 황량한 시간을 끝내고 나이가 들어 다시 애플로 돌아왔을 때야말로 진정한 잡스가 돼 있었다.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라는 불후의 창조물은 이렇게 한층 나이든 다음에 나온 것들이었다.

이 같은 사례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성공은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에 의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평균 수명 80세에 이르는 우리의 긴 인생 동안 성공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인생을 길게 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리드타임(lead time)'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40~50대에 새로운 도전을 해 성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탄생시킨 커널 샌더스는 40세가 되기 전 농장에서 일손을 거들거나 트램카의 운전사로 일했고, 선로에서 소방대원으로 일하다가 통신으로 법을 공부해 치안판사가 됐다. 쿠바에 자원 군인으로 다녀오는가 하면 보험상품을 팔기도 했다. 그리고 40대에 주유소를 열었다가 우연히 치킨 장사를 시작했고 이때 천직을 발견했다. 60대에 비밀 레시피를 전파해 70대에야 비로소 부자가 됐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4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그의 대표 저서 '꿈의 해석'을 출간했고, 클로드 모네의 추상 미술 첫 번째 작품으로 알려진 수채작품은 마흔네 살이 돼서야 나왔다.

저자는 이른 성공은 양날의 검이라고 말한다. 한 사람을 '인물'로 만들 수도 있지만 너무나 묵직해서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기대와 고정관념을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아무리 전망이 밝다 해도 결국 성공을 만드는 것은 시간과 경험이다.

물론 저자의 이런 주장은 비즈니스에도 해당된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STX그룹은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로 꼽히곤 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재계 순위 10위권의 그룹을 일군 강덕수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지금 STX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고 기업 정상화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불과 10여년전 기업을 성장시켜온 성공 방정식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그룹을 위기에 몰아넣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STX그룹이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온 것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의 저자가 STX그룹 사례를 연구한다면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업의 '리드 타임'을 가졌다면 기업이 이렇게 위기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할 것이다. 저자는 수십 년 단위로 생각하는 기업은 발전 단계에서 문제를 만나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이 시대에서 이 빠른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다만 저자는 어떻게든 빨리 움직이려고 애써 그 시기가 안겨줄 수 있는 상당한 식견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당신은 왜 조바심을 내는가?
톰 버틀러 보던 지음, 홍연미 옮김/그린페이퍼

[經-財 북리뷰] 당신은 왜 조바심을 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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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부터 시작된 근대기에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을 지탱하는 두 축이었다. 여기에 독일이 끼어들었으나 여전히 유럽 문화의 중심축은 영·불 두 나라였다. 그렇지만 두 나라의 가는 길은 확연히 달랐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전쟁을 겪으면서 공포정치·시민혁명 등 극한 투쟁의 길로 들어섰으나 영국은 세계를 제패하는 초석을 닦으며 승승장구했다. 무엇이 두 나라의 운명을 이토록 벌려놓았을까.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던 작가 앙드레 모루아(1885∼1967)는 두 나라의 이런 차이가 어디서 유래하는지에 천착하면서 ‘영국사-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써내려간 위대한 나라 영국, 그 이천년의 기록!’을 집필했다. 자료 수집에만 10여년이 걸렸고 집필에도 2년을 들인 대작이다. 모루아가 1940년대 초 집필해 시대적으로는 조금 뒤떨어져 있지만 역사서의 백미로 평가받는 수작이다. 어떻게 영국이 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패권을 쥔 국가로 부상하게 되었는지, 그 속사정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역사서가 대개 지배계급 중심으로 서술되곤 했으나 모루아는 그런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지식을 가미하면서 모든 계층의 삶을 아울러 풀어냈다. 근대 세계를 이해하려면 영국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모루아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사령부의 연락장교로 영국에 파견되면서 영국의 본 모습을 느끼게 된다. 저자 스스로 “영국에 대한 프랑스인의 시각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할 만큼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에 감탄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이 유럽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으로, 영국을 경시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그렇지만 영국은 인류사에 빛나는 업적을 이뤄냈다. 문화적으로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셰익스피어를 배출했고, 근대 과학의 아버지 뉴턴을 낳았다. 다른 나라에서 많은 피를 흘리면서도 이룩하지 못한 의회민주주의를 비교적 완성도 높게 평화적으로 성립했다.

근대 초기 영국은 유럽 변방의 주변국에 불과했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며 초강대국으로 발전했다. 세계사로 볼 때 근대 세계는 절대왕정과 시민사회의 투쟁이었다. 그러나 영국은 그런 투쟁의 역사 대신 의회민주주의를 완성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100여 년이란 긴 시간 동안 수많은 피를 흘리며 이룩한 의회민주주의가 어떻게 영국에서는 거의 피를 흘리지 않고 이룩되었는지에 주목했다.

지주 귀족과 농민계급, 궁정 귀족과 상인계급 사이에 프랑스의 엄격한 계급차별이 조성해놓은 심각한 대립상은 영국에선 존재하지 않았다. 영국에도 계급적인 불평등이 적지 않았으나 재능에 따라 출세하는 길이 열려 있었고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했다.

모루아는 영국인이 숭고한 정의의 혜택을 자각하고 고도의 준법정신을 갖게 된 것은 정복왕 윌리엄과 그 후계자들이 강력한 권위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시기 영국 내에선 다양한 형태의 지방회의가 공개 토론과 타협의 정신을 심어주었다.

예컨대 색슨 왕조에서 국왕은 자문회와 협력했고, 법률 제정에는 유력한 인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애썼다. 영국의 통치자는 계속해서 나타나는 잠재적인 불평분자들을 적극적인 협력자로 돌려놓아 정권을 안정시켰다. 영국 국왕은 몇 명을 빼곤 거의 타협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래서 전 유럽에서 보편적이었던 절대왕정 체제가 영국에선 뿌리내리지 못했다.

영국에서 가장 무서운 법률은 불문율이다. 법전이 없는 일종의 관행법이다. 오랜 제도는 항상 새로운 추세를 시인하고 허용했다. 영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혁명은 없었다. 사회가 격변하고 지배구조가 뒤바뀌는 혁명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의미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1688년의 명예혁명도 서명 교환의 단순 사건이었다.

영국 왕은 과세권과 강력한 군대 보유 제한을 수용했고, 의회의 동의하에 세금을 썼다. 다른 나라에서는 치명적인 계급투쟁 또는 당파 충돌도 영국에서는 그다지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타협이라는 불문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결정에 규율 있게 복종하는 습성이 먼 옛날 노르만 왕조의 배심제도로부터 형성되었고, 섬 사람들 특유의 밑바닥 단결 정신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고 모루아는 분석했다. 모루아는 “영국의 이천년 역사는 인류의 뛰어난 성공의 기록”이라고 극찬했다.

영국사
앙드레 모루아 지음, 신용석 옮김/김영사

타협과 관용…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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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은 어쩌면 인간의 불완전성이 만들어낸 수수께끼인지 모른다. 사물의 궁극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끝내 풀 수 없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예비해 놓은 그 무엇이 바로 신일지도 모른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를 '만들어진 신'이라고 했다.

이 책은 '만들어진 신'에 대한 서평에서 출발한다. 저자 짐 홀트는 뉴욕타임스에 "만일 우발적이며 유한한 세상에 대한 궁극의 설명이 있다면 그 설명은 필연적이면서 무한한 것, 필경 '신'의 수준에 가까운 존재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자 최고의 과학철학자인 피츠버그대 철학교수 아돌프 그륀바움이 이를 반박하는 편지를 보낸다. "존재의 수수께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륀바움을 만나러 가면서 그의 긴 여정은 시작된다.

이 책은 한 편의 지적ㆍ철학적 무협지로 읽힌다. 무협지 속 주인공이 '무림고수'들을 찾아 강호를 헤매며 한 수 배우고 일합을 겨루듯 저자 짐 홀트도 빛나는 지성들을 찾아 방랑에 나선다. 그리고 대뜸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Why does the world exist?)'라는 형이상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가 만나 질문을 던진 사람들은 현존하는 최고 지성 드림팀이다. 아돌프 그륀바움을 비롯해 영국 종교철학자 리처드 스윈번, 과학사상가 데이비드 도이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스티븐 와인버그, 저명한 수리물리학자 로저 펜로즈, 우주학자 존 레슬리, 사상가 데릭 파핏, 소설가 존 업다이크 등 우리 시대 최고 지성과 차례로 철학적 토론을 벌인다.

짐 홀트의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략 세 가지로 나뉜다. 세상의 존재에 대한 이유가 있으며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낙관주의자, 존재의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정확하게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비관주의자, 존재에 대한 이유가 없으며 그 의문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거부주의자다.

짐 홀트가 만난 사람 중 가장 깊은 인상을 주는 사람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다. 그는 존재의 이유를 밝혀줄 '최종이론'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최종이론'은 결국은 찾아 낼 수 없는 것이다. 와인버그는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홀트의 질문에 "내게 그것은 더 큰 질문 중 일부다. '왜 모든 것은 그렇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 우리 과학자들은 좀 더 깊이 있는 법칙을 통해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찾아내지 못한 그것을 나는 '최종이론'이라고 부른다"고 답한다. 그러니까 와인버그에게 중요한 것은 '최종이론'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닿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인간 삶을 현재 보통 수준에서 끌어올려주는, 그리고 비극적 우아함을 안겨주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라고 쓰고 있다.

그의 말대로 문명이 발전하고 인류가 아름답고 위대한 것은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따위의 하품 나오는 질문에 매달려 왔기 때문이다.

짐 홀트도 빛나는 지성과 대화하면서 어떠한 결론을 얻지는 못하지만, 그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최대 약점은 바로 제목이 주는 무게감이다.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의 무료함을 견뎌낼 독자가 많을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짐 홀트 지음, 우진하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세상은 왜…" 이 질문이 있어 인류는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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