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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3년 6월 4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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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중국인은 세계 어디서나 자신들의 세력권을 만든다. 유대인들조차도 아시아에서는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는데 실패했지만, 중국인은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 곳곳에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인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단순히 인구가 많아서는 아니다. 중국 상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화승 교수가 쓴 '상인 이야기'는 중국인의 경쟁력 원천을 중국 상인들의 역사에서 찾는다.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교문화가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교를 배운 사대부들도 먹고 살기 위해 상업을 열심히 했고, 상인들도 유교적인 도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상인이란 말은 중국 고대 상나라에서 왔다. 청동을 기반으로 한 상나라는 청동을 구하기 위해 도읍을 여러 차례 옮겼고, 자연스럽게 전쟁과 이동을 자주 하는 활달한 문화를 가지게 됐다. 상나라의 후예들은 주나라가 세워진 후에도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장사를 했는데, 자연스럽게 이들을 상인으로 부르게 됐다.

중국에서도 상인들은 한국에서처럼 천대받는 계층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상인들을 천대하는 한편으로 그들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때로는 상인이 역사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진나라 천하통일의 기틀을 닦은 여불위는 천부적인 장사꾼이었고, 관포지교의 주인공인 관중과 포숙아도 가죽옷을 파는 장사를 했다. 월나라 구천을 중원의 맹주로 만들어준 범려 역시 제상에서 물러난 뒤에는 장사꾼으로 여생을 살았고, 세계 3대 성인인 공자의 도리를 천하에 퍼뜨린 사람은 장사꾼이었던 자공이었다. 송나라를 거치면서 생활고를 겪은 사대부들이 상업에 뛰어들었고, 유가문화와 상업은 더욱 단단하게 엮이게 된다.

중국인들은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팔고 이문을 남긴 상인을 최고라고 치지 않는다. 중국의 상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롤모델이라는 범려는 장사를 통해 많은 돈을 번 뒤에는 재산을 주위에 나눠주고 다른 나라로 옮겼다. 그는 장사로 번 돈을 자신의 호사를 위해 쓰지 않고, 어렵게 사는 친척이나 이웃과 함께 나눴다. 이런 정신은 상인들과 국가, 문화를 엮어주는 힘이 됐다. 중국의 상인들은 때로는 장사로, 때로는 정치로, 때로는 적진을 살피는 정탐꾼으로서 나라를 도왔다.

중국 최고의 역사서로 불리는 사마천의 '사기'는 130편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결론에 해당하는 태사공자서를 제외하면 129편인 '화식열전'이 사실상 마지막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화식열전은 재물을 증식시키는 법, 즉 상업에 관련된 내용이다. 사마천은 재물을 증식시키는 방법과 존경 받을 만한 상인들의 이야기를 화식열전에 담았다. 사마천의 화식열전은 그 당시 중국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중국인들에게 상인과 상업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반면 조선시대에는 화식열전 자체를 금기시했다.

상인 이야기
이화승 지음/행성B잎새

중국은 '돈만 밝히는' 나라일까
[經-財 북리뷰] 상인이야기

세상을 `내 편` 으로 만든 중국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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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사랑하라"고 예수는 말했다. 차별 없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천국행 티켓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따로 있다. 하느님이 '예수의 십자가 대속(代贖)'을 믿는 자에게만 천국의 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편애(偏愛)다. 유대교 하느님은 한 술 더 뜬다. 아예 구원 대상을 유대인으로 한정해버렸다. 부처님·공자님도 마찬가지여서 그들 곁에도 각별한 제자와 오른팔이 있었다.

계몽주의 시대 이후 인간 지성은 편애와 싸워 왔다. 내 가족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기회를 독차지하기보다는 남과 나누는 공정(fairness)의 깃발을 높이 내걸었다. 기회의 균등보다는 결과론적인 분배의 평등을 강조하는 좌파 진영도 합류했다. 그러나 미국 컬럼비아 대학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공정과 기계적 평등의 가치에 대해 우파(右派) 입장에서 반론을 펼친다. 그는 공정이 이성(理性)의 사생아일 뿐이며, 이런 가치들을 지향하거나 윤리적이라 믿는 것은 코미디라고 말한다. 공정은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개념인 반면, 편애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조심해서 사용하면 이롭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편애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매혹적이다. 저자는 이를 "내 아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목을 조를 수도 있다"는 도발적인 표현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인 편애를 사회윤리와 조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의 결과물이다.

공리주의의 슬로건인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은 공정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다. 그렇다면 다음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친구들과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 외출하려고 하는데 따로 사는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몸이 아프니 와달라고 한다. 공리주의 철학에 따르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내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아버지와 친구들이 느낄 실망감의 무게를 각각 측정한 뒤 실망을 덜 느끼는 쪽을 포기함으로써 최대행복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공리주의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나는 당연히 아버지를 찾아가야 하며 그렇게 선택한 이유는 인간이 '행복의 크기'를 재는 이성에 근거해 판단하지 않고 가족의 가치라는 정서적인 윤리를 따르도록 프로그램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이룬 과학적 성과가 공정에 대한 철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표하면서 인간 사이에 평등과 공정의 개념이 배태되고 성장했다. 공리주의자인 벤담은 '쾌락 계산법'을 제안했다. 칸트는 정서나 정념을 윤리학에서 몰아내고 오직 공정함만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훌륭한 사람의 자리'를 자애롭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 '명석하지만 냉정한' 논리학자들이 차지했다.

저자는 편애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보여주는 다양한 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포유동물의 어미와 새끼 사이에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인간이 최초로 접하는 편애 매개체다. 이 옥시토신은 생후 18개월 이내에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이 시기에 친부모나 입양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기는 향후 어떤 선택을 하든 가족을 중심에 두는 편애의 감정을 바탕에 깐다. 또 다른 호르몬 오피오이드는 포유류의 개체 간 유대를 강화한다. 오랑우탄이 서로 털을 골라줄 때 분비된다. 인간도 오피오이드 수치가 낮아지면 고독에 빠진다. 오피오이드 수치가 낮아지면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친구를 찾아 나선다. 옥시토신과 오피오이드를 통한 애착과 유대 경험은 사회를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데도 요긴하다. 이 두 호르몬이 심리적 안정을 줄 뿐만 아니라 반(反)사회적 행동 가능성도 낮추기 때문이다.

편애는 더 나아가 인간의 높은 지능과 결합해 사회적 행동을 강화한다. 저자는 이를 물고기와 포유류의 구조 노력 차이로 설명한다. 물고기는 옆에 있는 물고기가 낚시에 걸려도 동정하거나 구출을 시도하지 않는다. 반면 포유류인 돌고래는 구조 노력을 펼친다. 고등사고가 가능한 인간은 더 나아가 남의 처한 어려움을 자기가 당한 것처럼 상상하고 연민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능력도 갖췄다. 이 역지사지가 내 가족에 국한될 수 있는 편애를 회사와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정과 봉사·희생·충성심 등 인간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고차원적 가치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다만, 편애를 용인하면 공직자가 자기 친척과 수의계약을 하고, 가족을 특채할 수 있으며, 직원으로 채용한 친구의 아들에게 더 많은 보너스를 챙겨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편애의 부작용일 뿐이며, 세상을 유쾌하고 기분 좋은 곳으로 바꿔주는 편애의 효용을 포기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편애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동양의 효(孝)사상을 꼽는다. 효경(孝經)에 따르면 동양인은 효를 통해 다른 사람을 섬기는 법을 배운다.

저자는 가족에게서 받는 배타적 관심이 감사·존경·유대·용서 등 현대 서양사회가 이미 상실했거나 잃고 있는 가치를 되찾아 줄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편애는 또한 디지털시대의 도래 이후 더욱 위기에 빠진 인간관계 회복에도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지식을 정보로만 간주할 뿐, 그 지식을 지닌 인간을 배제하는 성향을 보인다. 모르는 게 나오면 컴퓨터 검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에서 스승이라는 멘토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각별한 사랑도 편애에 포함하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그물을 더 넓게 멀리 던지는 것이다.

편애하는 인간
스티븐 아스마 지음, 노상미 옮김/생각연구소

예수와 부처가 펄쩍 뛸 얘기지만 그들도 편애했다
偏愛 하면 모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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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몸은 말랐어도 머리 크기는 그대로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과 비교하면 머리는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인다. 전문 용어로 '기아성 쇠약'에 시달리는 이 아이들의 장기는 정상적으로 영양을 섭취한 성인의 장기보다 최대 40% 가볍다. 하지만 뇌는 예외다. 무게가 2%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는다. 왜일까.

20년간 비만을 연구한 저자는 "뇌가 이기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뇌는 굶주리는 상황에서도 필요한 영양분을 가장 먼저 챙긴다. 몸의 여러 장기 중 뇌에 가장 우선적으로 영양이 공급된다. 나머지 장기들은 뇌에 공급되고 남은 영양분으로 만족해야 한다.

1921년 독일 예나 대학교의 병리학자 마리 크리거의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크리거는 애초에 우리 몸의 물질대사가 위계적으로 조직돼 있고 그 위계에서 뇌가 특별한 지위를 차지한다는 증거를 처음 제시했다. 1917년 1차 세계대전 중 굶주림과 병으로 숨진 독일 병사들의 시신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장기가 정상적인 성인의 장기보다 40% 가볍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뇌는 무게가 2% 이하밖에 줄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악의 영양 상태에서도 뇌의 무게는 조금밖에 변하지 않았다. '이기적인 뇌 이론(selfish brain theory)'은 그렇게 해서 탄생됐다.

저자는 이 아이디어에 착안, “뇌를 이용하면 영양 과잉 상태에서 몸을 날씬하게 유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해서 이 책을 썼다. 그는 뇌를 신호등에 빗댄다. 혈액 속 에너지의 흐름에 대한 정보가 모이는 뇌 안의 복내측 시상하부가 신호등 역할을 한다는 것. 가령 '뇌로 통하는 도로'에 녹색등을 켜면 몸에 저장된 에너지는 우선 뇌에 투입된다. 뇌에 에너지가 충분히 찼으면, 몸으로 통하는 도로에 녹생등이 켜지면서 몸이 영양을 섭취하는 순이다.

저자는 비만과 당뇨병, 거식증, 폭식증 같은 '문명병'도 이런 신호등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한 개인의 '무절제'나 '의식적인 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뇌 신호등 시스템의 오류에서 기인한다는 것. 이 신호등 체계를 집중 연구한다면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또 우리가 엄격하게 다이어트를 해야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통념과도 결별을 선언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비만과 싸우는 사람들의 경우 뇌가 몸에서 에너지를 끌어오는 능력이 약하다고 말한다. 뇌가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몸에 밀린다는 얘기다. 가령 보통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는 포도당 200그램 중 130그램을 뇌 혼자서 소비한다. 고에너지인 포도당을 뇌가 독차지하는 수준이다. 비만인들은 포도당이 뇌로 가기보단 혈액으로, 세포들로 유입된다는 것. 말 그대로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이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다이어트가 부질없다'는 말까지 한다. 다이어트는 뇌로 볼 때에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다. 뇌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체내 물질대사의 균형을 깨뜨린다. 뇌에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긴급히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코르티솔 물질이 과다 분비된다는 것. 저자는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면 골격 조직이 감소한다고 말한다. 근육이 줄고 피하지방이 복부지방으로 변환된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과 기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우울증을 유발하고 자신감을 망쳐놓는다고 주장한다.

다이어트의 장점만 생각하고 달려온 비만인들에게는 다소 충격을 줄 만한 책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어찌해보려 해도 뇌가 거부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일반의 상식을 흔들어 놓기까지 한다. 다이어트를 미루는 이들에겐 좋은 핑곗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다만 저자도 뇌 연구는 아직 미완이며 장기적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쓴다.

이기적인 뇌
아힘 페터스 지음, 전대호 옮김/에코리브르

[經-財 북리뷰] 이기적인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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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동몽골의 실력자 알탄 칸은 해마다 명나라를 침략했다. 명나라가 몽골의 주력 상품인 말을 팔 수 없도록 말 시장을 열어주지 않아서였다. 알탄 칸이 침략하면 살인과 약탈, 강간이 난무했다. 1550년에는 북경을 포위했을 만큼 세력도 강했다. 이렇게 견원지간(犬猿之間)이던 둘 사이에 1571년부터 평화가 찾아왔다. 왜 몽골은 더 이상 중국을 괴롭히지 않았을까. 티베트 때문이다. 1558년 북부티베트에서 겔룩파 승려 1000명을 사로잡은 알탄 칸이 승려들로부터 쇠남갸초에 대해 들은 뒤 그를 존경하게 된 것이다.

마침내 두 사람은 1578년 5월15일 중국 칭하이성의 칭하이호 남쪽 찹차(현재의 궁허현)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알탄 칸은 선행을 베푸는 열 가지 법을 지킬 것과 한족과 티베트인에 대한 약탈 행위를 엄금할 것을 선언했다. 이어 쇠남갸초에게 ‘와치르다라 달라이라마’라는 존호(尊號)를 주었다. 티베트불교에 달라이라마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와치르다라’는 신성하다는 뜻, 달라이라마의 ‘달라이’는 바다라는 뜻이다. 쇠남갸초는 자신보다 앞서 환생했던 게뒨줍파와 게뒨 갸초를 제1대와 제2대 달라이라마로 규정하고 자신은 3대가 됐다.

중국 쓰촨대에서 티베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근형 씨(39)는 《티베트 비밀역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비롯해 티베트의 역사를 통째로 들려준다. 이 책은 국내 학자가 쓴 첫 티베트 통사(通史)다. 티베트 개국 신화부터 반중(反中) 독립운동까지 티베트 역사를 폭넓게 다뤘다.

티베트에 대한 인식이 망명 정부를 이끄는 달라이라마나 때 묻지 않은 성정의 사람들이 사는 독특한 불교 국가라는 단편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특히 다양한 사료를 토대로 티베트 내부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몽골 한반도 등 주변국과의 관계사도 정리해 고대부터 현재까지 동북아 서북지역의 역사를 두루 살필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토번(吐蕃)으로 불렸던 티베트는 우리와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티베트 왕조의 37대 임금 치데죽챈이 7세기 중엽 인도와 당나라에 불경을 구하는 외교사절단을 보냈다. 당나라로 간 사절단 다섯 명이 불경 1000권을 받아 티베트 돌아가는 길에 쓰촨성 청두의 정중사에 들렀다. 사절단은 두 달 동안 정중사에 머무르며 주지이던 무상선사의 가르침을 받았다. 무상선사는 바로 신라 성덕왕의 셋째아들인 ‘김화상’이다.

고려시대에는 몽골을 통해 티베트 불교가 건너왔고,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조선과 티베트가 조우한 장면이 나온다. 1780년 청나라 건륭제의 7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조선사신단으로 파견된 연암은 열하의 피서산장에서 마침 황제와 함께 있던 티베트의 제6대 판첸라마에게 머리를 조아리도록 강요당했다. 하지만 연암은 끝내 이를 거부했다. 천자(황제)에게는 조아릴 수 있어도 ‘티베트 중’에게는 조아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저자는 기원전 3세기부터 서기 9세기까지 토번시대의 신화와 전설, 왕조의 성립과 흥망, 권력의 암투와 전쟁, 불교의 유입과 사캬·카규·겔룩 등 종파불교의 등장, 달라이라마와 판첸라마의 대를 잇기 위한 환생 전통의 명암 등을 방대한 자료와 거침없는 논조, 특유의 경쾌한 문체로 풀어낸다.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이 가열되던 19세기 말 영국령 인도제국의 티베트 침략과 세 차례나 치러야 했던 중국과의 전쟁, 마침내 중국이 티베트를 접수하고 중국 정부에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를 보면 우리의 근현대사가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국제사회에서 날로 커지는 중국의 힘을 생각하면 티베트의 독립은 요원해 보인다.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와 승려들의 분신이 잇따르는 티베트를 보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과 티베트는 물과 기름이다. 이 사실을 1200년 전 중국인과 티베트인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비석을 세웠다. 중국인은 중국인의 땅에서, 티베트인은 티베트인의 땅에서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기관총을 난사해도 티베트가 월드컵에 참가하는 날은 온다.”

티베트 비밀역사
박근형 지음/지식산업사

티베트하면 달라이라마밖에 모르는 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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