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주 새로 나온 책

2013.12.18 09:00 行間/새로 나온 책

숟가락·젓가락·포크·나이프 같은 식기(食器)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저명한 영국 음식 칼럼니스트 비 윌슨(Bee Wilson)은 "도구는 처음에 어떤 필요 때문에 채택되지만 도구에 대한 애착은 시간이 흐를수록 문화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미국 조지아에 있는 공장에서 해마다 중국·일본·한국으로 일회용 젓가락 수십억 벌을 수출하고 있다.

음식은 시대와 장소를 말해준다. 석기시대부터 인류는 어떻게 하면 더 잘 먹을까 고민하며 창의적인 도구를 발명해왔다.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요리하고 먹었는지에 대한 문화사다.

모든 인간 사회에는 숟가락이 있다. 포크나 젓가락은 둘 중 하나를 주로 쓰는 곳으로 쉽게 나눌 수 있지만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권은 거의 없다. 숟가락은 온화한 도구다. 아기도 쉽게 쓴다.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은 1960년대에 침팬지가 풀잎으로 흰개미를 쓸어 먹는 것을 목격했다. 먼 옛날 인류는 조개껍데기를 작대기 끝에 묶어서 묽은 음식을 떠먹었다. 숟가락을 일컫는 라틴어 '코클레아레(cochle are)'는 '조개껍데기'를 뜻하는 낱말에서 비롯됐다. "현대의 숟가락은 컵과 삽의 절충"이라고 저자는 썼다.

냄비가 없었던 1만년 전의 유골을 보면, 치아가 몽땅 빠진 사람은 성인기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씹기는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토기(土器)가 발명되자 선조들은 죽이나 수프처럼 씹지 않고 마실 수 있는 걸쭉한 혼합물을 만들었다. 그 후 치아가 없는 성인 유골이 역사상 처음으로 나타난다. 유독하거나 소화하기 어려웠던 식물도 냄비에 몇 시간 끓이면 음식으로 바뀌었다. 냄비 덕에 수명이 늘어난 셈이다.

초기 인류에게 들불은 고마운 식량 공급원이었다. 불에 탄 고기는 뜯어 먹기 쉬웠고 더 맛있었다.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정복자'에서 "인류는 불을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야영지 집결, 분업 등 사회적 행동으로 나아갔다"고 썼다.

고기를 구우려면 칼과 꼬챙이(포크의 조상)가 필요했다. 중세와 르네상스 유럽에서 사람들은 늘 칼을 지니고 다니다 식사할 때 썼다. 고기를 뜯지 않고 썰어 먹으면서 치아 구조도 변했다. 서양 식사 예절에는 옆 사람이 칼로 찌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워낙 무뎌서 음식 대신 사람을 베려면 힘깨나 써야 하는 식탁용 나이프는 그렇게 탄생했다.

현대 서양식에서는 포크로 채소를 찢고 고기를 찍고 스파게티를 감는다. 고기를 로스팅할 때 쑤시고 들어 올리는 용도로 쓴 기다란 창 같은 포크는 호메로스 시절부터 있었다. 하지만 식사에 포크를 쓰는 것은 근대에 들어서야 수용됐다. 17세기까지도 포크는 이상한 물건으로 인식됐는데 이탈리아만은 예외였다. 파스타 때문이었다. 포크는 국수처럼 긴 파스타를 감아서 먹기 편했다. "포크와 나이프의 승리는 접시의 변화와도 맞물렸다. 19세기 초 인기를 끈 도자기 접시는 전에 쓰던 그릇이나 나무 쟁반보다 더 평평하고 얕았다."

중국에서 큰 음식을 통째로 접시에 내는 것은 무례한 짓이었다. 1819년 중국 광저우에서 처음 젓가락을 쥔 미국 상인들은 "원숭이에게 뜨개바늘을 쥐여줘도 우리만큼 우스꽝스러워 보이진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들은 주어진 '작대기'로 만찬을 먹어보려고 분투했다.

젓가락은 나이프의 폭력성을 다스리려는 서양 식사법의 고민을 없애준다.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나이프는 음식을 먹잇감처럼 절단하지만, 젓가락은 음식을 아이처럼 부드럽게 어른다"고 썼다. 18세기 일본에서 나온 와르바시(나무젓가락)는 식사 기술이 기능보다 문화에 좌우된다는 본보기다. 남의 젓가락을 써야 하는 거부감을 피하려는 발명품이었다.

숟가락과 포크를 합친 스포크(spork)도 흥미로운 발상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더 이상 왼쪽 식기와 오른쪽 식기 사이에서 잘못된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 스포크가 내 행정부의 상징"이라는 연설로도 기억된다. 부엌 도구는 우리가 먹는 음식, 식사법, 음식에 대한 감정에 영향을 미쳤다. "음식은 연료이고 습관이며 고급한 쾌락이자 저급한 욕구"라고 저자는 말한다.

요리와 요리사에 대한 책은 숱하게 나왔지만 식기에 대한 책은 거의 없었다. 이야기의 절반이 사라진 셈이다. 이 책은 그 흐릿하게 잊힌 역사를 상당 부분 복원해준다. 이야기를 낚는 앵글이 다르다. 책장이 바쁘게 넘어간다. 원제 'Consider The Fork: A History of How We Cook and Eat'

포크를 생각하다
비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까치글방

무딘 나이프?… 식탁 위 역사를 알면 요리가 더 맛있다
나이프와 포크가 당부하오니… 내 과거를 묻지 마세요
음식의 역사만큼 재미있는 주방용품의 역사속으로
음식을 잘라 먹으면서 인간의 치열 ‘피개교합’으로 바뀌어
음식의 발달은 요리사가 아닌 포크의 발명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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