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그리고 편견

2014.06.27 07:30 해우소

나무를 조금씩 만지면서 소나무가 좋은 재료인가에 관한 의구심이 들었다. 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건축용으로 적합한 재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광화문과 숭례문의 복구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금강송을 사용했다. 왜? 

소나무는 최고의 건축재라기보다는 생태적 문화적 배경 때문에 조상이 어쩔 수 없이 선정한 최선의 건축재였습니다. _전영우, 《궁궐 건축재 소나무》

의구심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수긍이 간다. 결국 답습과 편견으로 생긴 전통 잇기다. 대부분 편견은 사회나 집단 내부에 전통적으로 이어지고, 생활환경 속에서 사회적으로 학습되어 간다. '최고'와 '최선'은 다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최선'을 고집한다. 편견이다.

편견의 특징으로는 첫째,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근거에 기초하고 있으며 특정의 선입관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태도이다. 편견은 그 뒷받침이 되는 근거 등에 관심을 두지 않고 새로운 정보 등의 영향도 부정하고 고집적이다. 둘째, 대상에 가치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 즉, 어떠한 가치기준에 기초한 상태에서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높게 평가하거나 부정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태도가 나타난다. 셋째,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태도이다. 넷째, 집단적 현상이다.

소나무에 관한 우리의 상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1. 금강송은 재질이 가장 뛰어난 소나무이다.( )
2. 금강송은 갈라지거나 터지지 않아서 궁궐용 건축재로 사용된다.( )
3. 금강송은 유전형질이 우수한 소나무의 한 품종이다.( )
4. 금강송은 춘양목이나 강송과는 다른 소나무이다.( )
5. 금강송은 한 그루의 가격은 5천만 원이다.( )

여러분의 답은 어떻습니까? 이 중 옳은 답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쉽게도 모두 틀린 내용입니다.

1. 금강송은 곧은 줄기, 높은 수고, 좁은 수관폭으로 건축재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만, 다른 지방(광릉, 안면도)의 소나무보다 오히려 재질이 더 나쁩니다. 그것은 정부의 간행물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본문 85쪽).

2. 나라 전역에 굵은 대경목 소나무가 남아 있는 곳이 영동지방뿐이기 때문에 이 지역의 금강송을 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강송 역시 목재이기에 정도는 차이는 있을지언정 갈라지고 터집니다. 따라서 금강송으로 만든 광화문 현판이 터지거나 숭례문 이층 문루의 기둥이 갈라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본문 26-28쪽).

3. 많은 이들(일부 학자들까지도)이 금강송은 유전적으로 우수한 품종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품종이란 ‘우수성, 균일성, 영속성이 유전적으로 보존되어 고유의 특성이 다른 종들과 구별되는 단위’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금강송은 이런 고유특성을 유전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본문 76-78쪽).

4. 금강송은 우에기 호미키 교수가 1928년에 발표한 한 편의 논문에서 유래된 영동지방산 소나무의 별칭입니다. 춘양목이나 강송 역시 영동지방산 소나무의 별칭으로, 놀랍게도 조선시대의 황장목이 생산되던 황장봉산과 분포영역이 일치합니다(본문 56-71쪽).

5, 산림조합중앙회 임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의하면 강원도 동해산 소나무(직경 42cm 길이 4.5m)는 약 200만원, 현지 목상은 직경 42cm, 길이 8.1m의 특대재 소나무를 약 300만원에 거래하고 있습니다(본문 94-95쪽). 금강송 한 그루의 가격이 5천만 원이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비단 소나무에만 편견을 가지고 있을까?

궁궐 건축재 소나무
전영우 지음/상상미디어(=로즈앤북스)


덧붙임_
편견은 생활환경 속에서 사회적으로 학습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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