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주 새로 나온 책

2014.10.06 09:00 行間/새로 나온 책
흔히 ‘강인한 잡초정신’을 말하지만, 잡초는 원래 약한 식물이다. 약한 그들이 힘센 식물들도 발붙이기 어려운 환경에서 번성하는 것은 역경을 오히려 제편으로 만들어 성공의 조건으로 삼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을 깨고 보면 잡초의 지혜로운 생존전략이 보인다.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하류 강변을 따라 조성된 좁다란 시민공원의 열악한 조건을 뚫고 돋아나 온갖 꽃을 피워내는 야생초.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틈새를 비집고 올라온 이들이 제법 무성해져 보기 좋을 만하면 어김없이 예초기에 밑동부터 잘려 누렇게 말라가는 건초 더미가 된다. 작업 인부에게 “도대체 풀을 이렇게 깎아버리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을 하면 대답은 한결같다. “위에서 그렇게 하라니까 한다.” 왜?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방해가 된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더라.”

한강변 북쪽 마포·용산 쪽의 좁고 기다란 시민공원 중앙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아스팔트 포장의 자전거길을 따라 만들어진 좁다란 산책로에 나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야생초가 자전거 타는 데 방해가 되기는커녕 더욱 자전거를 타고 싶게 만드는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경주장이 아니라 시민공원이니 ‘시속 20㎞ 이하’로 달려라는 경고판까지 설치해 놓고는,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질주에 방해가 된다는 일부 민원을 이유로 자전거길과 산책로 사이 녹색띠 전부, 그리고 그 양옆 공토의 풀밭 상당 폭을 계속 깎아버리다니. 강변북로와 공원 사이 언덕배기에 저절로 자란 수십년 된 나무들을 모조리 잘라낼 때도 공원관리사무소는 항의하는 이에게 “한강 조망에 방해물이 된다는 강변 주민 민원이 있었다”거나 “수종 개량” 때문이라고 했다.

모르긴 해도 그 배경에는 야생풀과 아까시나무, 사시나무, 가래나무들이 뒤섞인 제거 대상이 쓸모없는 ‘잡초’ ‘잡목’이라는 통념이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강변 초목을 때론 뽑고 자르며 관리해야 할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탐스런 야생초목들을 1~2개월마다 잘라내 공원을 몇주간씩 건초와 장작개비 야적장으로 만드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다고 ‘잡초’와 ‘잡목’이 사라질까?

일본 농학박사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저서 <도시에서, 잡초-길가 풀 연구가의 도시 잡초 이야기>(염혜은 옮김, 디자인하우스 펴냄)에서 말한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마당의 잡초를 근절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잡초를 없애는 궁극의 방법이 딱 하나 있다. 그건 잡초를 뽑지 않는 것이다.”

논밭이나 정원에서야 그럼에도 잡초 제거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겠으나, 만일 풀 뽑기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잡초가 만연하겠지만 결국 대형 식물이 점점 더 자라게 되어 잡초를 압도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관목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울창한 숲이 되어갈 것이다. 잡초는 깊은 숲에서는 살수가 없다. 결국 잡초는 축출되고 만다.”

영국의 어떤 보리밭을 조사해 보니 1㎡ 면적당 무려 7만5000종의 잡초 씨가 들어 있었단다. 몇 종의 잡초를 뿌리째 뽑아도 땅속에 엎드려 조건이 갖춰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무진장의 시드뱅크(seed bank, 종자은행)에서 다른 종의 풀 싹들이 또 고개를 내민다.

잡초는 원래 약한 식물이란다. 그럼에도 잡초가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강한 식물들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벌목지나 사람들이 계속 초목을 밟고 잘라내고 뽑아내는 인가 근처, 논밭, 개간지, 쉼없이 땅이 깎여 나가고 새로운 흙이 쌓이는 강이나 도랑 주변, 산사태로 강한 초목들 생태계가 무너진 곳, 그리고 강한 초목들조차 살기 어려운 도시 같은 장소다. 역경이야말로 그들에겐 적이 아니라 아군이다. 그런 역경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이다.

흙도 물도 부족한 도시는 잡초들한텐 그만큼 경쟁 상대가 적고 해충도 적다. 연약한 화초들이 봄에 일찍 꽃을 피우는 이유는 경쟁자들보다 늦으면 더 크게 자라는 강자들의 그늘에 가려져 에너지 원천인 햇빛을 쬘 수 없기 때문이다. 약한 잡초를 생존케 하는 것은 힘이 아니라 혹독한 환경을 역이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장소를 포지셔닝할 수 있는 지혜다.

그들한텐 또 다른 무기도 있다. 쇠뜨기의 땅속줄기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숙하고 넓게 퍼져 있다. 1m 정도 자라는 메귀리라는 잡초의 땅속 수염뿌리들의 총길이를 조사해 보니 무려 550㎞에 달했다는 보고도 있다. 환경이 좋지 않으면 몸 크기도 줄인다. 벌이나 개미 등 매개자들이 찾아오기 어려울 때는 자가수분 등을 통해 홀로 번식하는 ‘자식성’ 구조로 몸 상태를 바꾼다. 이런 높은 가소성(바꾸기 쉬운 성질)도 잡초의 뛰어난 생존전략이다. 흔히 잡초는 밟히면 다시 일어난다고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란다. 잡초는 밟히면 일어서는 게 아니라 더 납작 엎드린다. 밟혀도 부러지거나 다치지 않기 위해. 질경이는 밟히는 걸 역이용하는 진화의 길을 걸어 온 대표적인 잡초다.

망초나 개망초 등이 철도 연변에 많이 번식하는 것은 이 귀화잡초들이 솜털 달린 씨앗을 달리는 기차가 일으키는 바람이나 차체, 화물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멀리까지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메꽃이나 가시박, 양미역취 등이 강가에 많이 번식하는 이유도 강변이란 변화무쌍한 장소가 경쟁자인 토종식물들의 안정적 생장환경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잡초는 이처럼 다른 경쟁자들이 발붙이기 어려운 환경을 역이용하면서 번성한다. 잡초가 번성하면 흙엔 그 뿌리로 인한 균열이 생기고 유기물이 축적돼 후발 경쟁식물들이 점차 늘어난다. 경쟁자들이 번성하면 잡초는 거기서 사라진다. 없어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척박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잡초들을 파이어니어 플랜트(개척자 식물)라 부른다. 그게 잡초의 숙명이다.

역경을 오히려 자기편으로 만들어 성공의 조건으로 삼는 잡초의 이런 성질에서 이른바 ‘잡초정신’이란 말이 나왔을 것이다.

관심을 갖고 보면 의외로 예쁜 잡초들을 가까운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나리·냉이·쑥·별꽃·광대나물·순무·무·머위·민들레. 그들은 당신이 출퇴근하는 길가, 한뼘의 빈터나 가로수 터, 베란다나 마당 한쪽의 흙 담긴 통이나 그릇, 옥상 등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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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 바라지 않는 곳에 자라는 식물.” 철학자이자 시인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라고 했다. 원제가 ‘도시의 잡초, 발견과 즐기는 법’인 <도시에서, 잡초>는 도시에서 사람들 주변에 의외로 광범위하게 자생하는 잡초란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고, 그것을 퇴치해야 할 ‘적’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벗’으로 삼아보라고 권한다. “잡초는 식물학적 분류가 아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잡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도시에서, 잡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염혜은 옮김/디자인하우스

악착스레 뽑고 또 뽑고…잡초, 없애는 게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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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싸움은 지난한 과정이었다. 의사들의 비난 때문에 자신의 신분을 가려야 했다. 그래서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여전히 가명을 쓴다. 왜 의사들이 포경 수술의 실상을 알리는 데 소홀할까? "아무래도 포경 수술이 비뇨기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무시 못 하는 거죠. 포경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까요. 의사들은 다 알아요. 포경 수술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요. 혹시 정말 모르는 의사가 있다면 그건 공부를 안 해서 모르는 것입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분명 꺼내기 쉽지 않은 얘기이다. 게다가 자신 역시 의사가 아닌가. 그는 양심적이고 용기 있는 지식인의 한 명일까? 그는 손사래를 쳤다.

"저는 그 분에 비하자면 피라미에 불과해요. 정말 훌륭한 지식인은 바로 그 분이죠. 그 분은 정말 용기 있는 지식인이자 저의 스승입니다. 그 분 때문에 제가 그나마 이렇게라도 활동을 할 용기와 지식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언급하는 '그 분'은 바로 김대식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다. 김대식 교수는 지난 2000년에 국내 포경 수술 만연으로 인한 인권 침해 실태를 세계 의료계에 알려 서구의료인에게 충격을 안겨준 장본인이다.

이번에 김대식 교수가 방명걸 중앙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와 함께 <포경은 없다>라는 책을 펴냈다. 여전히 퍼져 있는 포경 수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꼬집고, 포경 수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담고자 한 책이다. 철저한 조사와 전문지식,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세계 포경 수술의 현황과 우니라나 포경 수술의 충격적인 실태를 보여준다. 이 책은 포경 수술의 역사와 관련 자료도 풍부하게 담았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성기에 대해서는 의료적 목적의 시술만 하면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포경 수술은 여성 할례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포경 수술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30대 중반의 기자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포경 수술은 '진짜 사나이'로 가는 통과의례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친구들이 포경 수술 여부를 물으면 어물쩍 넘어갔다. 수술을 하지 않은 남자는 마치 수컷으로서의 자격 상실을 드러내는 '사건'인 시대였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포경 수술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야 대중목욕탕을 이용하지만, 학창시절에는 창피해서 목욕탕에도 가지 못했다.

유독 한국과 필리핀 등지에서 포경 수술이 대중 돼 있다. 이는 미국의 영향이 크다. 노석씨는 "독일과 일본에서도 미군정이 실시됐지만 포경 수술이 퍼지지 않았는데, 이는 두 국가의 의료와 교육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의학적 효과가 불분명한 시술이 퍼지지 못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포경 수술을 어린이의 인권 침해로 규정해 법으로 금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지속적으로 모으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민주당의 포경 수술 전면 금지안 국회 발의를 계기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10월 유럽평의회는 남성 포경 수술은 인권 침해라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2013년에 발표된 벨기에 겐트 대학병원 비뇨기과의 연구 논문에서는 "포경 수술이 음경 민감도를 떨어뜨려 성행위 만족도, 음경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포경 수술과 관련된 유럽의 논문들은 대체로 이의 논문과 일치하는 편"이라고 노석씨는 말했다. 그는 다년간 외국 의료계의 포경 수술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모으고 있다.

그럼 왜 미국은 포경 수술을 확산시킨 것일까? 김대식 교수는 그의 저서 <포경은 없다>에서 포경 수술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유대인이 당한 차별의 설움, 그리고 그들의 패권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포경 수술은 원래 유대인의 종교의식인 할례의 일종이었다. 할례로 인해 유대인들은 유럽 사회에서 놀림을 많이 당한 경험이 있다.

유대인이 미국 내 막강한 권력을 지니게 되면서 자신들의 종교의식인 할례를 정당화하고, 전 세계에서 법적 통제나 차별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의학적 포장을 끊임없이 씌우게 됐다. 이에 가장 자본주의적인 미국 의료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던 국가를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된 결과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현재 전 세계 남성의 약 20~25%만이 포경 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정도만이 보편적으로 행한다. 하지만 포경 수술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면서 2009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도 신생아 포경 수술률은 32.5%로 떨어졌다.

한국의 경우 2012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수술률은 25.2%였다. 10년 전에 비교해 급감한 수치이다. 유럽과 일본, 러시아, 중국, 남미 등에서는 포경 수술을 하지 않는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미성년자 포경 수술은 법으로 통제하고 있고, 소련도 불법으로 규정했었다. 역사적으로는 로마시대 때도 포경 수술이 법으로 금지된 적이 있다.

포피는 성감대로서의 중요한 기능과 포피안의 구조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자녀의 포경 수술을 고민하는 부모라면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포경은 없다
김대식.방명걸 지음/올리브(M&B)

"성행위 만족도에 악영향"... 포경수술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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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세일즈(sales)의 시대'다. 이 시대에선 누구나 끊임없이 뭔가를 팔아야만 한다. 이렇게 말하면 "난 영업직이 아니라 세일즈맨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세일즈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일상에 파고든 '파는 것'의 실체를 보여주고 우리가 이미 세일즈를 하고 있거나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요즘 들어 부쩍 수척해진 아들에게 아침밥 잘 챙겨 먹으라고 말한 뒤 집을 나선다. 회사에 나와서는 광고주를 설득하고, 팀원들과 역할 분담을 한다. 어느새 퇴근 시간, 술 한잔 하자는 친구의 연락에 얼마 전 갔던 술집을 추천한다.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선 내가 아는 길로 가달라고 택시 기사와 협상한다. 30~40대 직장인이라면 대부분이 공감하는 보통의 일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세일즈가 이뤄지고 있다.

아들, 광고주, 팀원, 친구 그리고 택시기사에 이르기까지 대상과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내 믿음과 계획, 경험 등을 팔고 그 대가로 안도감을 느끼는가 하면 그에 대해 크고 작은 보상도 받고 있다. 저자는 직장인이 하루 일과시간의 40% 이상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쓰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직장인의 대부분은 타인을 설득하는 행동이 자신의 성공에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자는 세일즈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세일즈의 형태도 바뀌었다고 말한다. 과거의 비즈니스는 정보를 독점한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제한적으로 정보를 주는 구조였지만, 현재는 구매자가 TV, 인터넷, 신문, 모바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고 싶은 정보를 판매자보다 더 많이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로 소통하는 시대에는 세일즈에도 새로운 가치와 방식이 필요하다. 판매자는 정보를 숨기거나 구매자를 속이기 위해 집요하고 끈질긴 태도, 화려한 화술에만 의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다른 사람과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효율적인 구매를 돕는 정보처리자로 거듭나야 한다.

특히,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동조, 회복력, 명확성 등 3가지 조건이 꼭 갖춰져야 한다. 여기서 동조란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조율 방식을 말하며, 회복력은 수많은 거절에도 굴하지 않는 긍정적인 사고방식, 명확성은 풀어야 할 문제를 올바로 발견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설득력 있게 요점만 전달하는 '피치(pitch)', 능력과 역동적인 환경에서 빠르게 판단해 대처하는 '즉흥력',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기여'도 필요한 능력이다.

이처럼 21세기 현대인들에는 순간적인 판단력과 설득력 그리고 거절의 바다를 헤쳐 나와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세일즈 능력이 꼭 필요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것'을 팔아야 하는 세상이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청림출판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것'이 세일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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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은 1200년 전 인도에서 발견됐다. 큰 수(數)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갈망이 있었다. 여느 숫자 뒤에 '0'을 붙이자 마침내 무한대로 뻗어나갔다. 수의 혁명이다.

이 책은 거꾸로 통념을 부순다. '소유의 종말'을 쓴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69)은 그리 머지않은 장래에 상품 생산비가 제로('0')에 가까워지고 이윤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가 공기처럼 마시는 자본주의의 종말이라니. 믿기 어렵다. 그는 '협력적 공유사회'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썼다.

1기가바이트 하드 드라이브는 2000년 44달러에서 2012년 600분의 1 수준(7센트)으로 폭락했다. 전자책은 공짜에 가까워지고 우리는 뉴스와 지식을 무료로 주고받는다. 소유에서 공유로의 중심 이동 뒤에는 에너지가 있다. 원자력 발전과 달리 지붕에서 수집하는 태양열이나 바람을 에너지로 바꾸는 풍력은 원료비가 거의 안 든다. 남는 에너지를 남과 나누는 일도 가능해진다. 현재 13% 수준인 에너지 효율은 40년 안에 40%로 뛸 것이라고 리프킨은 예측한다.

미국인의 약 40%가 이미 '공유경제'에 참여하고 있다. SNS 정보 공유, 동호회나 협동조합을 통해 자동차와 집, 옷까지 나눠 쓰는 것이다. 카셰어링(car sharing)·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 대표적이다. 시장의 교환가치가 사회의 공유가치로 대체된다.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서 덜 팔린다는 뜻이자 자원도 덜 사용되고 지구 온난화 부담도 줄어든다. "생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한 경제로 가는 지름길이다."

모순 때문이다. 어떤 적대적 세력이 자본주의 쇠퇴를 재촉한 게 아니다. 정반대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반을 흔드는 건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의 극적인 성공"이라고 리프킨은 말한다.

자본주의의 존재 이유는 인간 생활의 모든 측면을 경제 영역에 들여놓고 교환 가능한 상품, 즉 소유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음식부터 아이디어·시간·DNA까지 자본주의의 가마솥 안에서 재구성되고 가격이 매겨져 시장에 나온다. 시장이 우리를 정의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모순이 있다. 자유 시장의 경쟁적 기술 혁신이 생산에 필요한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춘 결과, 시장에서 상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기업의 존립 근거가 무너지는 것이다.

소수의 독과점 시장에서는 기득권층이 추가적인 경제적 진보를 막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기존의 자본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산성 높은 기술의 개발을 막거나 늦추는 것이다. 자본이 새 투자처로 이동할 수 없을 때 경제는 정체에 빠진다. 이 책은 "경제적 진보를 막으려는 시도는 늘 실패로 돌아간다"며 "지금은 자본주의의 황혼기이며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혁의 초기 단계"라고 진단한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철도, 2차 산업혁명은 전기가 동력이 됐다. 리프킨이 말하는 3차 산업혁명은 공공 및 민간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인프라 혁명이고 핵심은 '사물인터넷'이다. 집과 자동차, 책과 전동칫솔까지 앞으로 10년 안팎에 전자 태그를 달고 인터넷과 연결되는 세상이 온다. 수십억 개에 이르는 센서가 모든 기기와 전기 제품, 도구에 부착돼 촘촘한 신경 네트워크로 사람과 사물을 묶는 것이다.

"나는 기업가 정신을 찬양하지만 자본주의의 소멸이 슬프지 않다"고 그는 썼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안락하게 자리 잡은 사람들,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파멸을 부를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향해 리프킨은 "그만 내려놓고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갈 때"라고 말한다. 경제는 절대 정지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고. 진화하면서 가끔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한다고. 기술과 경제, 역사와 문화를 넘나드는 생각에 솔깃하면서도 의심스럽다. 원제 '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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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끝내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다. 리프킨의 미래 전망은 결국 ‘기술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복음처럼 들린다. 기술 혁신이 가져올 변화의 불가피성을 심리적ㆍ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 면에서 두루 검토해 주장하지만, 기술 혁명의 그늘은 충분히 살피지 않는다. 일례로 사물인터넷의 정보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들 수 있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EU 집행위원회의 2013년 선언뿐이다. 사용자의 사생활 보호와 정보 보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 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일 뿐이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리프킨은 “사물인터넷은 양날의 검”이라는 한 마디 말로 퉁치고 넘어간다.

이 책이 그리는 미래는 더 인간적이고 더 풍요로운 세상이다. 배타적 재산권 대신 오픈 소스 공유, 소유권보다 접근권, 시장 대신 네트워크로 굴러가는 세계다. 정말 그렇게 될까. 그대로 믿기 싶지만, 지금 여기의 현실이 자꾸 제동을 건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민음사

"모든 것이 공짜인 세상 온다" 정말로 믿고 싶은 미래 예언
所有(소유)보다 共有(공유)… 차도 집도 나눠 쓰는 사회가 온다
'기술혁명'사물인터넷·3D 프린터…비용 제로 시대, '공유사회'가 온다
사물인터넷이 자본주의를 이긴다? 미래에 대한 ‘복음’
[經-財 북리뷰] 한계비용 제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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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나 과학에서 방정식은 생명줄과 같지만 그 세계 밖에선 좀처럼 방정식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학 교양서도 복잡한 방정식을 애써 자세히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화 작품을 소개하지 않고 미술사를 이야기할 수 없듯 방정식을 숨겨 놓은 채 수학의 역사를 논하는 건 불가능하다.

과학 전문작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경이로움, 간결함, 중요성, 보편성 등 4가지 기준으로 24개의 아름답고 위대한 방정식을 선정해 기나긴 수학의 역사를 설명한다. 24개의 방정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수학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1+1=2’라는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방정식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수학 시간에 가장 처음 만나는 수학자인 피타고라스의 정리(a²+b²=c²),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 뉴턴의 법칙, 20세기의 과학 역사를 바꾼 아인슈타인의 E=mc², 정교하고 어려운 블랙-숄즈 방정식까지 수학 역사에 길이 남을 핵심적인 방정식을 망라한다.

저자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방정식으로 꼽히는 오일러의 정리()를 설명하며 “우리에게 신비롭게 보이는 공식보다 우리가 수학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 훨씬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도 이와 같을 것이다. “다가올 세기에는 수학이 생물학이나 사회과학과 같은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응용될 것”이라며 미래의 수학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기도 한다.

수학자가 아니어도 오일러의 정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동어린 말투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수학이라면 무조건 도리질을 치는 이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별종처럼 보이겠지만. 이 책은 방정식처럼 명쾌하고 우아하다. 수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수학 역사서다.

세상을 바꾼 방정식 이야기
다나 매켄지 지음, 오채환 외 옮김/사람의무늬

피타고라스ㆍ오일러...24개의 위대한 방정식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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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진정한 학자라고 볼 수 없다. 요즘 말로 하면 '정치교수'쯤 될 것이다."(12쪽)
"석가도 예수와 마찬가지로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온갖 미신과 착취, 인권유린의 진앙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172쪽)
'즐거운 사라' 등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노골적인 성적 표현 등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마광수(63) 연세대 교수가 이번엔 인문학 성역(聖域) 깨기에 나섰다. 신간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책읽는귀족)는 공자, 예수, 석가모니, 플라톤 등 오랫동안 종교적으로, 사상적으로 성역이 되어온 동서양 사상가들에 대한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이다.

가장 먼저 유학의 시조인 공자를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렸다. 마 교수는 "공자의 정치사상은 일종의 공상적 유토피아니즘에 속한다"면서 특히 공자가 힘주어 강조하는 충효사상은 "수직적 봉건만을 강요한 봉건 윤리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공자가 살았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언로가 트인 개방사회였으나 공자가 "바보스럽게도" 그것을 '혼란'으로 인식해 주나라 시대 초기의 독재 체제를 그리워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마 교수는 "공자는 철저한 계급주의자"라면서 공자가 행복한 삶이라고 했던 수분안족(守分安足)하는 삶이란 분수를 지켜 만족하는 삶인데 그야말로 지배계급의 착취와 명령에 묵묵히 따라가는 노예적 삶을 말하며 이는 반민주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자는 정치만능주의자"라면서 "그러나 정치만능주의는 자칫하면 경제와 문화를 소홀히 여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자가 죽음 이후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걸 회피한 것은 칭찬할 만다고 평가했다.

예수와 석가모니에 대한 평가도 거침없다. 예수에 대해서는 "예수는 당시의 대다수 지식인층에서 볼 때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요 '신(神) 자체'라고 주장하는 '미친 사람'으로 보였다"면서 예수가 스스로 '신의 아들'이라고 천명함으로써 그를 이용하는 기독교 정치세력, 종교 산업 등이 생겨나 민중을 혹세무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예수를 빌미삼아 만들어진 기독교는 또한 마르크스적 공산주의라는 허황된 유토피아니즘을 낳게 해 세계를 이데올로기 혁명의 피바다로 만들었다"면서 "이미 죽어버린 예수가 그런 사실을 알리 없겠지만 어쨌든 그는 인류 역사에 큰 과오를 끼친 인물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예수가 설파한 비폭력주의는 "탁월한 통찰"이었다고 평했다.

석가모니에 대해서는 "석가가 권유한 대로 국민 모두가 출가해 탁발승이 되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하면서 "우선 섹스 행위가 이뤄지지 않아 사람의 씨가 말라버릴 것이다. 그리고 농사 등의 일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거지만 우글거리는 세상이 되고 나아가 국민 모두가 굶어죽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모든 종교가 그렇듯이, 불교가 너무 세력을 떨치면 그 나라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고려 왕조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면서 강대했던 로마제국이 돌연 멸망한 것은 기독교 세력의 "극성" 때문이었고 조선왕조는 유교 때문에 망했다고 지적했다. 불교 교리 중 "가장 칭찬할만한 것"으로는 '모든 중생은 다 부처다'라는 실유불성(悉有佛性)을 꼽으면서 "진정한 평등의식의 산물"이라고 했다.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
마광수 지음/책읽는귀족

공자는 폴리페서였다
공자는 '정치교수', 예수·석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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