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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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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와 녹차 - 묵연스님

      녹차와 커피는 아주 대조적이다.
      우선 그 빛깔부터 보면 녹차는 아주 엷은 연두빛이 나고 커피는

      검정색에 가깝다.
      또 맛을 보면 커피는 달콤하면서 금방 그 맛이 느껴지지만 녹차는 무슨
      풀잎을 약간 끓인 것 같으면서 얼른 그 맛의 그윽함을 알지 못한다.

      녹차는 동양의 느긋한 정서를 말해주고 커피는 서양의 조급함과
      기계적인 정서를 말해 준다.

      커피는 그 맛이 확일적이다.
      그래서 누구나가 공감하는 입맛을 얻게 되었고,
      아침의 빈 속에도 그 쓰디쓴 달콤함을 선사하지만
      위장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출발은 중요하다. 먹는 것도 중요하다.
      먹는 것의 출발을 커피로 시작한다는 것은
      건강으로 봐서도 안좋고 마음으로 봐서도 안좋다.
      신체는 아주 예민한 신경조직을 갖고 있어서
      음식에 의해 감정과 정신을 자극받고 음식은 몸 뿐만이
      아니라 정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녹차는 그 맛이 광범위하다.
      녹차의 맛 자체는 하나이지만 그 맛을 보는 사람의 심리에 따라
      녹차의 맛은 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마음이 안정되고 고요할수록
      그 맛이 더욱 깊고 향기롭다는 것을 안다.
      녹차의 맛은 마음 상태에 따라 좌우되고
      몸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밝혀주기까지 하지만
      커피는 미각에 바로 전달 되는 맛을 가졌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무엇이든 빨리 전달이 되고 자극받아야 좋아한다.
      빠른 자극이야말로 사람들을 움직인다.
      그러나 빠른 자극이 갖는 최대의 결점은 그 자극이 곧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를 자극을 찾게 된다.

      그러므로 느긋한 마음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녹차의 맛과 빛깔처럼 향기롭고 그윽한 마음을 챙기자.
      인생은 빨리 지나간다. 다급히 서두를 것도 없지 않은가?

      <대구 불교 산악회 지도 법사 묵연>

      * 이 글은 1996년 9월 5일 대구일보 대일산필에
      실린 묵연스님의 글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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