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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론 브랜도 부음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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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메모] 말론 브랜도 부음기사 도배한 르몽드의 파격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
입력 : 2004.07.04 18:04 21'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
입력 : 2004.07.04 18:04 21'



▲ 르몽드의 1면 머리기사로 사진과 함께 실린 말론 브랜도의 추모기사.


르 몽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력 일간지다. 이 신문의 1면 톱기사에 등장하는 뉴스는 프랑스와 국제 정치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무게 있는 이슈들이다. 그리고 1면 톱기사에는 좀처럼 사진을 싣지 않고 언제나 시사만화를 고집한다.

르몽드는 일요일과 월요일의 합쇄본인 지난 4·5일자 1면 톱기사에서 이 관행을 깨고 사진을 실었다. 바로 1일 세상을 떠난 미국 태생의 배우 말론 브랜도의 사진이었다. 1면 톱기사의 제목은 ‘비바 말론 브랜도(말론 브랜도 만세)’였다.

그 밑에 ‘전설적인 배우가 80세를 일기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부제도 붙어 있었다. 르몽드는 “영화계가 위대한 배우 중 한 사람을 잃었다”는 문장으로 말론 브랜도의 부음 기사를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로 써내려 나갔다.

1면 톱기사에 이어 문화면 3개 면에 걸쳐 말론 브랜도의 영화 인생을 되돌아보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전 세계 영화팬의 뇌리에 오래 기억될, 멋진 명(名)배우에 대한 최고의 예우였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도 아니다. 미국과 프랑스는 2차대전 후 최악의 상황이며, 프랑스 영화가 점점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나 자존심이 망가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프랑스의 대표 신문이 한 미국 배우의 부음 기사에 이처럼 대대적인 지면을 할애한 것이다.

르몽드의 파격적인 1면 부음 기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같은 정치인 못지않게 말론 브랜도라는 영화배우를 지면에서 대접한 점, 그리고 프랑스인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세계적인 족적을 남긴 유명인을 평가한다는 점이 그렇다.

문화국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문화예술인을 대하는 태도부터 이처럼 달라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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