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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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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가 이제 쓸모없는 세상이 돼버려서 그는 떠났다 김남주 유고시집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창작과 비평사, 1995)을 샀다. 시인의 부인 박광수가 엮었다. 시인의 떠남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법 없이도 다스려지는 세상이 돼서가 아니라 시를 쓸 수가 없어서, 시인이 필요없는 세상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시가 이제 쓸모없는 세상이 돼버려서 그는 떠났다." 시인 _김남주 세상이 몽둥이로 다스려질 때 시인은 행복하다 세상이 법으로 다스려질 때 시인은 그래도 행복하다 세상이 법 없이도 다스려질 때 시인은 필요없다 법이 없으면 시도 없다 박광수의 말은 틀렸다. '그의 시가 이제 쓸모없는 세상이 돼버려서 그는 떠'난게 아니다. 그의 그는 아직도 필요하고 더욱 필요한 세상이다. 그가 없어도 그의 시가 필요한 세상이 남아있다. 그래서 시인은 행복하다. 시인..
11월 13일 -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사랑하는 친우親友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領域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내세운 동인문학상 존재 이유가 있나? 한국에 문학상이 얼마나 될까? 수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수많은 문학상 중 하나인 동인문학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조선일보의 주관이지만 처음 제정될 당시는 의문사로 세간에 오르내리는 장준하의 잡지 사상계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인 김동인을 내세운 문학상을 만들었을까. 이를 보면 친일행위에 관한 인식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동인문학상은 김동인의 삶처럼 파란만장하다. 사상계에서 시행하다가 십몇 년을 건너뛰고 동서문화사를 거쳐 조선일보에서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자칭 "국내 최고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문학상의 주인공 김동인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이다. 문학적 업적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의 친일행위를 덮을 수 없다. 조선일보의 동인문학상 소개 중 일부이다. 국내 최고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동인..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글이 그 출처를 알 수 없다. 출처를 알지 못하는 것에는 다른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저작권에 관한 문제가 그 하나이고 글의 진위를 알 수 없다. 저작권이야 책에서 인용하지 않는다면 운신의 폭이 있다. 하지만 잘못된 글이 퍼져 당연시되는 것은 큰 문제다. "인생은 5분의 연속이다." 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다. 아마도 'OO 편지' 같은 메일링 업체에서 만든 글이 아닐까. 누가 작성했는지 모르지만 사연이 있는 이야기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많은 생각을 하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더구나 위대한 작품을 남겨 톨스토이와 비견되는 대문호가 되었다. 그의 이름은 도스토예프스키이다. 읽는 이가 감동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록 그의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어..
혁명은 실패하지 않았다 : 동물농장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청소년에게도 필독도서이다. 책에는 나름의 해석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 해석을 보면 과연 옳은지 의구심이 든다. 아이들에게 책을 보라고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가. 특히 아동도서와 청소년 도서에는 어쭙잖은 해석을 해 책의 질을 떨어뜨리고 보는 이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다. 공산주의 혁명이 절대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 작품이며 오웰이 《동물농장》에서 말하려고 한 것은 바로 공산주의 혁명에 대한 비판이다. 공산주의는 개인이 재산을 갖지 않고 모든 사람이 함께 일하고 나눠 갖는 계급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는 사상이다. 하지만 돼지가 점차 다른 동물을 지배하면서 이들 사이에 다시 계급이 생겨나고, 지배층은 다른 동물의 노동을 착취한다. 오웰은 공산주의 이론이 현실에서는 ..
나는 이런 편견들을 부숴 버리고 싶을 뿐이다 : 내일도 우리 담임은 울 삘이다 문제아의 문제가 단지 그들의 문제라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왜? 문제아이니까. 너희들의 시선 _정준영 내가 공고에 다닌다고 그렇게 쳐다 볼 일 아니잖아 내가 공고에 다닌다고 그런 말 해도 되는 거 아니잖아 그런 어른들의 시선이 우릴 비참하게 만들잖아 너희 학교는 공고니까 비웃듯 말하는 네 표정이 너랑 나랑 이젠 다르다는 말투가 '내가 왜 그랬지'라는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하게 만들잖아 자꾸 그렇게 볼 수록 정말 난, 네가 말하는 내가 되어 가고 있잖아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들은 실업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무식하고 사고 치고 예의 없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일까? 바로 실업계라는 것 때문이다." 편견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잣..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신석神釋 _ 도연명陶渊明 大鈞無私力 대균무사력 - 천지의 변화는 사사롭지 않고 萬理自森著 만리자삼저 - 모든 섭리는 만물을 반영한다 人爲三才中 인위삼재중 - 사람이 삼재(天·地·人) 속에 있는 것은 豈不以我故 기불이아고 - 나로서 비롯됨이 아니겠는가 與君雖異物 여군수이물 - 내가 그대들과 다른 존재이긴 하나 生而相依附 생이상의부 - 날때부터 서로 의지해 함께 살면서 結託善惡同 결탁선악동 - 결탁하여 선과 악을 같이 했으니 安得不相語 안득불상어 - 어찌 한마디 안 하겠는가 三皇大聖人 삼황대성인 - 복희 신농 여와의 세 황제도 今復在何處 금부재하처 - 죽어서 지금은 어디에도 없으며 彭祖愛永年 팽조애영년 - 불로장생을 꿈꾸던 팽조도 欲留不得住 욕류부득주 - 결국 죽어 살아 남지 못했네 老少同一死 노소동일사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 군상 성석제는 처음이다. 이름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기 작품집을 읽고 싶었다. 성석제에 관심을 둔 이유는 항간에 떠도는 그의 평판보다도 '엽편소설'이기 때문이다. 마침 이 책이 50퍼센트 할인하는 것을 알라딘에서 보고 주문하고 바로 읽었다. 이 책을 읽고난 감회는 참 '인간적이다'이다. 내가 '인간적'이라고 말한 것은 많은 인간 군상이 나온다. 어떤 이는 우리가 자주보는 인간이며 또 어떤 이는 참 희한해서 소설 속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인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곁에 있는 인간이다. 책은 이러저러한 여러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본디 소설이란 게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던가. 서푼어치 소설에서 뭐 그리 대단한 것을 찾겠는가. 거기에서 위대한 스승을 얻겠는가. 그저..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안개는 신비하다. 도대체 무엇인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안개의 정체를 알 수 없음은 물론이고 안개가 감싸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안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안개가 감싸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안개는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하지만 안개도 만능이 아니다 멀리 보이는 것만 보호한다. 가까이 다가가 그 실체를 알려고하면 안개의 그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 자리의 안개는 다른 먼 곳을 보호하려 그곳으로 가 있다. 그래서 안개는 현실적이다. 보지 않으려 하는 것만 감춘다. 보려 하면 안개는 그저 말없이 보여준다. 얼마전 신문에서 '안개의 나라'라는 詩를 빗대어 쓴 글을 읽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안개의 나라'라는 것이다. 온통 안개속에 있어 무엇인지 구별할 수 없..
허균과 홍길동이 꿈꾸던 세상 도 삼국지처럼 여러 판본이 있겠거니 했지만 내용마저 다르다. 내가 읽은 것은 20세기초 사직동 세책방에서 제작된 3권 3책으로 이루어진 '세책본貰冊本'이다. 세책이란 대여본을 의미한다. 대부분 완판이나 경판을 번여간 것이다. 아동용 홍길동에서 광해군을 폭군으로 말하는 것은 불편하다. 광해군의 폭정으로 허균도 그로 인해 죽었고, 왕에서 쫒겨나게 된다는 식이다.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부정확한 정보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준다. 홍길동을 읽으며 무엇을 생각할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인지 도무지 안타깝다. 아이들 책일수록 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함에도 통념으로 해석을 달고 있다. 차라리 해석을 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원문만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 홍길동 이전에 허균의 삶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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