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법정

(4)
절망은 허망하다. 희망이 그러하듯이 법정도 알고 도 알지만 정작 를 읽어 본 이가 얼마나 될까? 문고판으로 몇십만 부가 팔렸다고 하지만 지금은 팔지도 않으니 읽을 방도가 없다. 얼마 만에 다시 읽는지 그 햇수를 셀 수도 없이 오래되었다. 어쩌면 지금 처음 읽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말처럼 나도 를 다시 읽고 있다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읽다' 앞에 붙은 '다시'라는 말은 그는 유명 저작을 아직 읽지 않았음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의 궁색한 위선을 드러낸다고 했다. 소유는 이해와 정비례한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법정은 무소유를 말하고 그 실천으로 책을 걷어갔다. 이문열의 의 고죽이 젊은 날 치기 어린 작품을 걷어 태워버린 것이 떠오르면 법정..
생긴 원래 모습대로 살고 싶다 바닷가에 있는 매끈한 조약돌을 다듬는 것은 거친 정이나 끌 같은 도구가 아니라 날마다 말없이 쓰다듬어 주는 파도의 손길이다. _법정 파도가 조약돌을 쓰다듬어 주었다고 하지만 그건 인간의 시각이다. 조약돌은 생긴대로 살고 싶다. 하지만 파도는 조약돌을 가만두지 않는다. 수시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모가 난 부분을 갈아 둥글게 만들려 한다. 조약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도 않는다. 그저 둥글둥글한 것이 조약돌이라며 파도는 둥글게 만들려 한다. 혹여 인간이 다치지 않을까 염려하며 조약돌을 둥글고 매끈하게 만들려 한다. 반들반들한 조약돌의 모습을 진정 조약돌이 원하는 모습일까? 자신을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에서 나온 것이다. 조약돌은 생긴대로 모습으로 살고 싶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
친구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 아니라 "가깝게 오래 사귈 사람"이다 친구를 사귐에는 오로지 정신을 깊게 하는 일 말고는 딴 뜻을 두지 마라. _칼란 지브란 좋은 친구란 서로의 빈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사이일 것이다. 서로의 빈 마음에 현재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그런 사이여야 할 것이다. 그 어떤 선입관념을 가지고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가 정신을 깊이 한다는 것은 참으로 소망스러운 일이다. 정신을 깊이 하는 일을 통해서, 서로가 힘이 되고 빛이 되어 한없이 승화할 수 있다. 형식논리로는 하나 보태기 하나는 둘밖에 안 된다. 그렇지만 정신을 깊이 하는 창조적인 우정에는 둘을 넘어 열도 백도 될 수 있다. 정신을 깊이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예절과 신의를 바탕으로 서로 간에 창조적인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범속한 사귐과 한때의 알..
법정스님의 유언을 보고 고죽을 떠올리다 금시조 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시고 그의 유언장으로 더 이상 스님의 책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집에 스님의 책은 몇 권 있지만 그리 자주 읽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스님의 는 제목이 주는 감동으로 읽어보고자 하였으나 아직도 위시리스트에만 있다. 스님의 를 5만원이상 팔려고 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중고책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것이고, 그 가격에 원하는 이가 있다면 적정한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구매하는 이가 없다면 가격을 다운시킬 것이니 별다르게 비난하거나 토를 달 필요가 없다. 법정스님 유언장을 보면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라 하였다. 이 말을 보니 불현듯 이문열의 에 나오는 고죽이 떠오른다. 소설 속의 고죽과 스님을 비교하고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