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내 나는 커피 썩 물렀거라
커피판매점이 한 집 걸러 생기더니 이제는 음식점보다 커피판매점이 더 많다. 커피전문점이라 말하고 싶지도 않은 프렌차이즈 간판만 내건 커피 판매점이다. 커피 값은 한 끼 밥값을 넘긴 지 이미 오래다. 그 커피가 정말 맛있는지 알 수 없다. 커피 맛을 느낄 수 없는 아메리카노를 먹든지 아니면 비싼 카피에 시럽을 잔뜩 넣어 설탕 맛으로 먹는 이가 대부분이다. 비싼 값을 주고 먹을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커피는 쓰다고 인식하고 있는 우리 입맛에 관해 황교익의 커피보다 더 큰 쓴소리이다. "과하게 태운 커피는 고유의 향이 다 달아나는데, 이를 마시며 케냐는 어떠니 코스타리카가 어떠니 하고 무게 잡는 이를 볼 때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맛있는 커피가 어떤 맛인지 마셔보고 싶다.
커피 열풍이다. 목 좋은 곳은 대형 커피 프렌차이즈 매장이 차지했고 동네마다 작은 커피가게가 진을 치고 있다. 한국인이 언제부터 이 쓰디쓴 커피를 좋아했는지, 참 신기한 노릇이다.
커피 열풍이 나쁠 것은 없다. 그 들척지근하고 구수한 인스턴트커피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한국인에게는 복된 일이다. 그러나 시판되는 커피를 살펴보면, 이게 과연 마실 만한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원두를 볶은 것이 아니라 거의 태우다시피 한다. 기름 탄내가 혀 점막을 덮어 역겹기까지 한 커피가 잘도 팔린다. 오직 '브랜드 커피'이기만 하면 맛있는 커피인 줄 아는 소비자 수준이 문제다.
커피를 태우듯이 심하게 볶는 이유가 있다. 원두의 질이 안 좋기 때문이다. 수입되는 원두는 그 질이 제각각인데, 질 떨어지는 원두를 보면 덜 익은 것, 깨진 것, 벌레 먹은 것이 숱하게 보인다. 이 불량 원두를 약하게 볶으면 온갖 잡내가 올라온다. 그래서 태우듯 강하게 볶아버린다. 커피는 원래 쓴맛이 난다는 한국 소비자의 얕은 지식을 이용한다. 원두가 타서 나는 쓴맛도 커피 본래의 쓴맛인 듯이 여기니 그렇게 팔 수 있다. 과하게 태운 커피는 고유의 향이 다 달아나는데, 이를 마시며 케냐는 어떠니 코스타리카가 어떠니 하고 무게 잡는 이를 볼 때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