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함곡관으로 돌아오다
역사 인식(재해석)을 새로 하는 것으로 현실적 문제에 대한 지혜와 비판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작업에는 늘 두 가지 혐의가 따른다.
첫째, 현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를 동원하는 것(관제화된 역사문화) 둘째, 검열을 피하기 위해 역사 뒤에 작가의 발언을 숨기는 것(도피로서의 역사문학). 다행히도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소품문에서는 두 가지 혐의를 발견할 수 없다.
「노자, 함곡관으로 돌아오다」는 중국인의 현실주의를 잘 드러내 주는 작품이다. 소를 타고 인간이 없는 사막을 찾아 道와 德을 찾으려고 했으나, 자신이 아끼던 소만 죽이고 다시 마을로 돌아와 이렇게 말한다. 검둥이 소가 내 선생이 됐던 거지. 그는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네. 즉 인간관계를 절대로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과, 인간관계를 떠나면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이지. 도덕이나 열심히 떠들어대며 사막으로 뛰쳐나가기보다는, 오히려 일반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가 한 포기 묘목부터 심는 게 좋다는 것이지.
『역사소품』이란 계몽적 성격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편마다 선전문학을 뛰어넘는 문학적 아취를 품고 있다는 것도 말해두고 싶다. 예를 들어 「노자, 함곡관으로 돌아오다」의 중의적 구성은 이렇다.
① 사막으로 떠난 노자로부터 『도덕경』을 받은 관윤(문지기)이 『도덕경』의 탈속적인 세계관에 취해 나무 밑에 거지처럼 누워 있다. ② 사막으로 떠났던 노자가 허기와 갈증에 지친 채 돌아와 관윤에게 물과 떡을 얻어먹고 마시며 인간 세계를 찬미한다. ③ 속세로 돌아가는 노자를 향해 관윤이 욕을 해댄다. 이 짧은 소품문의 주제는 노자의 현실 긍정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노자가 환속의 소감을 펼치는 ② 가 아니라, 관윤이 두 번이나 농락당한 ① 과 ③ 이다. 노자는 탈속이나 현실 어느 양쪽에도 포함되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이 소품문의 묘미가 있다.
(노자는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소를 찾아보려 했지만 늘 놓치곤 했다. 다른 관점에서 노자의 소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6』

▐ 노자 - 역사소품
“사람들을 올바르지 않은 길로 나아가게 하는 나의 이 『도덕경』을 내가 태워버리지 않으면 안 되겠군.”
노자는 죽간에 쓴 자신의 『도덕경』을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오른손에는 소꼬리를 들고 천천히 동남쪽으로 걸어갔다.
“쳇! 저놈의 거짓말쟁이, 사기꾼, 도둑놈, 내가 저 늙은 악마의 놀림감이 되다니.... 저놈은 그 검둥이 소를 팔아먹은 게 틀림없어. 그래놓고 억지로 길게 거짓말을 만들어서는 내 보리떡 두 장까지도 빼앗아 먹어버린 거야....”
관윤은 화를 참지 못하고 허공에다 주먹질하며 노자가 걸어간 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이 역사 이래 최고의 도둑놈아! 노자 네 이놈! 너 또 그 《위선경》을 걸머지고 가서 책방에 내다 팔고 보리떡 몇 개 얻어 처먹으려고 가져가는 거지. 이놈아....”
이 책을 저에게 써 주신 것을 저는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게 가직하고 잠시도 제 곁에서 떨어지게 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을 펴볼 때마다 뜨거운 불꽃 속의 지옥 같은 세계와 악마가 날뛰는 세계가 제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곤 하지요. 그리고 머릿속에는 시원한 바람이 서서히 불어와 몸의 구석구석을 시원하게 해 주곤 합니다. 그러면 저의 영혼은 육체에서 훌훌 빠져나와 현묘하고 현빈의 문으로 들어가곤 합니다.
한낮에 이 책을 읽으면 태양이 바로 달로 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 빛은 아주 차분하여 어렸을 때 저를 사랑해 주셨던 어머니의 맑은 눈이 생각나곤 합니다. 밤에 선생님 책을 읽으면 밤새도록 잠들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별들의 환희의 노래가 들려오고, 선녀들이 은하에서 몸에 물을 가얹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한 그루의 백양나무까지도 완전하게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 맙니다. 그리고 그녀들은 저에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곤 하지요.
그렇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책을 읽고 있으면 이 무한한 우주가 마치 하나의 종자에서 피어난 한 폭의 연꽃과 같이 느껴집니다. 그 향기는 모여서 음악이 되고, 그 색채는 가득히 채워져서 사방으로 흩어지게 되어 하늘에도 땅에도 향기와 아름다움, 그리고 애정과 생명이 온통 충만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홍수로 세상의 모든 인간들을 뿌리째 씻겨 내려가게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머리에 두 개의 뿔이 생겨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 들소와 같이 받아넘겨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나는 이 책 속에서 도道다 덕德이다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떠들어댔지만 결국 이기적인 소인에 불과했던 것이네. 그래서 이 책이 완전한 위선으로 가득 찬 경전이라고 하는 것이네, 나는 나 자신이 처너 유일의 참된 인간임을 나타내 보이기 위하야 특별히 서쪽의 사막길을 택했던 것이고, 사막에 가서 특이함을 나타내려고 했던 것이야. 나는 참으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야. 문을 나가보지 않으면 결국 천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슬프게도 내가 상상한 사막과 현실적인 사막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네.
—『역사소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