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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겨울 바다에서 나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

한방블르스 2025. 9. 9. 16:00

김영현 작가가 25년 5월 9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싸우는 법을 배워야지  
쉽게 타협하지 않고  
타협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말하고  
독초처럼 퍼렇게, 여우같이  
독사와 같이 가시나무같이 살아  
이기는 법을 배워야지.  
—「싸움꾼의 노래」 中

김영헌은 시보다 소설을 먼저 알았다. 아마도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일 것이다. 「풀빛판화시선」으로 나온 『겨울 바다』로 그를 읽었다. 몇 년 후, 『남해 엽서』를 보았다. 그와의 기억은 끝이다. 소설집은 어디로 가버렸고, 시집은 두 권을 가지고 있다.

그 후론 오랫동안 책장에 있었다. 어쩌다 실천문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나에겐 잊힌 이름이었다. 그의 부고 기사를 보았다. 그래도 젊은 시절 한때나마 같이 있었던 그를 다시 꺼내 읽었다.

빈털터리 바다  
온종일 눈이 내렸다  
밧줄에 묶인 木船은  
낮게 신음하며 흔들리며  
성난 사내 하나  
눈을 맞으며 왔다.  
—「겨울 바다」 中

바다여,  
불면으로 뒤척이는,  
뒤척이는, 오오랜 바다여,  
내 어찌 한 순간엔들 그대를 잊었으리!

가시나무 같은 내 가슴속  
그대 오랫동안 뒤척였으니  
이제

나도 나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  
—「다시, 겨울 바다에서」 中

겨울 바다에 ‘성난 사내가 눈을 맞으며 왔다‘가  
다시, 겨울 바다에서 ‘나도 나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 던 시인,  
잘 가시라.

황지우의 말을 빌어,  
죽음 뒤에도 집은 있어야 하니, 부디 좋은 방 얻어 편히 주무시라.

오로지  
사랑을 하는 자와  
혁명을 꿈꾸는 자만이  
갈 수 있었던 그 길을 향해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 보아라  
—「바람 속으로」 中




부고기사에서 재미있는 것을 보았다.  

① 실천문학 대표를 지낸 김영현으로 표기  
② 소설가 김영현으로 표기  
③ 소설가 + 실천문학 대표를 지낸 김영현으로 표기  

개인적으로는 스카이데일리와 문학동네의 기사가 제일 맘에 든다.  
실천문학에서는 왜 아무런 글이 없지…

※ 한겨레신문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한때** 진보문학의 산실로서의 실천문학사 … 기자의 의견이겠지만 ‘한때’라는 표현에 실천문학은 기분이 좋지는 않겠다는 생각.  




문학은 자기 당대의 삶을 기록해 내는 것! 리얼리즘과 다양성의 문학을 부르짖던 전 실천문학 대표 김영현(1955년 생) 씨가 9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스카이데일리

시대와 인간을 고민한 소설가이자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실천문학사 대표를 역임한 김영현 선생님께서 5월 9일 향년 70세를 일기로 별세하셨습니다. -문학동네

문학의 현실참여와 민족 · 민중문학을 지향해 온 실천문학사 대표를 지낸 김영현 작가가 9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경향신문

한때 진보문학의 산실로서의 실천문학사를 이끌었던 김영현 작가가 9일 별세했다. 향년 70. - 한겨레신문

민중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소설가 김영현 씨가 9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한국일보

소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집필하고 실천문학사 대표를 지낸 김영현 작가가 9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연합뉴스

소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쓴 소설가 김영현이 9일 별세했다고 한국작가회의가 밝혔다. 70세. -중앙일보

소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펴낸 소설가 김영현이 9일 별세했다고 한국작가회의 등이 밝혔다. 향년 70세. -동아일보

소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집필한 김영현 작가가 향년 70세로 세상을 떠났다. -조선일보


브런치에 작성한 글을 다시 옮겨놓는다. 부고기사 관련 글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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