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間/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소록도가 아름다운 것은 소록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한방블르스 2025. 9. 10. 21:36

소록도가 아름다운 것은 소록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장소와 풍경이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내는 조화, 그 관계가 아름다움의 본질이다.

원래 PPL(Product Placement)도 그러했다. 기업은 영화를 통해 브랜드를 새롭게 보여주고, 영화는 기업을 통해 제작비와 장면의 리얼리티를 확보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순간, PPL은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금의 PPL은 본래 목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첫째, 여전히 단발성 계약에 갇혀 있다. 한 작품에 제품을 억지로 끼워 넣고 끝내는 방식이다. 관객은 브랜드를 기억하기보다 “광고가 지나갔다”는 인상만 받는다. 장기적인 전략이나 내러티브와의 관계 설정은 뒷전이다.

둘째, 내러티브와의 부조화가 심각하다. 드라마 속 인물이 갑자기 특정 브랜드를 들고 나와 설명하거나, 이야기 흐름과 전혀 상관없이 제품이 등장하면 관객은 몰입을 잃는다. 브랜드 역시 작품의 일부가 아니라 불쑥 끼어든 손님처럼 보인다.

셋째, 공간과 장면 설계의 부족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공간은 이야기를 담는 그릇인데, 많은 PPL은 그저 카메라 앵글에만 신경 쓴다. 그 결과 장면의 미학은 무너지고, 브랜드도 ‘어색함’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결국 지금의 PPL은 관객 경험을 왜곡한다. 관객은 새로운 감정과 세계를 만나기 위해 극장을 찾고 OTT를 켠다. 그런데 그 경험이 노골적인 브랜드 노출로 덮일 때, 남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반감뿐이다. 기업이 기대했던 ‘날개’는 사라지고, ‘짐’만 남는다.

물론 기업도 생존을 위해 브랜드를 알리고 싶고, 영화(드라마)도 제작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균형이다. 소록도의 풍경이 서로를 비추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듯, 기업은 문화(영화)를 통하여, 문화는 기업을 통하여 서로를 살려내야 한다. 그럴 때만 PPL은 진정 날개가 된다.

차세대 PPL은 광고주와의 장기계약을 전제로 한다. 일정 기간 동안 다수의 영화에 특정 제품을 반복적으로 등장시켜 브랜드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를 BPL(Brand Placemen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PPL이 다시 날개를 달 수 있을까. 답은 소록도에 있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관계에서 비롯된다.

참조: PPL(Product Placement)의 영화학적 접근과 이해 - 이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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