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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요

한방블르스 2025. 11. 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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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의 사회학』(이완수 지음, 시간의 물레)은 일간지 부고 기사에 담긴 가치관과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를 짚어낸다. 짧게는 몇 줄, 길어야 원고지 몇 장 안에 한 사람의 생을 압축해 넣는 일. 이 좁은 공간 안에서 기자가 고인의 삶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만약 고인이 저승에서 메일을 보낼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내 인생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요.”


이 장면은 영화 클로저에서도 스쳐 지나간다. 부고 기사를 쓰는 댄(주드 로)이 앨리스(내털리 포트먼)에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털어놓는 대사.

부장이 사망자를 알려주면, 다음 날 교정지를 보며 마지막 손질을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완곡어법’이라는 묘한 기술. 알코올 의존은 ‘풍류를 즐겼다’로, 성적 지향은 ‘개인 생활에 충실했다’로, 튀는 성향은 ‘사생활을 만끽했다’로 바꿔 적는 일.

국내 부고 기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인이나 유족이 상처받을 수 있는 표현은 자연스레 부드럽게 다듬어진다. 사망 원인을 그대로 밝히기보다 ‘노환’이나 ‘숙환’ 같은 말로 포장하는 관행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부고의 사회학 (한국 죽음기사의 의미구성) - 이완수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이처럼 ‘생물학적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사회학적 죽음’은 다르다. 죽음에 대한 미디어의 구성체계는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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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내 인생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니까!

“부장인 해리가 사망자를 알려주면…내일 판 교정지를 보며 마지막 수정을 해요. ‘완곡어법’을 써가면서. 알코올중독자는 ‘풍류를 즐길 줄 알았다’, 게이는 ‘개인 생활에 충실했다’, 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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