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 시인, 영면에 들다
박남철(朴南喆), 1953년 11월 23일 ~ 2014년 12월 6일
박남철 시인, 영면에 들다
—문계봉 시인
한 시대를 다소 거칠고 위악적인 모습으로(친한 지인은 격정적이라고 표현하겠지만...) 통과해 온 시인이 있었다. 그가 있는 자리에서는 늘 활극이 벌어졌고, 피가 튀었고, 술상이 엎어졌다. 그를 아는 지인들은 그를 피했고, 그를 모르던 사람들조차 만난 적도 없는 그를 ‘미래의 기억’으로부터 단절시켰다. 그럴수록 세상과 사람에 대한 그의 ‘발길질’은 더욱 그악스럽고 집요해졌고, 곧이어 사람과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고 박영근 형(시인)의 빈소에서였는데, 그날도 그는 앞자리 동료 시인의 코뼈를 부러뜨렸고, 경찰이 왔으며 빈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물론 그에게도 재기 발랄한 시를 쓰던 ‘청년의 시기’가 있었다. ‘시운동’ 동인들의 대부로서 구태의연한 문단을 향해 직격탄을 날릴 만큼 날 선 의식을 지녔던 시절이 그에게도 분명 존재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그에게서 위악과 엽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그의 명민한 시들조차 잊힐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지난 주말 그의 부고(訃告)를 받았다. 시인 박남철. 악마 같은 자본의 시대에 스스로 악마가 되었던 불운한 시인. 그의 시들이 슬프다. 그의 죽음이 슬프고, 그와 나의 인연이 슬프고, 시와 그의 인연이 슬프다. 지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눈 내린다. 그가 겪은 외로움과 모멸, 그리고 그에게 받은 뭇사람들의 치욕과 상처 위로 내린다, 솜처럼 포근한 눈, 눈, 눈송이들. 생각해 보면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처연하고 또한 깊은 것이냐.... 다시 한번, 명민했으나 오래 불운했던 한 시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