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년 부고를 쓰는 이유
호프스트라 대학교 영문과 교수 켈리 맥마스터스(Kelly McMasters)는 지난 9월 29일 뉴욕타임스에 ‘내가 매년 부고(사망기사)를 쓰는 이유(Why I Write My Own Obituary Every Year)’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한때 서점을 운영했고, 지난해에는 에세이 회고록 『떠나는 계절(The Leaving Season: A Memoir-in-Essays)』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맥마스터스는 지난주에도 부고를 썼다. 그는 해마다 한 번씩 자신의 사망 기사를 쓰는 일을 하나의 의식처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주변에도 해마다 부고를 쓰는 이가 있다. 어떤 교사는 그것을 새해 첫 문장으로 삼고, 또 어떤 이는 유대인의 새해인 로쉬 하샤나(Rosh Hashanah)에 부고를 쓴다. 또 다른 친구는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오르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자신의 삶을 정리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부고, 곧 ‘리빙 오비추어리(living obituary)’다.
켈리가 처음 부고를 쓴 것은 열두 살 무렵이었다. 호스피스에서 일하던 엄마가 말기 환자를 돌보는 준비 과정으로 자신의 부고를 써야 했고, 그 모습을 본 켈리도 일기를 바탕으로 따라 썼다. 나이와 집, 남은 가족, 학교와 직장에서의 성취, 그리고 공동체가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는지를 적어 내려갔다. 엄마는 그 뒤로도 20년간 호스피스에서 일했고, 만난 환자는 몇 시간 후, 혹은 몇 달 후에 세상을 떠나곤 했다.
자신이 쓴 부고를 돌이켜 보면 어떤 해는 짧고 형식적이었고, 또 어떤 해는 기쁨과 희망,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어느 해에 중요했던 것이 다음 해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딸, 아내, 아이의 엄마라는 호칭에서 이혼을 겪고, 힘겨운 이사와 혼란, 주변의 죽음을 기록하기도 했다.
쓸거리가 없는 해에는 상상 속의 부고를 남기기도 했다. 94세까지 살았다고 가정하며 박사 학위를 받고, 복권에 당첨되고, 동네 도서관에 거액을 기부하고,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따거나 고고학 발굴에 참여하는 이야기. 아일랜드 해안에 별장을 소유하는 꿈까지 써내려갔다. 그러면서 결국 누가 곁에 남아 있고 무엇이 남았는지를 되묻곤 했다.
맥나스터스는 2001년 9·11 당시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있었고, 그 뒤로는 부고를 쓰기가 힘들어졌다. 최근에도 결혼과 이혼으로 고단한 세월을 보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아예 부고를 쓸 수 없었다. 두 아이를 둔 싱글맘으로서 2020년 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는 부고가 ‘연습’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24개월 만에 다시 부고 쓰기를 시작했을 때, 시간은 탄력적이고 뒤틀린 듯했다. 마치 블랙홀 곁에서 글을 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부고를 쓰는 일은 위안을 준다. 공식 부고가 사후의 영향을 기록하는 문서라면, 일기 속 부고는 개인의 울림을 담는다. 오래전에 썼던 나 자신의 부고를 다시 읽을 때는 과거의 나를 넘겨보는 셈이다. 여러모로 그것은 옛날의 나와 다시 인사를 나누는 일이며, 그 자체로 위안을 얻는다.
올해는 부고를 평소보다 더 엄숙하게 쓰게 됐다. 아마 막내아들이 마지막 유치를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첫 줄에는 이름과 사망 연령을 적는데, 어느덧 나이는 마흔여덟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사진가이자 기자였던 이모, 내게 첫 일기장을 건네주었던 이모가 세상을 떠난 해이기도 하다. 큰아들은 이제 열네 살이다. 바로 이모가 떠났을 때 내 나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모가 내게 남긴 의미가 너무도 컸기에, 그것이 곧 그녀에게도 하나의 희망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뉴욕타임스 부고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Obit’에서 기자 마갈릿 폭스는 이렇게 말한다. “부고는 죽음과는 거의 관련이 없고, 삶과는 전적으로 관련이 있다.” 우리가 죽은 뒤에야 비로소 쓰이고 정작 스스로는 결코 읽을 수 없는 글, 그것이 부고다. 어쩐지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부고를 써본다면 삶을 더 명확히 바라볼 수 있고, 다행히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아직 고쳐나갈 시간이 있다.
(726) 켈리 맥마스터스: 내가 매년 부고를 직접 쓰는 이유, Why I Write My Own Obituary Every Year - 뉴욕 스
Why I Write My Own Obituary Every Year "내 부고는 위안이며, 수정할 기회를 준다" NYT 칼럼 호프스트라 대학교 영문과의 켈리 맥마스터스(Kelly McMasters) 교수가 9월 29일 뉴욕타임스에 '내가 매년 부고(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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