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적인 인도주의자 제인 구달, 향년 91세로 별세
제인 구달(Valerie Jane Morris-Goodall), 1934년 4월 3일 ~ 2025년 10월 1일 (91세)
세계적인 침팬지 전문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가 지난 1일(현지시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구달 박사의 연구는 인간과 침팬지가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 규명하는 데 기여했다. 동시에 그는 전 세계 환경보호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헌신해 온 운동가이기도 했다.
‘제인 구달 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구달 박사가 미국 강연 투어 중 캘리포니아에서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사의 발견은 “과학에 혁명을” 일으켰으며, 그는 “우리의 자연을 보호하고 보전하고자 지칠 줄 모르고 활동한 진정한 옹호자”였다고 전했다.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UN은 구달 박사는 “우리의 지구와 모든 생명체를 위해 끊임없이 헌신했으며, 인류와 자연에 놀라운 유산을 남겼다”며 애도를 표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별세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면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환경 보존 운동의 대가 중 한 분”라고 칭했다.
영국 그린피스의 윌 맥컬럼 공동대표는 “구달 박사의 유산은 비단 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박사가 촉발한 자연보호 및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글로벌 활동에도 살아 숨 쉬고 있다”라고 전했다.
영국의 자연학자인 크리스 팩햄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구달 박사를 자신의 영웅 중 하나로 꼽으며, 가히 “혁명적”이고 “경이로운” 인물이었다고 표현했다.
“꼭 필요한 이 시기에, 이 지구의 생명을 위해 최전선에서 싸워줄 영웅 하나를 잃었다는 사실은 실로 비극입니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자란 구달 박사는 ‘닥터 둘리틀 이야기’와 ‘타잔’ 같은 책을 읽으며 동물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다 20대 중반 무렵, 케냐에 있는 친구의 농장에서 지내던 중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인 루이스 리키 교수를 만나게 된다. 당시 별다른 학위도 없던 구달이었으나, 리키 교수는 잠재력을 알아보았고, 1960년 탄자니아 정글로 가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같은 해, 구달은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장면을 최초로 기록하게 된다. 자신이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고 이름 붙인 수컷 침팬지가 막대기로 흰개미집에서 흰개미를 꺼내먹는 모습이었다.
그때까지 도구 사용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지능적인 행동으로 여겨졌다. 구달의 발견은 이러한 오랜 과학적 고정관념을 뒤집고 진화학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여러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되었고, 1965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 모델이 되어 국제 사회에 침팬지들의 감정 및 사회적 삶에 대해 소개했다.
구달은 동물들도 강한 가족적 유대감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영토를 두고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배우이자 감독인 오슨 웰스가 내레이션을 맡은 TV 다큐멘터리 ‘미스 구달과 침팬지의 세계’에는 구달이 아기 침팬지들과 놀고 씨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름을 지어주고, 심지어 ‘내 친구들’이라 부르는 등 연구 대상인 동물들과 매우 친밀하게 어울리는 그의 접근 방식에 당시 일부, 주로 남성 과학자들은 조롱하기도 했다.
구달 박사는 정규 학사 학위나 과학 교육 없이 자신의 연구 결과만을 바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편 현장 경험을 쌓은 구달 박사는 이후 동물원이나 의학 연구실의 침팬지를 해방시키고자 활동가로 변신하였으며, 점차 광범위한 서식지 파괴의 참상을 알리며 기후 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호소하는 데도 앞장섰다.
구달 박사는 지난해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6번째 대멸종 한가운데 있다 … 자연을 복원하고 기존 숲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수록 좋다”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적지 않은 나이에도 어떻게 계속 활동에 대한 동기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분명 사람들은 자녀들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원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1977년 설립된 그의 ‘제인 구달 연구소’는 침팬지를 보호하고, 동물과 환경을 돕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구달 박사는 2003년 대영 제국 훈장을 받았으며, 2025년에는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 훈장을 받았다.
활동을 위해 끊임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2022년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986년 이후로 같은 침대에서 3주 이상 잠을 잔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별세 직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일주일 전에는 뉴욕에서 열린 공개 인터뷰에 참석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3일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릴 행사(매진된 상태였다)에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선구적인 인도주의자
해리와 메건 서섹스 공작부부는 성명을 통해 구달 박사는 “지치지 않는 자연 보호의 옹호자”였다면서 깊은 애도를 표했다.
공작 부부는 “구달 박사는 선구적인 인도주의자이자, 과학자이자, 지구의 친구이자 우리의 친구였다”라고 전했다.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구달 박사를 “지구의 진정한 영웅”으로 칭하며, “지난 수십 년 간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전 세계를 누비며 전 세대들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일깨워주었다”라고 했다.
“구달 박사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자연을 사랑하고, 이를 지키고자 행동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습니다.”
쥐스탱 트리도 전 캐나다 총리 역시 “구달 박사가 보여준 깊은 연민은 앞으로의 환경 보존 운동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애도를 전했다.
‘그린피스’와 ‘PETA’를 포함한 여러 환경 단체들도 구달 박사의 정신을 기렸다.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향년 91세로 별세 - BBC News 코리아
구달 박사는 세계적인 침팬지 학자이자 환경보호운동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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