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블르스 2025. 10. 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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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철(朴南喆), 1953년 11월 23일 ~ 2014년 12월 6일

 



시인 박남철  
—이상국

스펨 메일처럼 부음이 왔다  
삼십대 후반쯤이었는지 어느 해  
젊은 여성과 동행한 시인과 나는  
속초 갯가에서 문어 안주로 낮술을 마셨다  
시가 부러웠고 머리카락도 열정적이었다

그로부터 삼십년도 더 지나 내가 어떤 문학지에  
객없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던  
한 날 첫새벽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뜸 야 이 엑스엑스엑스야  
누가 나에게 원고 청탁하랬어  
그는 거침없이 육두문자를 날렸고  
나는 쓸데없이 쫄아서 공대했다

끊으면 다시 걸었다  
걸면 다시 끊었다  
이삼년 지나 우연히 인사동에서  
우리는 다시 초면처럼 인사를 나눴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일생에 단 두번을 만나고  
오늘 루머 같은 부음을 들었다

나는 벌써 나처럼 그가 그립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랬을라고,  
시인을 잃고 눈이 퉁퉁 부었을  
그의 시도 안됐다

—『달은 아직 그 달이이다』(창비, 2016)



2014년의 일이었을 겁니다. 박남철 시인의 루머 같은 부음을 들은 게...  
이상국 시인도 생전에 그를 두 번 만났다는데, 저도 생전에 딱 두 번 그를 만났더랬습니다.  
이상국 시인도 새벽에 전화를 받고 육두문자 공격을 받았다는데, 저도 언젠가 한 번 새벽에 그의 전화를 받았더랬습니다.  
이 엑스엑스엑스야!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육두문자 공격을 받았더랬습니다. 물론 쫄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이상국 시인은 그가 그립다는데 저는 전혀 그립지 않습니다.  
이상국 시인은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랬을라고,/ 시인을 잃고 눈이 퉁퉁 부었을/ 그의 시도 안됐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좀 더 살아봐야 하나 봅니다. 아직은 제 삶이 영글지 못한 모양입니다.  
고백하자면, 그의 시가 안됐다 하기에는 아직 그의 폭력적인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말입니다.  

시인이 마치 벼슬이라도 되는 양, 으스대는 시인이 참 많지요.  
어떤 시인도 따르지 마시길요. 시인은 시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반푼이니까요. 시인은 독자가 채워주어야 하는 반푼이니까요.  

이런 얘기를 하면, 이번에는 또 어떤 시인이 새벽에 전화를 걸어, “이 엑스엑스엑스야” 육두문자를 퍼부을지도 모르겠네요.

2017. 7. 3.

월간 태백/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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