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斷想/부고 · 추모 사이트를 위한 斷想

부고기사는 개인의 죽음을 비추는 ‘작은 창문’, 망자가 살던 사회를 비추는 ‘거대한 백미러’이다

한방블르스 2025. 10. 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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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신체적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언론이 알리는 사회적 죽음은 공평하지 않다. ‘죽음 알림’은 어떤 이가 죽었다는 고지(告知)나 부고(訃告)의 성격을 넘어, 개인의 죽음을 공유하는 사회적 죽음의 의례에 가깝다.

 

어떤 이의 죽음은 언론이 지향하는 이념에 따라 선택되거나 배제되기 때문에, 부고기사는 개인의 죽음을 비추는 ‘작은 창문’이나 망자가 살던 사회를 비추는 ‘거대한 백미러’에 비유되기도 했다.


 

부고기사와 부고광고는 성격이 다르다. 부고광고는 언론사의 광고국 직원이 영업 활동을 통해서 게재를 유치하는 것이며, 부고기사가 무료라면 부고광고는 광고료를 지불하고 지면을 사는 유료의 광고 활동이다. 

조사결과 지난 1920년부터 2022년까지 100여 년 동안 일간 신문에는 1만 3천465개의 부고광고가 실렸다. 논문은 이를 통해 망자의 인구통계적 특성, 발인 상세정보, 장례진행 등이 시기별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살폈다.

망자의 이름 고지 여부는 망자 이름 있음 75.4%와 망자 이름 없는 사례도 24.6%나 됐다. 즉, 망자의 이름을 직접 쓰지 않고 후손(대체로 장자)의 ‘부친상’과 ‘모친상’으로 표기했다는 뜻인데, 부고광고를 통해 망자의 추모보다 ‘후손의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부고 주체의 구성에서 “개인(45.4%)에 비해 회사 등의 단체(53.8%)가 더 많았다”며 “한국의 장례 의식이 집단주의 문화에 상당 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또한 성별, 직업, 나이, 사인(死人), 발인일자 등의 표기여부에 관한 시기별 분석을 통해 특정시대 ‘죽음’을 알리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음을 알려줬다.  



김병희 교수는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으로 나누어 부고광고의 양도 분석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이라는 신문 성격에 따라 부고광고의 물량과 크기에서 차이가 나타나는지 분석한 결과, 1920년 이후 10년 주기별로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의 부고광고는 물량(빈도), 세로 길이인 광고 단수, 광고의 가로길이(㎝)에서 시기별 차이가 나타났다. 전체 광고 물량을 비교한 결과, 보수신문의 광고 물량이 진보신문에 비해 3.76배나 많았다”라고 말했다.

논문은 말미에서 “부고광고는 부고기사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망자에 대한 유가족의 반응과 망자 관계인의 반응까지 비추는 ‘더 넓은 창문’이자, 죽음에 이어지는 장례 의식의 사회 문화적 변화 추이를 속속들이 비춰주는 ‘커다란 룸미러’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라고 정의했다.



광고계에서는 향후 소비를 주도할 스마트(S.M.A.R.T) 시니어 계층에 주목하자는 마케팅 관점에서 부고광고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에 주목했으며, 코로나19가 가져 온 ‘죽음은 내 가까이 있다’는 인식의 변화는 언젠가 시니어 계층의 유가족이 ‘상조보험’처럼 준비하게 될 것 중 하나로 부고광고를 이야기하고 있다.

 

논문 요약

100년 동안의 한국 부고광고에 나타난 죽음 알림의 내용분석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1. 연구 목적과 의의

• 기존 연구가 부고기사(obituary) 중심이었다면, 본 연구는 유료 부고광고(death notice) 의 역사적 변천에 초점을 맞췄다.
• 부고광고는 단순한 죽음의 통지가 아니라, 유가족의 사회적 반응과 장례 문화의 변화를 비추는 ‘사회문화적 거울’ 역할을 한다.

2. 연구 방법

• 분석 대상:
    · 보수신문(동아일보) 10,637건
    · 진보신문(경향신문·한겨레) 2,828건
• 기간: 1920~2022년 (10년 단위로 구분)
• 분석 항목:   
    1. 부고광고의 물량과 크기
    2. 망자의 인구통계적 특성
    3. 사망 알림 및 장례 정보
    4. 광고 형식과 표현 방식

3. 주요 결과

(1) 부고광고의 물량·크기 변화
• 보수신문이 전체의 79%로 진보신문보다 3.7배 많음.
• 1950~60년대에 정점(각각 17.1%, 19.8%)을 찍은 후 점차 감소.
• 보수신문의 광고가 세로 단수(3.0) 와 가로길이(7.2cm) 모두 진보신문보다 작았음.
• 이는 경제력·계층 구조의 반영으로 해석됨.

(2) 망자 정보의 변화
• 망자 이름 표기: 전체의 75% (192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 성별 표기: 남성 76.7%, 여성 23.3%로 성비 불균형.
• 나이 표기는 거의 없음(0.0%) — 연령 언급을 꺼리는 문화적 특성.
• 직업은 기업인(17.9%)이 가장 많음.

(3) 사망·장례 정보 변화
• 사망 일시 표기는 93% 이상으로 보편화.
• 사망 원인은 ‘숙환·노환’이 94%로 압도적 — 완곡한 표현 선호.
• 발인 장소는 1950년대 이후 병원→전문장례식장으로 이동.
• 장지도 선산 중심에서 공원묘지·납골당으로 변화.

• 발인지역은 수도권 집중 현상 심화.

(4) 부고 형식 및 표현 변화
• 유형은 대부분 사망고지 광고, 일부는 감사광고(장례 후)나 상중 인사광고.
• ‘별세’ 표현이 가장 많이 사용됨.
• 헤드라인에 ‘부고’ 표기는 점차 감소 — 형식적 간소화.
• 부고 주체는 가족 중심(가족장) → 점차 회사장·단체장 등으로 다양화.

4. 해석 및 시사점
• 부고광고는 단순한 알림을 넘어 사회적 관계망(‘매연’) 을 매개하는 기능을 수행.
• 언론의 이념적 성향(보수 vs 진보)에 따라 부고의 양과 형식이 달랐다.
• 죽음의 사회적 구성 방식이 시대별로 달라졌으며, 이는 경제력·도시화·언론 이념의 영향을 받았다.
• 오늘날 부고광고는 사회적 기억과 디지털 추모 문화로 전환되고 있다.

5. 결론

• 100년의 부고광고는 한국 사회의 죽음 인식, 장례 문화, 사회적 관계망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반영한다.
• 부고광고는 ‘죽음의 공지’가 아니라, 시대의 사회적 감수성과 가족·공동체의 변화를 드러내는 “사회문화적 기록물” 로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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