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월러, 마음속 다리를 남긴 작가를 기억하며

로버트 월러, 마음속 다리를 남긴 작가를 기억하며
1992년, 한 권의 소설이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 소설을 쓴 로버트 제임스 월러(Robert James Waller)가 2017년 3월 10일,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암 투병 끝에 찾아온 이별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월러는 아이오와에서 자랐다. 그가 걸어온 길과 그의 작품 속 배경은 겹쳐 있다. 작은 마을, 넓은 평야, 그리고 시간 속에 잊힐 뻔한 목조 다리들. 그는 노던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경영학과 경제학, 응용수학을 가르쳤고, 1981년부터 1986년까지 경영대학 학장을 맡았다. 평생 숫자와 관리, 논리와 전략 속에서 살았던 학자가, 세상의 가장 인간적인 순간을 그린 사랑 이야기를 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평범한 농가 아내 프란체스카와, 세상을 누비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가 로버트의 짧지만 깊은 사랑 이야기. 눈앞의 현실을 넘어, 사람의 마음이 닿는 순간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출간 당시 비평가는 “진부하다”, “감상적이다”라고 평했지만, 독자들은 단번에 그 마음을 알아보았다. 결국 1,200만 부가 팔리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3년 넘게 이름을 올렸다.
이 소설은 영화로, 뮤지컬로, 관광지로 변신했다.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1억 8,2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소설 속 다리를 보기 위해 아이오와 서남부 작은 마을, 특히 윈터셋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났고, 작품은 현실 속에 살아 움직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의 삶도 소설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성공 이후 가족과 함께 아이오와를 떠나 텍사스의 목장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만난 조경사 린다 보우와의 관계는 36년간 이어진 결혼생활을 끝내게 만들었고, 두 사람은 2004년 결혼했다. 사랑과 이별, 재회와 새로운 시작은 그의 삶 속에서 소설처럼 펼쳐졌다.
월러는 이후 여섯 편의 소설을 더 썼고, 마지막 작품은 2007년에 나왔다. 1992년작 『푸에르토 발라르타 스퀴즈(Puerto Vallarta Squeeze)』도 영화화됐고, 2002년 발표한 『A Thousand Country Roads』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후속작이었다. 그는 끝까지 인간의 마음과 시간, 사랑의 순간들을 글로 기록했다.
로버트 월러는 우리에게 다리를 남겼다. 그것은 물리적인 다리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그의 글은 때로 아프고, 때로 달콤하며, 우리를 잠시 멈춰 서서 사랑과 삶을 돌아보게 한다.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다리는 여전히 우리 속에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흔들리고 있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다시보며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의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중년의 사랑으로 머리에 남아있다. 케이블에서 다시 방영하는 것을 넋을 잃고 보았다. 잠시 광고가 나올 때 책장으로 가 먼지 자욱한 책을 꺼내 들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전에 책을 읽어야겠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한 작품이다. 그의 연출력은 인정받고 있다. 그보다는 그의 영화에 나오는 음악을 말하고 싶다. 음악에 조예가 깊고 뮤지션과 교류도 많다. 그의 영화를 볼떄 음악을 따로 듣는 것도 한 즐거움이다.
영화를 보면 기억에 남는 부분이 한 장면은 있다. 이런 장면이 없다면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다.
결정의 순간을 기다리며 떠나가는(? 기다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차를 바라보며 마음을 주체를 못하고 차 문을 잡고 고민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을 저미게 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클로즈업되면서 그간 보이지 않았던 갈등과 고민을 전부 표현하고 있다. 대단한 표현력이다. 도무지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오직 한 번만 오는 것” 처럼 나에게 찾아온다면 난 어찌하여야 하는가?
덧_
정말 아름답군요.
이런 말을 해도 된다면.
작업(?)하기엔 가장 적절한 말이다. 동의를 구한다는 뜻으로도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