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욕망을 먹고 자란다

우리는 왜 가짜뉴스에 속는가.
대부분은 무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믿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이미 옳다고 생각하는 세계관을 확인해 주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비난해 주며, 내가 바라는 결론을 증명해 주는 뉴스일수록 더 쉽게 믿는다.
이 책은 오보와 가짜뉴스의 본질을 단순한 거짓말로 보지 않는다. 진짜 위험한 것은 새빨간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너무도 빼닮은 거짓이다. 가짜 참기름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가 진짜 참기름인 것처럼, 가짜뉴스 역시 진실의 일부를 재료로 삼는다. 순도 100퍼센트의 거짓은 쉽게 들통나지만,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섞인 정보는 사람을 오래 속인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진실과 시간의 관계를 다루는 대목이다. 진실은 언제나 늦게 도착한다. 사건 직후에는 거짓이 먼저 퍼지고, 진실은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문제는 그 사이에 이미 많은 사람이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전쟁이 시작되고, 정치가 뒤집히고, 사람의 삶이 무너진 뒤에야 진실이 도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거짓 정보 자체보다 거짓이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시간을 문제 삼는다. 진실이 늦게 도착할수록 피해는 커진다. 거짓은 그 시간 동안 현실이 된다.
가짜뉴스의 확산을 소셜미디어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가짜뉴스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괴물이 아니다. 전통 언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틈을 파고든 결과다. 기존 언론을 믿지 않게 되었을 때, 그 빈자리를 다른 정보가 채웠고, 그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성장했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질문도 여기서 시작된다. 어떤 뉴스를 접했을 때 우리는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왜 나는 이 뉴스를 믿고 싶은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미 내가 믿고 있던 생각을 확인해 주기 때문인가. 만약 그 뉴스가 틀렸을 가능성을 상상하는 일이 유난히 불편하다면, 그 불편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진실을 빼닮은 거짓은 언제나 우리의 욕망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이 책은 가짜뉴스보다 욕망에 관한 책으로 읽힌다. 우리는 진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진실보다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더 사랑한다. 가짜뉴스는 바로 그 틈에서 태어난다.
다만 책을 덮고 나면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저자 양상우는 한겨레 사장 재직 시절 대기업 비판 기사를 표지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다는 편집권 침해 의혹을 받았다. 이후 YTN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졌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다룬 언론은 많지 않았다. 만약 일어난 일을 보도하지 않는 뉴스 공급자가 있다면, 그것은 가짜뉴스와 어떻게 다른가.
이 책에서 저자는 뉴스 공급자의 욕망을 집요하게 해부한다. 그러나 독자로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저자 자신 역시 그 질문 앞에 서 있는지 궁금했다. 오보와 가짜뉴스를 경계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편집권 침해 의혹의 당사자로 거론되고, 언론의 침묵을 비판하는 논리가 정작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진실 그 자체가 아니다.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의심하고, 검증하고, 반론을 허용하고, 틀렸음을 인정하며 다시 수정하는 절차 말이다. 진실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되는 과정 속에 존재한다.
결국 이 책은 가짜뉴스보다 인간의 욕망에 관한 책이다. 인간은 왜 거짓을 원하며, 욕망은 어떻게 진실을 압도하는가. 책이 던지는 질문은 독자뿐 아니라 저자 자신에게도 예외가 없다.
진실을 가리는 것은 언제나 타인의 욕망만이 아니다. 자신의 욕망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진실을 향한 가장 어려운 질문은 늘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