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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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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허망하다. 희망이 그러하듯이 법정도 알고 도 알지만 정작 를 읽어 본 이가 얼마나 될까? 문고판으로 몇십만 부가 팔렸다고 하지만 지금은 팔지도 않으니 읽을 방도가 없다. 얼마 만에 다시 읽는지 그 햇수를 셀 수도 없이 오래되었다. 어쩌면 지금 처음 읽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말처럼 나도 를 다시 읽고 있다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읽다' 앞에 붙은 '다시'라는 말은 그는 유명 저작을 아직 읽지 않았음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의 궁색한 위선을 드러낸다고 했다. 소유는 이해와 정비례한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법정은 무소유를 말하고 그 실천으로 책을 걷어갔다. 이문열의 의 고죽이 젊은 날 치기 어린 작품을 걷어 태워버린 것이 떠오르면 법정..
생긴 원래 모습대로 살고 싶다 바닷가에 있는 매끈한 조약돌을 다듬는 것은 거친 정이나 끌 같은 도구가 아니라 날마다 말없이 쓰다듬어 주는 파도의 손길이다. _법정 파도가 조약돌을 쓰다듬어 주었다고 하지만 그건 인간의 시각이다. 조약돌은 생긴대로 살고 싶다. 하지만 파도는 조약돌을 가만두지 않는다. 수시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모가 난 부분을 갈아 둥글게 만들려 한다. 조약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도 않는다. 그저 둥글둥글한 것이 조약돌이라며 파도는 둥글게 만들려 한다. 혹여 인간이 다치지 않을까 염려하며 조약돌을 둥글고 매끈하게 만들려 한다. 반들반들한 조약돌의 모습을 진정 조약돌이 원하는 모습일까? 자신을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에서 나온 것이다. 조약돌은 생긴대로 모습으로 살고 싶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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