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부고」 - 고인을 기리는 기억의 조각, 그 곁을 치열하게 마주한 뒤, 비로소 전하는 느린 부고
고인을 기리는 기억의 조각, 그 곁을 치열하게 마주한 뒤, 비로소 전하는 느린 부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부고 전문 기자인 제임스 해거티(James R. Hagerty)는 저서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Yours Truly)』를 이렇게 시작한다. 미국 시인 겸 소설가 짐 해리슨(Jim Harrison)이 한 소녀의 갑작스런 죽음을 논하며 쓴 ‘Larson’s Holstein Bull’의 마지막 시구를 인용한 것이다. 해거티는 이 책에서 비관적 뉴스가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고 읽기와 쓰기를 적극 추천한다.
“세상에서 전해지는 뉴스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하나 있다. 먼저 신문 1면을 펼쳐 최근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자. 그러고 나서 부고란을 펼치고 자신을 다잡는 것이다. 부고 기사를 읽다 보면 가장 암울한 시기에도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서 더욱 견고해진 낙관주의를 품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성공하는 법과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법, 생계를 꾸리는 법, 사랑에 빠지는 법, 자신의 수중에 떨어진 횡재를 나누는 기쁨을 알아가는 법을 발견했다.”
—제임스 해거티
이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더 치열히 읽고 적어야 하는 이유다. 본보의 「비로소, 부고」 역시 이 치열함의 한 걸음이다.
취재팀은 배우고 반성했다.
우리는 그간 많은 이야기를 누락했다.
· 유명하고
· 모두가 궁금해하는 인물을
· 접근 가능한 정보로
· 최대한 빨리 보도한다고,
이런저런 핑계로 어쩌면 놓치고 있을 사람 이야기, 삶과 세상에 대한 기록이 방대하다는 사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독자와 「비로소, 부고」의 이야기를 함께 이어나가고자 한다. 부고 속 마침표가 찍힌 자리에서 우리의 이야기, 낙관, 희망은 비로소 시작될 것이라 믿으면서.
죽음은 공평하다는 말은 틀렸다. 비로소 전하는 느린 부고
교수, 장관, 회장의 별세만 특별할까… 미처 몰랐던 보통 삶의 비범한 희망[프롤로그] 「비로소, 부고」를 시작하며 오래된 사망 기사 들고 전국 헤맨 까닭 떠난 이 곁에 남은 따뜻한 기억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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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포커스 취재 > 비로소 부고
느린 부고에 담은 남다른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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