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란 있을까······ 만약에 있었다면)
신은 악한 과일(선악과)을 왜 만들었을까.
모든 걸 아는 신은 결국 아담이 그걸 따먹게 될 것도 알았을텐데, 어길게 분명한 명령을 왜 내렸을까.
(신이란 있을까······ )
악이란 아무것도 아니다.(스피노자가 살던 17세기 철학자들은 악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악이 존재한다면 신이 그것을 창조했다는 말인데, 그런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즉 악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단지 우리가 선이라 불리는 어떤 자질이 결여된 상태다.
스피노자는 악만 아니라 선도 없다고 주장했다. 선과 악은 상관적인 것이므로 악이 없다면 선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선악이 사물이나 관념을 인간 자신의 생각과 이익에 맞추어 판단하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연 자체로 보면 선악이 존재할 수 없다. 늑대가 양을 잡아먹었다고 해서 늑대가 악하거나 양이 선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늑대가 악하고 양이 선한 것은 오직 양치기 눈에만 그런 것이다.
선악 관념은 인간이 양치기와 같은 시각으로 세계를 보기 때문에 생겨난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자신이 설정한 목적에 따라 판단하는 습관이 있다. 아예 세계 자체를 누군가 자신을 위해 판단하는 습관이 있다.
인간이 "능력 있고 자유롭게 태어났다면 어떤 선악 관념도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선악 관념이 생긴 것은 "이 가정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신이 아담에게 먹지말라고 했다. "만약 신이 그것을 먹지 못하도록 정했다면 아담이 그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아담이 받은 처벌은 중요하지 않다. 처벌 여부를 상관없이 명령을 어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의 절대성은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세상에 악한 과일이 있을 리 없다. 스피노자는 아담의 선악과는 우리가 흔히 보는 '독' 같은 것이라 했다. '독'은 결코 악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관계 속에서 우리와 맞지 않기에 우리를 해칠 수 있는 어떤 것일 뿐이다. (단지 우리와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지음/그린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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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도덕과 신의 도덕은 완전히 달라서 인간의 잣대로 신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착한 일을 하면 하늘이 복을 주고 악한 짓을 하면 하늘이 벌을 주는 것은 훗날 (인간이 만든) 종교에서 있는 일이다.
신은 그런 것에 관여하지 않는다.
아무리 착한 사람도 벌을 받는다.
천벌을 주느냐 상을 주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신의 마음에 달려있다.
그러기에 인간은 부지런히 신의 기분을 맞춰 주어야 하고 신에게 빌어야 한다.
내게 벌을 주지 말고 복을 달라고....
(신이란 있을까... 만약에 있다면)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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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기적을 보았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때 그 사람의 무지와 무능을 본 것이다.
기적이란 자연 질서에 어긋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일 텐데, 신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기 질서를 깬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신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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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_
고병권의 신에 대한 글을 읽고 몇 자 끄적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