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글
-
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제안을 왜 하는가
제안은 자주 길을 잃는다. 누구에게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상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생각해야 할 요소는 끝이 없다.그래서 자주 길을 잃는다. 모든 것을 고려하려다 결국 아무것도 선명하지 않게 된다.그래서 하나만 남긴다. 제안을 왜 하는가.이 질문 하나로 충분하다.✻제안은 기술처럼 보인다. 정보를 모으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만들고, 보기 좋게 정리하는 일. 흔히 말하는 ‘제안의 단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하지만 그 이전이 있다.왜, 이 제안을 하는가. 이 질문이 빠진 제안은 결국 형태만 남는다. 논리는 있지만 방향이 없고, 설득은 있지만 진심이 없다.그럴 때 제안은 쉽게 타협으로 흘러간다. 고객이 원하는 말만 골라 담고, 스스로도 믿지 않는 문장을 쓴다.✻스스로 만족하..
-
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뮌헨협정은 왜 전쟁을 막지 못했는가
1938년 9월 30일, 네빌 체임벌린은 헤스톤 공항에 도착해 군중 앞에서 협정문을 흔들었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 그는 “독일에서 명예로운 평화를 가져왔다”고 말했고, 이 장면은 BBC를 통해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불과 20년 전 끝난 제1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기억하던 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만은 피하고 싶었다.아돌프 히틀러는 1933년 권력을 잡았다. 프랑스는 위협을 느꼈지만 영국은 독일을 달래려 했다. 1936년 독일은 라인란트에 군을 진주시켰고, 1938년에는 오스트리아를 병합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대응하지 않았다. 베르사유 조약은 사실상 무력화됐고, 행동이 없는 항의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히틀러는 다음 목표를 꺼냈다. 주데텐란트였다. 독일계 주민이 많다는 이유였다. 그는..
-
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나는 가격을 고르는가, 아니면 가격이 나를 고르는가
화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쓰면서도 달콤한 초콜릿이다. 우리는 가장 싼 가격을 찾고, 가장 높은 임금을 원하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건넌다. 결국 돈은, 우리가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를 숫자로 번역해 주는 장치가 된다.우리는 흔히 말한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고, 인간관계에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 익숙하고, 그래서 의심하지 않는 해석이다.돈은 숫자이고, 숫자는 비교를 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비교는 판단을 바꾼다. 우리는 결정을 내릴 때, 다른 기준보다 돈에 더 큰 무게를 싣게 된다. 가격은 우리를 더 절약적으로 만들고, 동시에 더 욕심내게 만든다. 물질적인 선택을 더 쉽게, 그리고 더 자연스럽게 만든다.저자에 따르면, 행동주의적 의사결정 이론에서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이것이다...
-
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우리는 검은 백조를 보고도 믿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만의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만의 사실을 가질 수 없다. —마이클 스펙터 과학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그것을 종종 잊는다.백 마리의 백조가 모두 희다 해도,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가 나타나는 순간 그 가설은 무너진다. 과학은 바로 그 한 마리를 기다리는 태도다. 틀릴 가능성을 전제하고, 틀렸음을 인정할 준비를 하는 일. 그래서 과학은 언제나 미완이다. 완성된 진리가 아니라, 진리에 가까워지려는 과정이다.문제는 과학이 인간의 손을 거칠 때 시작된다. 과학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전제로 하지만, 연구를 하는 사람은 결국 인간이다. 명성, 돈, 권력. 이 모든 것이 개입하는 순간 과학은 방향을 잃는다. 그럴 때 과학은 더 이상 질문하는 체계가 아니..
-
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미술관은 작품보다, 그 순간을 남긴다
미술관을 다루지만, 읽고 나면 남는 건 미술이 아니라 ‘시간의 격차’다. 런던에서의 1년, 그리고 유럽을 가로지르는 미술관 동선. 이 여정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잔인하다.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미술관을 천천히 걷는다. 한 작품 앞에서 멈추고, 다시 걷고, 또 멈춘다. 이 반복은 단순한 관람 방식이 아니라 어떤 조건의 결과다. 충분한 시간, 이동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삶의 기반. 이 책은 그 조건을 설명하지 않지만,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감지하게 된다.문장은 두 겹으로 읽힌다. 표면에서는 미술관의 풍경과 감각이 흐르고, 그 아래에서는 따라갈 수 없는 삶의 속도가 드러난다. 누군가는 하루의 끝에서 겨우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 누군가는 도시를 옮겨가며 ..
-
음악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눈을 보면 알아 오랫동안 울어왔다는 걸하늘의 별도 이제 너에겐 아무 의미가 없어 그저, 거울일 뿐이야·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내 마음을 어떻게 부쉈는지조금만 더 여기 있으면 조금만 더 머물면내 마음, 들어줄 수 있을까오, 내 마음·혼자 서 있으면 그림자가 내 마음의 색을 가려줄까눈물 같은 파란색 밤의 두려움 같은 검은색하늘의 별도 여전히 아무 의미 없고 그저, 거울일 뿐이야·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내 마음을 어떻게 부쉈는지조금만 더 여기 있으면 조금만 더 머물면내 마음, 들어줄 수 있을까오, 내 마음·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이 낡은 마음을 네가 어떻게 부쉈는지조금만 더 여기 있으면 조금만 더 머물면내 마음, 들어줄 수..
-
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책방은 무엇으로 버티는가
20년 이상 운영한다는 건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는 뜻이다. 북큐레이션, 북클리닉, 서재 만들기 등 책방지기의 실제 경험을 담아 알려준다.‘곰곰이 책방’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만의 북큐레이션이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책방은 공간의 한계로 많은 책을 둘 수 없다. 그래서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책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넘쳐나지만, 정보가 많다는 것은 오히려 기준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실물을 보기 전에는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책방이 유용해진다.한정된 서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큐레이션에 달려 있다. 독자가 원하는 방향과 주제에 맞게 책을 선정하고 꾸려야 한다. 북큐레이션이 잘 되어 있으면, 책을 멀리하던 사람도 책을 찾게 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새로운 책을 ..
-
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우리는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본다, 그래서 실패한다
전략은 틀린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는 순간이다.히틀러는 갑자기 등장한 괴물이 아니었다. 그는 신호를 읽었고, 그 신호에 따라 움직였다. 라인란트, 오스트리아, 그리고 주데텐란트까지. 영국과 프랑스는 매번 한 걸음씩 물러섰다. 전쟁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또 다른 신호가 되었다. 더 나아가도 괜찮다는 신호. 뮌헨에서 체임벌린이 들고 온 ‘평화’는 사실상 전쟁의 예고장이었다.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왜 그들이 틀렸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정말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가.이 책이 겨누는 것은 특정한 역사적 실패가 아니다. 그 실패를 가능하게 만든 사고의 방식이다. 우리는 상대를 이해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 기준..
-
술 사주는 읽고쓰기
책과 놀다 보면 읽게 된다
미안하지만, 책방으로 사람을 이끌겠다는 저자의 바람은 빗나간다. 이 책은 이미 책과 놀고 있는 사람을 향하기 때문이다. 읽지 않아도 서가에 꽂아두고 싶게 만들겠다는 의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을 집어 드는 독자라면 이미 그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10년 넘게 헌책방을 지켜온 경험을 바탕으로 책과 노는 스무 가지 방법을 건넨다. 책을 읽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필사를 하려면 읽어야 하고, 서평을 쓰려면 더더욱 읽어야 한다. 몇몇은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결국 읽는 행위로 되돌아온다.그래서 이 책의 제안은 어딘가 모순처럼 보인다. 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다시 읽는 쪽으로 이끈다. 하지만 이 모순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
-
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많아지면 달라진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다.문제는, 무엇을 위해 많은가다. 전 세계의 연결은 ‘인지 잉여’라는 원재료를 만들었다.일을 하고 남은 시간과 에너지가, 더 이상 사라지지 않고 연결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기술은 발전했고, 참여는 확장되기 시작했다.이제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이 거대한 가능성을 어디에 쓸 것인가.개인의 창조성과 집단의 참여,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보상하느냐에 달려 있다.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왜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열정을 쏟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그 답은 인지 잉여다.자율적으로 만들고, 나누려는 인간의 성향.1조 시간에 달하는 이 잉여가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동력이 된다. 조각 피자의 비유가 이를 잘 보여준다.한 사람이 언제 피자를 원할지는 알 수 없다.그러나 충분히 많은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