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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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시와 소설
세상은 생각보다 빨라졌다, 80일간의 세계일주
아동용 도서로 오해받는 대표적인 고전이다. 우리는 제목 정도는 익히 알고 있지만 정작 읽어본 기억은 희미하다. 어쩌면 영화로 먼저 만났을지도 모른다.이야기의 얼개는 단순하다. 멋진 신사 포그, 약간 우둔하지만 충직한 하인 파스파르투, 우연처럼 등장하는 여인 아우다, 그리고 그들을 뒤쫓으며 위기를 만들어내는 무능한 경찰 픽스. 이 네 인물이 위기와 모험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런던으로 돌아온다. 세계일주는 당연히 80일 만에 성공한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여행하도록 하여 마지막 하루를 만들어내는 반전은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계산에서 나온 장치다. 물론 치밀한 포그라면 이런 착각을 했을 리 없지만, 독자를 위한 장치라고 이해하는 편이 자연스럽다.포그는 런던 중심가 상류층 사교모임인 개혁클럽의 회원이다. 돈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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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미국 대통령은 바뀌어도 전쟁 기계는 멈추지 않는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 대통령은 평화를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 기계는 멈춘 적이 없다. 1961년 1월 17일, 퇴임을 사흘 앞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미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군산복합체’라는 표현을 남겼다. 군부, 군수업체, 의회, 과학·공학 집단이 서로 기대며 거대한 영향력을 형성하는 구조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이 집단이 부당한 권력을 획득할 수 있으며, 부적절한 권력이 재앙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이미 존재한다고 그는 말했다.군비 확충은 돈만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노동자의 땀과 과학자의 뛰어난 두뇌, 어린이의 희망도 소모됩니다. 아이젠하워의 경고 이후 미국의 군사 예산은 세계 최대 규모로 팽창했다. 의회는 국방부 요구를 넘어서는 예산을 승인했고, 무기 산업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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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존에게, 우리 날아가자
존에게, 우리 날아가자바람 부는 날 우리 날아가자기댈 나무가 없어도 올라탈 구름이 없어도우리에게는 날개가 있고 바람은 우리와 함께하니까그거면 충분해 나는 그거면 돼바람 부는 날 우리 크게 숨 쉬자기댈 바다는 없었고 미끄러질 언덕도 없었어거리 위를 굴러가는 빈 병 하나를 보았지길모퉁이 찬장 위에 서 있는 그 병처럼구겨진 영혼이 자몽처럼 겹겹이 쌓여 있었어 Song for John—Yoko OnoOn a windy day, let’s go on flying There may be no trees to rest on There may be no clouds to ride But we’ll have our wings and the wind will be with usThat’s 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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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시와 소설
詩, 그 시간 끝에서 한 줄이 태어난다
시는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안다. 시인은 학교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화가나 음악가처럼 시인도 어떤 본질을 타고난다. 그것은 분해해 설명할 수도, 다음 사람에게 조립해 건네줄 수도 없다. 거의 신비에 가깝다.그렇다고 배움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본질은 가르칠 수 없지만, 시인이 되기 위해 익혀야 할 영역은 끝이 없다. 역사와 이론, 다른 시인의 언어. 타고난 불씨가 있다면 독서는 그 불을 키우는 산소다.창작 교실에서 스스로 과제를 정하라고 하면 많은 학생이 다른 시를 읽기보다 자기 작품을 쓰는 데 시간을 쏟는다.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시인은 이미 충분히 많다. 그러나 잘 쓰려면 먼저 깊이 읽어야 한다. 좋은 시는 최고의 스승이다. 어쩌면 유일한 스승일지도 모른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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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 추모 사이트를 위한 斷想
죽음이 있기에 함께하는 시간이 깊어진다
삶의 두려움은 대개 죽음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 다가올 그 순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요양보호사, 장례지도사, 펫로스 상담사, 신부, 호스피스 의사, 삶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다섯 사람의 문답을 엮은 기록이다. ‘죽음의 현장’을 오래 바라본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상실과 이별을 다시 생각한다. 모두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다.죽음은 우리가 반드시 마주할 유일한 진실이다. 대통령도 죽고, 부자도 죽고, 결핍을 가진 사람도 죽는다. 한국 사람도, 미국 사람도, 중국 사람도 죽는다. 세상에서 겪는 일은 제각각이지만 죽음만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아이러니하다. 가장 두려운 대상이기에 더 역설적이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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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전쟁 기계 - 멈출 수 있는가, 멈출 의지가 있는가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8일 이란을 공습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란의 미사일과 핵시설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불과 8개월 전 이란의 핵 능력을 “완전히 파괴했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그는 또 이란이 개발 중인 장거리 미사일이 곧 미국 본토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초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확보하려면 최소 10년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이번 공습이 즉각적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정책적 선택에 가까웠다고 분석했다.“나는 전쟁광을 몰아낼 것이다. 그들은 늘 전쟁하고 싶어 한다. 왜 그럴까? 미사일 한 기는 200만 달러다.”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또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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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커뮤니티를 위한 斷想
전기차, 정말 친환경인가 - 질문 커뮤니티
전기차, 정말 친환경인가전기차는 조용하다. 엔진 소리가 없고, 매연 냄새도 없다. 사람은 이 장면을 보며 안도한다. 드디어 친환경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하지만 잠깐 멈춰 보자. 정말 그런가.전기차는 달릴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도시의 공기는 분명 나아진다. 이 장면만 보면 답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넓혀 보면 어떨까.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전기차는 배기가스 대신 전기를 소비한다. 그 전기가 석탄에서 만들어졌다면 배출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셈이다.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또 다른 질문이 있다. 배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전기차 한 대에는 수백 킬로그램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리튬과 코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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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배움은 가장 우아한 도피다, 그냥 시작하라
지금 우리의 문제를 ‘아는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알고 있음에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우리의 사고방식에서 찾는다. 배우는 행위가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불안을 잠시 미루는 은신처가 될 때 우리는 가장 성실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물속으로 뛰어든 사람만이 수영을 배운다‘무언가를 안다’는 느낌은 짜릿하다 하지만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유용할까?‘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작은 진전과 끊임없는 개선 그리고 과정에서 배우려는 태도를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이끈다.지금 이루고 싶은 목표를 분명히 한 뒤, 그다음 행동을 가능하게 할 만큼만 배우고 곧바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배움과 실행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앞에서 보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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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때문에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볼온한 책이다. 책에 적힌 가격은 16,666원이다. 알라딘은 16,666원, 교보문고는 16,670원으로 표기한다. 파는 이에 대한 배려는 없다. 만들고, 편집하고, 찍어 낸 쪽의 마음만 남아 있다. 팔리면 팔리고, 아니면 말고. 그런 태도처럼 보인다.고양시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을 뺴고 18개 중에서 4곳에서 보유하고 있다. 22.2%다. 그래서 지금, 이 책을 읽고 이 글을 남긴다.전국에 1,000개 도서관이 있다면, 최소한 그 정도는 팔렸을 것이다. 또 그 만큼은 팔렸을테니, 초판을 다 팔았을까? 인터뷰집이 아니다. 통상 인터뷰란 인터뷰이에 주목한다. 걸어온 궤적, 획득한 자본, 구축한 세계 ……. 발화 속에서, 자료 속에서, 이러한 자국을 탐색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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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사주는 읽고쓰기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왜 우리는 읽어야 하고, 또 잘 읽어야 할까?
‘어른을 위한 문해력 수업’이라는 부제를 온전히 만족한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아쉽다. 그럼에도 우리가 문해력의 위기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우리는 읽는다고 믿지만 정작 무엇을 읽었는지 모른다. 뜻을 헤아리지 못한 채 글자만 따라가고, 행간을 보지 못하거나 보려 하지 않는다. 이해 없이 소비하고, 성찰 없이 공유한다.어쩌면 지금은 문해력의 부족이 아니라 문해력의 부재가 드러난 시대인지도 모른다. 읽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읽는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진 시대. 그래서 더욱 ‘어른을 위한’ 문해력이 필요하다.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해독하는 능력이 아니다. 자신이 어떻게 읽고 쓰는지 돌아보고 그 방식을 점검하는 힘이다. 다양한 텍스트를 통과하며 자신의 생각과 삶의 태도를 기꺼이 수정하고 다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