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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세상의 어떤 책보다 이 한권의 책을 권합니다 : 좁쌀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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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만났습니다.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려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을 할 수도 없습니다. 장일순 선생의 이야기를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선생의 생각을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이라도 간직하고 산다면 앞으로의 제 삶은 결코 후회없는 삶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의 이름을 알게된 것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아마도 지하의 글에서 선생을 처음 들었을 것입니다. 그저 최해월을 말하고 그런 사람인줄 알고 넘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후회되는 일입니다.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생전 선생의 말씀을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제 인생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해봅니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을 실지로 늘 뵙고 가르침을 많이 얻었던 많은, 제한된 사람들의 범위를 벗어나서, 이제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은 우리 시대의 큰 스승으로 우리 마음속에 살아 계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백년 전 지금보다 훨씬 더 혹독하고 앞이 보이지 않던 시대에 이 땅의 들뿌리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고, 사람 사는 근본 도리를 가르쳤던 해월 최시형 선생님이 지금 단순히 동학이나 천도교인들의 스승이 아니라 이 겨레, 이 나라 사람들 전체의 스승이듯이, 무위당 선생님의 자리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김종철이 말하는 무위당)



선생은 치악산을 모월산母月山이라 부르셨습니다. 모월의 의미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단한 것입니다. 모든 이치를 담고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은 '어머니처럼 사람을 대해야 함'을 늘 강조해 오셨습니다. 가부장적 사고를 버리고 어머니 품 같은 자세로 살자는 것이지요. 임금도 안고, 남편도 안고, 자식도 안고. 그 안에 세상이 다 안기는 것이지요. 어머니는 참 대단한 분 아닌가요. 선생이 말하는 모母이지요. 월月, 곧 달은 칠흑같은 어두운 세상에서 길 안내를 하는 존재이지요. 술에 취한 놈이든 도둑놈이든 가람이 없지요. 남녀노소 가람이 없지요. 이 두가지를 합쳐서 모월인 것입니다. 이 모월에 들어오면 나갈 수가 없어요 편안하니까. 신나니까. 그런 원주를 만들자는 뜻이라 합니다. 저는 그런 원주가 아니라 그런 세상을 선생이 꿈꾸셨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선생의 어머니에 대한 말씀은 지도자에 관한 말씀에도 나옵니다. '지도자란 무엇인가?'라는 강연에서 선생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분이 누굽니까?"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어머니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선생은 "어머니라고 하셨는데, 왜 그분이 고맙습니까? 밥을 해주시기 때문이지요. 똥오줌을 닦아주시기 때문이지요. 청소를 해주시기 때문이지요. 어머니라 뻐기기 때문에 고마운게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여러분은 각 단체의 대표입니다. 장丈입니다. 그러나 거기 앉아 대접받으라고 장이 아니예요. 거기서 어머니 노릇을 하라고 장입니다. 아셨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표 혹은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은 어머니가 되는 거다. 밥 주고, 옷 주고, 청소해 주고 해야 해. 위에서 시키고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이야. 밑에 있는 사람보다 더 아래에서 일을 해야 해." 라고 강릉 한살림 이사장이 되어 인사하러 온 목영주에게 들려준 말이다. 이 시대의 장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며 나에게도 가슴을 파고는 말입니다.


선생이 <도덕경>을 빌어 지도자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휼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그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그 다음 지도자는 사람들이 친근하게 여기며 받들고, 그 다음 지도자는 무서워하고, 그 다음 지도자는 경멸한다." 선생은 편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컨대 존경하면서도 조금도 마음에 부담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지도자를 찾기 어려운 지금 선생의 그릇을 다시 한번 보게됩니다.

제가 늘 갖고자하는 생각에 역지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직원에게도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했고 고객에게도 입장을 바꾼다면 구매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한데 선생은 이것을 간단히 말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똥물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바깥에서 선 채 욕을 허거나 비난의 말을 하기 쉽습니다. 대개 다 그렇게 하며 살고 있어요. 그러나 그럴 때 우리는 같이 똥물에 들어거야 합니다. 들어가서 여기는 냄새가 나니 나가서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면 친구도 알아듣습니다. 바깥에 서서 입으로만 나오라고 하면 안 나옵니다."

이렇게 선생의 가르침은 귀에 잘 들어 옵니다.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아마 예수가 살아서 이야기를 했다면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선생의 생각이나 사상을 이 책 한 권으로 이해한다는 그 자체가 무리입니다. 하지만 몇 마디의 말에도 깨달음을 얻듯이 짧은 글에도 깨우침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50%할인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바로 구매하시길 권합니다. 혹 구매가 어려우시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가 보내드리겠습니다.


좁쌀 한 알
최성현 지음/도솔


덧붙임_
도솔출판사, 2009년 1월 초판 9쇄

덧붙임_둘
얼마전 읽었던 조우석의 <책의 제국 책의 언어>를 읽고 이 책을 사게되었다. 서평집을 읽는 이유 중에 하나가 모르는 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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