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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오병이어의 기적 : 예수가 거기 모인 사람들 주머니를 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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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존재를 믿지않습니다.
더불어 예수의 존재에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데 예수의 존재를 믿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말씀을 듣고 나서 입니다. (물론 책으로 전해들은 이야기 입니다.) 이렇게 마음에 와닿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저 믿어라,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치부하는 많은 (예수와 하나님을 팔아먹고 사는) 성직자들은 뭘 하는 사람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어렴풋이 들어 알고 있는 '오병이어의 기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저는 믿지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믿고 싶습니다. 성경에 보면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이 먹고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뭐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맹목적으로 믿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에 나오는 내용을 보겠습니다. (부언한 내용은 제 생각입니다.)

*

무슨 뜻일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목사에게 물어보았다.
- 믿어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개뿔 뭐 이런 놈이 있나. 넌 믿냐?)
교회에 다니는 사람에게도 사람들에게도 물어보았다.
- 그것이 예수님의 힘이다. (힘이라니 무슨 말인지...)
그러나 어느 것도 내게도 후련하지 않았다. 그들은 예수를 마술사로 만들고 말있었다. 왕초 마술사 정도로. (제 생각도 같습니다. 그걸 믿으리고 하다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그때 생각이 났다. 그래. 그 사람이라면 분명 다를 거야! 장일순! 그에게 물어보았다.
- 별거 아냐. 예수가 거기 모인 사람들 주머니를 턴 거야. (헉. 이렇게 간단하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장일순은 웃으며 뭘 그렇게 답이 뻔한 걸 다 묻느냐는 투로 대답했다. '턴다'는 거친 표현은 그때의 분위기가 워낙 하기애애했던 탓이었다. (턴다는 표현이 적절한 표현입니다. 물론 예수가 주머니를 강제로 턴 것이 아니라 주머니를 열도록 만든 예수의 위대함이 느껴집니다.)
그랬다. 사실은 그 길밖에 달이 길이 없었다. 그 쉬운 답을 왜 나를 비롯하여 나머지 사람들은 몰랐던 것일까?

떡 두 덩이와 물고기 다섯 마리로 오천을 먹이고도 남는 마술보다 더 큰 기적을 사람들이 주머니 속에 감추려고 하는 것을 내놓게 하는 게 아닌가! 제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남과 나누는 게 아닌가! 그게 안 돼 이 세상은 아수라 판이 아닌가!

*

저는 동학과 최해월을 말하는 선생이 천주교 신자인 것을 의아해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의 언행을 전해듣고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겼습니다. 그러한 선생의 또 다른 일화를 보면 얼치기 성직자와는 다른 선생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지학순 주교님도 마찬가지이구요.

*

한번은 합기도장을 운영하는 김진홍이 지학순, 장일순과 함께 치악산으로 바람을 쐬려 갔던 어느 날이었다. 가는 길에 상원사란 절이 있어 거기에 들렀는데, 대웅전 안의 불상을 향해 장일순과 지학순이 합장을 하고 공손히 절을 했다. 지학순은 천주교 원주교구의 주교고, 장일순은 평신도다. 이상하게 여기고 물었다.
- 천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어째서 불상을 보고 절을 해요?
장일순이 껄껄 웃었다.
- 이 사람아. 성인이 저기 앉아 계시는데 어찌 우리 같은 소인이 허리를 굽혀 절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진홍은 이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자기가 믿는 것만이 최고라고 여기고 다른 사람의 신앙을 인정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지학순과 장일순이 오히려 성인처럼 보였다.

김진홍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 세상 목사나 신부들은 모두 자신들이 믿는 신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쟎아. 성경에 그렇게 나와 있다며. 그렇다면 세상에 성경책 하나뿐인가. 그렇지 않쟎아? 그거 잘못됐거든. 여러 목사님들과 대화를 해봤지만 다 그래. 신부님들도 그렇고. 그런데 진짜 된 분들은 그게 아니더라고. 가르침은 똑같다 이거야. 참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었어."

*

다른 이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선생이 꿈꾸던 것이 아닐런지요. 나와 다름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서로가 가질때 그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여러분도.



좁쌀 한 알
최성현 지음/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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