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독자가 득실거리는 것은 99 퍼센트가 출판사 탓이다

2012.05.24 07:30 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리더스북 대표 이홍이 <기획회의>에 연재한 것을 묶어 출간한 책이다. 출판동네(?)를 잘 모르는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나는 다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책을 읽었다. 불순한 의도는 지피지기知彼知己이다. 그들의 생각을 안다면 나를 좀 더 돌아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인데, 결국 책이라는 상품이 독자라는 소비자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_ 이홍

기획자이거나 출판에 관련된 이라면 좀 더 피부에 다가올 내용이다. 나같이 겉으로만 도는 '불량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생각과 왜 늘 출판시장은 단군이래 늘 불황이라고 말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불황은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한다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불황은 피할 수 없는 결과임이 틀림없다.

나 같은 '불량 독자'를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그들의 창의적인 행태에 기인했다고 생각하니 조금 위로가 된다. 나의 불손한 생각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출판사의 탓이라 말한다.

불량 독자가 득실거리는 것은 99 퍼센트가 출판사 탓이다. 판촉이란 이름으로 행해지지만, 사실은 판촉이 아니라 굴욕적인 구걸행위에 가깝다. 만원의 정가에 오천 원 쿠폰을 붙여 많이 팔렸다. 마이너스 출고가 분명함에도 이런 행위를 저지른 출판사는 두고두고 '양아치 출판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고, 쿠폰을 주워 책을 '얻은' 독자는 알게 모르는 불량 독자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저렴하게 책을 공급하는 게 독자 요구에 부응하는 마케팅이라면 차라리 책값을 오천 원으로 하는 게 옳다.

출판 환경의 건전화를 위해 완전 도서정가제도의 도입을 말하기도 한다. 작은 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행위 탓인 시장의 왜곡을 꼭 정가제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근원적인 문제를 말하기 전에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으려는 자구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출판기획'에 관한 책이다.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답을 알았다면 저자는 결코 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출판기획'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기획출판'에 관한 부분이다. 기획출판이 나쁘다거나 근절해야 할 파렴치한 기획이 아니다. 다만 기획출판과 생존이 접목됐을 때 변이가 시작되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돌연변이가 생길 여지가 많다. 다행히 이번 세대에서는 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재한 변이는 언젠가 표출되게 마련이다. 돌연변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종이 살아남는 것은 다윈이 우리에게 알려준 진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괴물로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초판을 읽었다. 이번에 개정판(2012년)을 다시 읽었다. 기억력에 한계는 있지만, 내용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근래에 나온 책을 언급해 수정 보완했다. 흥미롭게 읽은 기획출판에 대한 몇 가지를 적으며 그들의 생각을 수박 겉핥기로 알아본 계기가 됨을 위안 삼는다.

책을 읽는 것은 사람이다. 책을 쓰는 것도 사람이고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기획출판이 올바른 길을 가려면 사람에게 필요한 가치와 진실이 무엇인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티켓 파워를 가진 이미지'를 만드는 게 기획이 아니다.

(기획출판으로 성공하더라도) 이미지의 승리이지만 그래서 결국 남는 건 이미지뿐이다. 오늘날 기획출판이 내심 바라는 성과도 바로 이것이다. 책은 문화가 되어야 하지만, 그 문화가 감당해야 할 할 공적 책임에 대해 책을 만드는 사람이 고민하지 않는 것, 그래서 혹자는 기획부동산보다 더 악랄한 게 기획출판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기획출판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고뭉치가 된 것은 이처럼 이미지의 마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독자 니즈라는 이름으로, 또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설명으로 합리화하면서 정작 책을 구성하는 주인들을 주변적인 도구로 전락시킨 것은 독자들이 아니라 출판사와 편집자들이다. 기획이란 이름으로...

현재의 '기획출판'은 그 탁월한 성과만큼이나 많은 원죄를 생산하고 있다. 이것을 비유하자면 '손잡이에도 날이 서려 있는 칼'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언제든지 칼을 쥔 자에게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덧_
이 책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리뷰이다. http://meryvery.blog.me/110089602578



만만한 출판기획 
이홍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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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학시절 '출판기획'이라는 전공 수업이 있기도 했는데...
    사실 그 때 어떤 걸 배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다만 포스팅을 읽다보니 그때도 책속 출판기획회의 내용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1990년대가 시작되면서 대학가에도 사회과학 서적의 인기가 시들해질 즈음이었으니까요.
    한방블르스님처럼 저도 작은 위안을 받고 갑니다요...ㅎㅎ..
    • 늘상 하는 이야기가 '단군이래 최대 불황'이라 말하는 데 이력이 났지요. '출판권력'이 좌지우지하고 문학상이 수백개라고 하니 자구 노력은 보이지 않고 오직 안팔리는 이유는 안 읽고 안 사기 때문이라 말하는 것에 실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나마 좋은 출판사도 있지만 그들의 것은 안팔리니 또 문제겠지요. 한데 볼만한 책은 절판이니 참 아이러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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