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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연습/우리말 바로쓰기

'고수부지'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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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부지(高水-敷地, -しきち)

국적불명의 조어이다. 직역하면 높은 물(큰물 즉 홍수)의 고수와 빈 땅을 가리키는 일본말 부지를 합하여 나온 말이다. 고수부지가 맞지않으니 둔치로 바꾸자고 하여 둔치와 구수부지가 혼재되어 사용되었다. 한데 둔치는 명확한 의미에서 고수부지의 대체어가 될 수 없다. 가리키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둔치가 맞지 않다고 하는데 지금도 둔치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뭐라 불러야 할까? 국립국어원은 무성의하게도 '강턱', '둔치' 나 '둔치마당'으로 순화하라는 말뿐이다. 당시 일본 건설성토목연구소 연휴연구원이었던 이삼희씨가 둔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 한 것이 1997년이다.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떤 말을 써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고수부지가 사용된 것을 이희성씨는 80년대 초반 한강공사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1964년 신문기사에도 고수부지라는 말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 이후 언제부터 이 말이 쓰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한강개발이후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그 명칭이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현재는 한강시민공원이라는 말로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으나 이것으로 마무리가 된 것이 아니다. 한강, 즉 서울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방의 그것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지금은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이 "둔치가 아니고 강터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삼희씨의 논문을 읽고 발표하신 글이다. 잘못 알았으니 빨리 바꾸면 된다. 문제는 바꾸지도 않고 아무런 대응도 없는 것이 문제이다. 나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내 맘대로 부르면 되나? 그렇다면 짜장면은 왜 자장면이냐?

마지막으로 이오덕 선생이 "그런 말 하나 가지지 못해 쩔쩔매는"는 우리의 꼴을 개탄하셨다. 앞으로 30년 후에는 무엇때문에 말이나 글을 쓰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

일본말에는 ‘미즈기와’ ‘나기사’ ‘이소’와 같은 말이 많은데, 우리는 ‘둔치'란 말뿐이고, 이것도 모두가 귀에 설은 말이 되었다. 또 일본말 흉내낸 ‘고수부지’를 쓰면서 그것조차 ‘둔치'와 뒤섞어 놓고 있으니 왜 이렇게 되었는가? 왜 우리가 훌륭한 말과 글자를 가지 고 있으면서 강가나 바닷가의 자리 이름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그런 말 하나 가지지 못해 쩔쩔매는가? 그 까닭은 우리 조상들이 너무 오랫동안 한문을 숭배하여 한자말만 쓰면서 우리 말을 천대했기 때문 이다. 우리 것을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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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부지(敷地)

본뜻:일본어에서 온 말인 줄 모르고 쓰는 말 중에는 '부지'와 같은 말이 꽤 많다. 얼핏 보기엔 한자말처럼 보이는 이 말은 빈 땅을 가리키는 일본한자 '敷地'를 차용하여 쓰고 있는 말이다. 순서를 뜻하는 '手順'등이 이런 종류에 속한다.

바뀐 뜻:건물을 세우거나 시설을 들여놓기 위한 땅, 빈 터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 '터'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예 1] -장애자 복지시설 건물 부지를 매입하는데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복지시설 건물 터를 매입하는데)
[예 2] -공원 부지로 마련된 땅에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건 말도 안돼요.(공원 터로 마련된 땅에)

- 박숙희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50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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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네이버 국어사전(국립국어원)에는 순화의 이유를 알 수 없다. 일본어 조어라는 표기를 하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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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어사전
큰물이 날 때만 물에 잠기는 하천 언저리의 터. ‘강턱’, ‘둔치’, ‘둔치 마당’으로 순화.

한강 고수부지에 체육공원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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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부지(高水-敷地, -しきち) → 둔치(마당), 강턱 (우리말 속 왜색용어)

198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한강변 ‘고수부지’는 그 동안 서울 시민의 휴식처로, 정돈된 한강의 면모를 과시하는 데 한 몫을 해왔다. 강변에 버려진 땅들이 새 단장 되었을때 신문과 방송에서 그 곳을 ‘고수부지’라 불렀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의 정확한 뜻도 모른 채 따라 쓴 것이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쓰는 통용어가 되어 버렸다.

요즘은 언론에서 ‘둔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수부지란 말을 즐겨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한번 쓰기 시작한 말은 좀처럼 고치기 힘들다는 걸 생각 할 때 처음 쓰는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물이 차올랐을때(高水位)만 물에 잠기는 땅을 고수부지라고 하는데, 고수(高水)는 고수공사(高水工事), 고수로(高水路) 같은 토목용어에서 나온 말이고, 부지(敷地)는 비어있는 터를 가리키는 일본어다. 이렇듯 고수부지는 일본식 한자의 조합이므로 마땅히 ‘강이나 호수의 가장자리에 있는 언덕을’ 가리키는 우리말 ‘둔치’로 바꿔 써야 할 것이다.

- 여보, 지금 방송에서 ‘한강변 둔치에서는 연날리기가 한창입니다.’ 라 그러는데 둔치가 뭐예요?
- 그래? 한강변 고수부지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 둔치야. 지금까지 쓰던 고수부지는 일본식 한자말이거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렇게 말한다니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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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링크만 하여야 하나 원 출처를 알기 어렵고 그 내용의 의미를 같이 읽고자 하는 생각으로 원문을 복사하였다.
찬찬히 읽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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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치는 고수부지가 아니다 요약본

필자(일본 건설성 토목연구소 객원연구원 李參熙)는「국토 1998.9 열린마당」, ‘둔치는 고수부지가 아니다’를 통해 근래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는 둔치와 고수부지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 어원 자체가 불분명한 고수부지를 대신할 용어를 제안하고 있다. 먼저 고수부지(高水敷地)는 한자로 된 용어인 반면, 둔치는 한글로 되어 있어 우리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둔치와 고수부지의 의미가 아주 다름을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한다. 둔치라는 말뜻에 대해 우리말 큰 사전에서는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한글학회著, 어문각)’, 국어대사전(이희승편저, 미중서림)에서는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물가의 언덕’이라고 명확하게 해석하고 있음을 밝힌다. 특히 국어대사전에서는 둔치를 물가의 가장자리 외에 ‘물가의 언덕’이라고도 보충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하천 바닥형태에 대한 매우 예리한 관찰의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이는 하천이 폭넓게 펼쳐지는 이른바 복단면하도형태(고수부지의 형태가 나타나는 하천구간)가 형성되는 중하류구간에서 홍수시 저수로의 하상재료 일부가 떠올라, 저수로보다 비교적 높고 저수로변에 가까운 고수부지에 가라앉아 주위보다 약간 볼록하게 퇴적하는 하천횡단방향의 토사분급현상마저 지적했기 때문이란다. 결국, 둔치라는 뜻은 하천수로변이나 호숫가에서 물결의 영향을 직접 받아 형성되는 물가뿐만 아니라 바닷물이 육지에 닿는 바닷가라는 뜻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둔치는 흐름이 큰 홍수 때가 아닌 보통 때 하천 수면이 육지역에 닿는 곳 즉 물가라 볼 수 있으며 육지역과 수역이 직접 맞닿는 부분이므로 하천공학, 생태학, 지형학, 수환경공학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라 주장한다.

우리가 고수부지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서 사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필자는 고수부지라는 용어는 그 동안 막연히 일본어일 것으로 추측되어 왔으나 사실 일본에서조차 정확히 그런 용어는 없으며 이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80년대 초반부터 추진한 한강종합개발 당시 일본에서 하도계획시 사용하던 高水敷(코우스이지키)를 잘못 번역하여 사용함에 따라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한다. 일본에서는 제방 내의 홍수 범람지라는 공간적 의미인 ‘高水敷’의 ‘敷’를 우리 나라에서 ‘敷地(토지활용면을 중시하여 부지로 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임)’로 잘못 인식한 결과 고수부지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 같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고수부지를 홍수터라고 새롭게 정의 내릴 수 있겠고 특히 자연발생적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성한 고수부지만을 일컫는 경우는 홍수관리터라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홍수터 혹은 홍수관리터는 제방 밖으로 홍수가 넘쳐 침수하는 구역인 범람원과 구분하여 하도 내의 범람지에만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겠고, 만약 순수한 우리 고유의 말이 더 바람직하다면, 우리가 어렸을 때에 즐겨 썼던 물터(하천형태를 더 세밀히 구분하여 고수부지는 큰물터, 중수부지는 보통물터로 구분하는 것도 가능)나 강터 등으로 부르는 것을 제안한다.

  필자는 고수부지를 홍수터 혹은 홍수관리터나 물터 또는 강터로 부는 것을 둔치라는 용어보다 하천공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에도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의 하천관련 전문용어들이 급속히 외래어화 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전문가나 국어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친근감 있는 우리말뜻을 찾아 쓴다면, 하천은 시민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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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치는 고수부지(高水敷地)가 아니다 (매일신문 독자투고)
- 이삼희 (일본 건설성토목연구소 연휴연구원/쯔꾸바대학연휴대학원)
     
한강변을 따라 조성된 한강시민공원은 시민들의 휴식과 만남의 장소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 국내의 신문이나 방송을 접속하다 보면,  한강 둔치에서 돗자리 깔고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 ,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대규모 군중 집회가 열리고......  라는 신문기사나 방송보도를 근래에 자주 접하게 된다. "아니! 둔치에서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하천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필자가 이해하기에는 참으로 거북스럽게 느껴지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문맥의 앞뒤를 살펴보면, 한강시민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고수부지를 둔치라고 일컫는구나 하는 것을 곧 알아차릴 수가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최근 혼돈해 사용하고 있는 둔치와 고수부지가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상세히 살펴보고, 어원자체가 불분명한 고수부지를 대신할 용어를 찾아 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글은 필자가 한국수자원학회지 1997년 10월호에 기고한 내용의 일부를 보완한 것임을 밝혀둔다.

둔치는 물의 가장자리

고수부지(高水敷地)는 한자로 된 용어인 반면, 둔치는 한글로 되어 있어 우리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천공학적 지식을 갖고 있지 않는 매스컴이나 일반시민들에게는 고수부지라는 용어가 전문용어라 말뜻 자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거니와 일본말로 비쳐졌을 것도 같다. 그래서, 한국적인 순수한 말뜻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고수부지의 뜻으로 둔치로 바꾸어 대충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전문용어의 정의에 충실해야 할 하천 또는 수자원 분야의 일부 전문가들마저 어찌된 일인지 간혹 고수부지와 둔치를 혼돈하고 있는 듯하여 놀랍다.

결론부터 말하면, 둔치와 고수부지는 그 의미가 아주 다르다. 둔치라는 말뜻에 대해 우리말 큰 사전(한글학회著, 어문각)에서는‘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국어대사전(이희승편저, 민중서림)에서는‘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물가의 언덕’이라고 아주 명확하게 해석하고 있다. 특히, 국어대사전에서는 둔치를 물가의 가장자리외에  물가의 언덕’이라고도 보충 설명한데 대해서는 하천 바닥형태에 대한 정말 예리한 관찰에 의한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즉 하천이 폭넓게 펼쳐지는 이른바 복단면하도형태(註:고수부지의 형태가 나타나는 하천구간)가 형성되는 중하류구간에서 홍수시 저수로의 하상재료 일부가 떠올라, 저수로보다 비교적 높고 저수로변에 가까운 고수부지에 가라앉아 주위보다 약간 볼록하게 퇴적하는 하천횡단방향의 土砂分級현상(註:하천횡단방향으로 흐름의 형태가 다름에 따라 하상재료가 크기별로 나뉘어져 쌓이는 현상)마저 지적했으니 말이다. 결국, 둔치라는 뜻은 하천수로변이나 호숫가에서 물결의 영향을 직접 받아 형성되는 물가뿐만 아니라 바닷물이 육지에 닿는 바닷가라는 뜻도 있다.

여기서, 둔치라는 의미를 굳이 하천에서만 국한시켜 보면, 하천수면이 육지역에 닿는 곳 즉 물가라 볼 수 있다. 물이 찰랑거리는 그야말로 물의 가장자리가 된다. 그러나, 물의 가장자리는 유량에 따라 그 위치가 바뀌게 마련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물의 가장자리라고 하면 하천 평상시 물가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둔치는 흐름이 큰 홍수 때가 아닌 보통일 때 하천수면이 육지역에 닿는 곳 즉 물가라 볼 수 있다. 평상시 혹은 보통일 때의 하천수면이라 하면 정확히 어디까지인가를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하천공학적 관점에서 볼 때 저수로에  흐름이 가득 찼을 때까지의 수위로 보면 무난할 것 같다(註:하도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평균연최대유량일때의 수위에 근거).  그렇다면, 서울구간에 위치한 한강에서 둔치의 영역은 넓게 보아 저수로호안의 경사면에 해당하는 셈이 된다. 이와 같은 정의하의 둔치(註:이하에서 둔치라는 의미는 앞에서 정의한 평상시 물가의 의미로 사용함)는 육지역과 수역이 직접 맞닿는 부분이므로 하천공학, 생태학, 지형학, 수환경공학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 된다.

고수부지는 잘못된 번역

  그러면,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고수부지라는 단어는 어떻게 해서 사용하게 되었을까? 고수부지라는 용어는 그 동안 막연히 일본어일 것이라고 알려져 왔으나, 사실 일본에서조차 정확히 그런 용어는 없다. 필자가 추측하건대, 이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80년대 초반부터 추진한 한강종합개발 당시 일본에서 하도계획시 사용하던 「高水敷(코우스이지끼)」를 잘못 번역하여 사용함에 따라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高水敷」의 「敷」는 일본어 체계인  음독이 아닌 훈독으로써, 일반적으로 단지계획상 개발의 대상으로 쓰여지는 敷地의 뜻이 아닌 " ...(을) 깔다/펼치다/펼치다" 또는 " ....(가) 퍼지다" 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高水敷」는 저수로에 가득 차서 흐를 때보다 더 큰 물인 高水(註:홍수는 일정규모 이상의 유출이 발생했을 때 양적인 의미를 지니고, 고수는 그 홍수 때의 위치 즉 수위를 내포하고 있음)가 깔려서 번져 나가는 평면적인 넓은 장소라는 뜻으로 그야말로 홍수소통과 연관이 있는 공간을 말한다. 이와 같은 하도형태는 비가 거의 오지 않을 때와 큰 홍수 때의 유량차이 정도를 나타내는 河狀係數와 지형형태에 크게 좌우되는데, 하상계수가 크다고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 하천이나 일본하천과는 달리 구미하천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高水敷」는 새로운 전문용어를 만들어 내는데 솜씨를 발휘하는 일본 하천전문가들이 일본하천특성에 잘 어울리게 만들어낸 용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일본에서는 제방내의 홍수 범람지라는 공간적 의미인 「高水敷」의 敷를 우리나라에서 敷地(註:토지활용면을 중시하여 부지로 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임)로 잘못 인식한 결과 高水敷地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 같다. 여하튼, 잘못된 번역이든 아니든 그 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나라에 어느새 고수부지라는 용어가 정착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구미하천에서는 floodplain(註:우리나라에서 홍수터로 번역하는 예가 많은데 범람원으로 번역함이 타당할 것임)를 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구미하천의 경우 제방의 형태와 위치가 우리나라와는 약간 다른 부분이 있다. 경우에 따라, floodplain은 제방밖으로 홍수가 넘치는 범람역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제방 안쪽 하도내 범람지만을 엄격히 규정하는 고수부지와는 그 의미나 사용범위가 구분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구미하천에서 하도내 high level berm(註:수변에 형성되는 일종의 砂州형태)이 고수부지 용어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 규모에서나 토지이용도 측면에서 high level berm은 완전히 고수부지의 뜻을 포괄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은 용어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은 각 나라마다 유출, 지형, 하도 등 자연특성이 다름에 따라 하천의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연발생적이든 인위적이든간에 이와 같이 형성된 고수부지는 홍수소통, 제방침식보호, 토지활용, 생태계보전 등과 관련이 있어 하천 정비 및 유지관리상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일본의 河川砂防技術基準(註:우리나라의 하천시설기준에 해당함)에서 정의한 종래의「高水敷」도 그 내용이 다소 애매모호하고 획일적으로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하천공학이나 생태학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최근 해당하천의 하도특성과 자연생태계보전을 바라는 지역주민의 여론(註:하천에 관련한 제반사항을 결정할 때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일본의 하천법을 1997년에 대폭 개정함)을 반영하여 「高水敷」의 정의를 수정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자연에 가까운 하천 을 통해 보다 경제적인 하천관리와 하천생태보전이라는 2가지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현장중심의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수부지에 대한 우리말뜻을 찾는다

일본에서도 물가의 뜻으로써 우리나라의 둔치에 부합하는 의미로 「水際(미즈기와)」, 「岸(기시)」, 「渚(나기사)」, 「磯(이소)」 등의 용어들이 실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磯(이소)」는 하천보다 바닷가의 둔치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하천과 호수 둔치는 일반적으로 「水際(미즈기와)」나 「渚(나기사)」라고 많이 사용하며, 하천의 경우는 「河岸」, 호수의 경우는 「湖岸」따위로 구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고수부지라는 용어 자체에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평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고수부지의 뜻으로 陸地域과 水域이 맞닿는 물가의 뜻인 둔치라는 용어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은 더군다나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고수부지라는 용어는 사회적으로 이미 정착되어 버렸고, 하천전문가용의 전문용어집에도 규정되어 있으므로, 계속해서 사용을 하는 것이 또 다른 오해나 혼돈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고수부지를 홍수터라고 새롭게 정의를 내릴 수도 있겠다. 특히 자연발생적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성한 고수부지만을 일컫는 경우는 홍수관리터라 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보여진다. 홍수터 혹은 홍수관리터는 제방밖으로 홍수가 넘쳐 침수하는 구역을 지칭하는 범람원과 구분하여 하도내의 범람지에만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겠다. 만약 순수한 우리 고유의 말이 더 바람직하다면, 우리가 어렸을 때에 즐겨 썼던 물터(註:하천형태를 더 세밀히 구분하여 고수부지는 큰물터, 中水敷地는 보통물터로 구분하는 것도 가능할 것임)나 강터 등으로 부르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고수부지를 홍수터 혹은 홍수관리터나 물터 또는 강터로 부르는 것이 둔치라는 용어보다 하천공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이 이해하기에도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한강과 같이 고수부지를 개발하여 시민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매스컴이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한강시민공원으로 부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둔치는 어디까지나 전술한 바와 같은 둔치 본래의 의미인‘물가의 가장자리’로 자리매김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둔치를 하천공학적 전문용어로 채택함에 있어 공학적 의미의 한계를 정확히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가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다.

하천에서 일어나는 각종 물리적, 지형적 현상을 적절한 용어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구미하천과는 여러모로 다른 우리나라의 하천특성에 알맞는 한국적인 말뜻을 찾거나 정의함에 있어, 하천 및 수자원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어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수부지와 같이 국적불명의 용어가 생기는가 하면 또한 일반인들과 타 분야 전문가들이 고수부지를 둔치로 편의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이 용어상의 곡해나 오류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곡해나 오류는 나중에 이를 제대로 바로잡기 위해서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의 대가를 치러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특히 하천은 다른 건설분야와는 달리 많은 분야와 연관을 맺고 있을 뿐만아니라, 시민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급속히 외래어화 되어 가는 우리의 하천관련 전문용어들을 관련 전문가나 국어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친근감 있는 우리 말뜻을 찾아 두면, 하천은 시민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끝)

- 국토개발연구원, 국토정보, 1998년 9월호에 본고의 전문을 게재
- 한국수자원학회지의 1997년 10월호에 본고에 대한 초안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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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올린 '둔치는 고수부지(高水敷地)가 아니다'에 대한 MBC의 강재형 아나운서의 생각과 그에 대한 이삼희님(윗글을 올리신분)의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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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올리신 글(내용 링크한 거긴 하지만..) 잘 보았습니다.
고수부지는 둔치가 아니다..는 내용의 글은 이미 읽은 바 있는 터였고(같은 분이 쓰신 똑같은 내용이 제게 배달된 적 있습니다)그래서 새삼스러울 게 없는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고수부지는 둔치가 아니라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내용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수부지->둔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의가 있습니다.

둔치로 하자..는 결정은 우리나라 어문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내린 겁니다. 따라서 당연히 '그냥'따라야 할 사항이라는 거지요. 사실 전 개인적으로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 표준어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장면'만 표준어로 삼기로 했으니 따라야 하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제가 제 뜻을 제대로 말씀드렸는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고수부지는 둔치가 아니다'는 글의 내용은 유익했습니다. 표준어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기관(인사)들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기도 했고요...

건설적인 이의제기는 바람직한겁니다!!

그럼, 이만..

형..올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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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의 뉴스시간에 둔치라고 표현하시는 몇분의 아나운서님과 일부신문에서 둔치라는 용어로 기사화하는 기자님 몇분들께 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혹시 본의아니게 불편하게 해 드렸다면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아나운서님께서 지적하신 국어심의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데에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당시 국어심의회의 심의과정에 대한 후속담을 어느 국어학자님으로부터 직접 전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둔치에 대해 나름대로 자료를 수집하고 토론을 거쳤다고들 했지만, 저가 올린 글과 같은 자료가 그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표해 왔습니다. 당시 심의회에 참석하신 국어학자님 가운데에서도 둔치를 고수부지로 결정하는데 반대하신 분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국어심의회때 재심의할 용의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국어심의회에서 전문학술용어를 다룰 때는 해당분야의 전문가들도 참가해야만이 올바른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우리말뜻 하나라도 재대로 되찾는데 심혈을 기울여야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한글학회의 최근에서도 저의 글에 대해 의미가 있다고 하여 한글학회지에 게재해주었으므로, 더이상 저는 둔치의 의미를 잘못 쓰시는 분들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외로 이렇게 정보제공하는 일 자체가 힘들었고 많은 시간이 들었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둔치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을 더이상 하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옛문헌인 이문구 "오자룡"의 글을 다시 한번 음미하면서 둔치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저가 한글학회지에 실었던 글 가운데 발췌했습니다.

... 전략

「어차피 한둔할 수밖에 없을 바엔 늪 둔치에 웅크려 이슬 젖어 자다 짐승 만나기보다는, 좀 더 덩치 큰 것에 기대는 게 나으려니 싶었다.(이문구 "오자룡"에서)」

위 용례를 살펴보면, 더욱 더 둔치의 의미를 선명하게 밝혀 주고 있다. '늪 둔치......좀 더 덩치 큰 것에 기대는'에서 보듯이 둔치라는 말은 하천뿐만 아니라 고수부지가 형성되지 않은 늪나 호소에서도 사용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덩치 큰 것에 기대는'라는 말은 약간 경사져 사람이 기댈 수 있는 곳을 뜻하므로 영락없이 물가의 약간 볼록한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늪 둔치라는 말을 늪가로 바꾸어 쓸 수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둔치라는 뜻은 하천수로변에서 물결의 영향을 직접 받아 형성되는 물가뿐만 아니라 호숫가나 바닷물이 육지에 닿는 바닷가라는 뜻도 있다.

후략 ...

문화방송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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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고수부지보다 둔치, 둔치보다 강턱이 좋아

그런데 問題中의 拂下한 白沙場이란것은 漢江의 人道橋附近 右岸高水敷地內 즉 河川區域內에 存在하는 一部分이니 이것은 高水時에 冠水하는部分이며 當然히 河川區域으로 取扱되지 않으면 안되는것이다.

(중략)

高水敷地內에 私有地를 認定한다는것은 이와같이하여 沿岸住民의 生命을 危殆롭게 할뿐만아니라 一般國民에게 莫大한 被害를 주는 結果가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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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한강 인도교 북단 용산 쪽에 있는 백사장 매각사건이 발생했다.

국유재산이던 한강변 백사장을 관련 당국에서 개인에게 팔아넘기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백사장 매각 행위가 정당한 것으로 나왔다. 이 글은 당시 원태상 서울공대 교수가 한 신문에 전문가 기고 형식으로 그 부당함을 지적한 것이다. 불과 50여 년 전 보도 내용인데,지금 기준으로 보면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문체도 매우 다르며,특히 접속어나 조사 정도만 빼고 한자가 우리말을 지배하고 있었음이 눈에 띈다.

네이버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에서 뽑은 이 대목은 '고수부지'란 말이 이미 1960년대부터 우리 신문에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후론 나오지 않다가 7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다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당시만 해도 '고수부지'가 전문용어로만 쓰였지,일반인에겐 그리 익숙한 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고수부지'란 단어가 활발하게 언론을 타기 시작한 것은 한강종합개발 사업이 본격화한 1982년 이후이다.

86년 끝난 이 사업으로 한강변엔 공원 및 체육시설 등이 들어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덩달아 '고수부지'란 용어의 사용도 급증해졌다.

이 말은 90년대까지 많이 쓰이다 2000년대 들어서 잦아들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우리 일상 언어생활에서 자주 쓰인다.

1980~90년대 활발한 쓰임새를 보이다가 2000년대 들어서 점차 사라져간 '고수부지(高水敷地)'는 어떤 말일까. '고수'와 '부지'의 결합으로 이뤄진 이 말의 출생지는 일본이다.

'고수(高水)'는 직역하면 '높은 물'인데,큰물 즉 홍수를 나타낸다.

'부지(敷地)'의 '부'는 '펼 부'자로,'비어 있는 땅'을 뜻한다.

건축과 관련해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이는 이 말은 그전부터 대표적으로 '일본에서 온 말'로 꼽히는 단어이다.

우리는 이를 '대지(垈地)'나 '터'로 쓴다.

 '부지'가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 낯선 말로 남아 있는 데 비해,고유어인 '터'에는 우리 삶과 문화에 녹아 있어 친근한 말맛이 살아 난다.

고수부지가 비록 일본에서 온 말이지만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게 되자 사전에서도 이 말을 올렸다.

고수부지의 사전적 풀이는 '큰물이 날 때만 물에 잠기는 하천 언저리의 터'이다.

서울시나 언론에서도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이 말을 '한강고수부지' 식으로 썼지만 곧이어 우리말 연구단체나 운동가들 사이에 일본어투라는 지적이 나왔다.

때마침 1986년 한국땅이름학회에서 서울시에 시정을 건의해 한강의 고수부지는 '한강시민공원'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우리말 운동가들은 고수부지의 대체어로 '둔치'를 제시했다. 둔치란 '물가의 언덕' 또는 '강,호수 따위의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덕분에 '둔치'가 그동안 꽤 많이 알려져 제법 쓰이곤 있지만 실은 이 역시 딱 맞는 말은 아니다.

사전에는 고수부지의 순화어로 강턱,둔치,둔치 마당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말 연구단체인 한말글연구회나 한글학회 등에선 일찍부터 '강턱'을 가장 가까운 말로 꼽았다.

'강턱'은 '큰물이 들거나 수위가 높을 때에만 잠기는 강변의 턱진 땅'을 두루 나타내는 말이다.

강턱과 강물이 맞닿는 부분은 강가 또는 강기슭이라 부른다. 강가나 강기슭은 거의 비슷하게 쓰이긴 하는데,강가가 좀 더 일반적인 의미의 단어이다. '강가'는 강의 가장자리에 잇닿아 있는 땅을 가리킨다.

순우리말 '가'는 경계에 가까운 바깥쪽 부근 또는 (일부 명사에 붙어)'주변'의 뜻을 나타낸다.

'강가,냇가,우물가' 같은 게 그런 예이다. '강가'와 '강변'은 같은 말이다.

이에 비해 '강기슭'은 '강물에 잇닿은 가장자리의 땅'을 말한다.

'사공이 강기슭에 배를 댄다/배가 천천히 강기슭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와 같은 쓰임새에서 드러나듯이 이 말은 '강가'와 비슷하면서도 특히 '강 안쪽에서 본' 가장자리를 나타낸다.

이때 '기슭'이란 '비탈진 곳의 아랫부분'을 가리킨다. 그러니 산비탈이 끝나는 아랫부분이면 '산기슭',강물에 잇닿은 가장자리'이면 '강기슭'이라 부른다.

'알프스 산록(山麓)'이라 할 때의 '산록'이 바로 산기슭을 뜻하는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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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치'가 아니고 ‘강터’다
- 이오덕 (우리말연구가)

‘고수부지’란 말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얼마 전부터 ‘둔치'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과거 농촌에서 유행했던 ‘밀서리’ 재현 행사가 19일 오전 10시 서 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의 낮은 둔치에 있는 ‘우리 밀밭’에서 열 린다(동아 99, 6,17)

△서울시 한강관리사업소는 19일 오전 10~12시 국회의사당 뒤쪽 한강 둔치 여의도지구에서 ‘밀서리 재현’ 행사를 벌인다. 행사는 한강둔치에 조성된 우리 밀밭에서…(중앙 99,6,17)

이렇게 쓴 이 ‘둔치'란 말을 사전에서는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라 풀이해 놓았다. 그렇다면 그 물가, 물 가장자리에 어떻게 밀밭 이 있을 수 있는가?

‘고수부지’는 일본말이지만 ‘둔치'도 잘못 쓰고 있다. 일본말 사전에 ‘고수부지’는 없다. 그러나 ‘부지’가 일본말이니 그 앞에 ‘고수’를 붙인 것이 일본말 흉내낸 꼴이 되었다고 할밖에 없다.

‘둔치'는 무엇이 문제인가? 이것이 우리 말이라면 쓸 수밖에 없지만 물고기 이름 같은 느낌이 들고, 모두가 귀에 설어한다. 그러나 그보다 도 이 말이 ‘고수부지’를 대신해서 쓰는 것이 아주 잘못되었다. 이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 놓은 글이 나왔는데 하천공학을 전공한 이삼희 씨가 쓴 “<둔치>는 고수부지가 아니다”(한글학회 <한글 새소식> 99,6)란 글이다.

어려운 말로 좀 길게 써 놓은 그 글에서 여기 필요한 요점을 말하면 ‘고수부지’는 큰물이 져서 강물이 많이 불어났을 때 물에 잠기는 곳 이고, ‘둔치'는 보통 늘 흐르는 강물이 육지인 땅에 와닿는 그 곳을 가리킨다. 그러니 두 곳이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나도 그 글에서 비로 소 이 사실을 깨달았다. 다만 ‘고수부지’는 ‘강터’나 ‘물터’라 했으면 좋겠고, ‘둔치'는 ‘물가'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겠다.

일본말에는 ‘미즈기와’ ‘나기사’ ‘이소’와 같은 말이 많은데, 우리는 ‘둔치'란 말뿐이고, 이것도 모두가 귀에 설은 말이 되었다. 또 일본말 흉내낸 ‘고수부지’를 쓰면서 그것조차 ‘둔치'와 뒤섞어 놓고 있으니 왜 이렇게 되었는가? 왜 우리가 훌륭한 말과 글자를 가지 고 있으면서 강가나 바닷가의 자리 이름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그런 말 하나 가지지 못해 쩔쩔매는가? 그 까닭은 우리 조상들이 너무 오랫동안 한문을 숭배하여 한자말만 쓰면서 우리 말을 천대했기 때문 이다. 우리 것을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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