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읽은 책의 내용을 전부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 만약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책을 읽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책을 잘못 읽은 것인가? 누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한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읽은 책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책을 습득의 도구 이여만 하는지 의문이다. 단지 책일 뿐이다.
독서에 목적을 가지지 않고 책을 읽으면 안 된다. 이 말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글을 읽는 법은 배웠어도, 책을 읽는 법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억보다도 해석을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을 읽느냐, 그리고 어떻게 읽느냐"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많이 읽는 것보다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질 읽기 위해서 꼭 독서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북배틀'이라는 독서법을 전파한다. 그 전파과정의 일부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책의 출간이유이다. 북배틀이라는 것은 유사한 주제에 대한 사실 상반된 내용의 책을 선정하여 두 책의 장단점을 따져 배틀에 붙이는 독서법이다. 참 좋은 방식이다. 하지만 저자가 좋은 독서법이라 말하는 북배틀에 의구심이 든다. 배틀의 대상 될 두 권의 책은 어떻게 선정하는가? 아직 책을 읽어 보지 않았는데 상반된 책을 어떻게 고를 수 있나. 먼저 이 점이 의심스럽다. 북배틀 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해주는 곳에 매번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 독자적으로는 할 수 없는 방법이라면 문제가 있다.
책에서는 북배틀의 장점만을 언급하고 있다. 그 선정에 관한 내용은 없다. 그저 독서의 핵심은 생각하는 독서라 말한다. 그리고 책의 미덕은 사고의 힘을 높이는 데 있다. 그리고 생각의 힘을 기르는 데 유용한 수단의 하나가 북배틀이라고 소개한다. 북배틀 흥미롭고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나 학원에다니거나 북코칭이 없다면 힘들어 보인다.
나는 상반되거나 대조적인 두 부류의 책의 북배틀보다는 한 권의 책에 대한 북배틀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같이한다면 찬반 양쪽으로 나눠 그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만약 혼자라면 처음 내가 생각한 내용과 상반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해석이라는 방법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한가지 사물을 보여주는 것으로만 보지 말아라. 누군가는 그 사물이 그렇게 꼭 보이기만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이에 있는 행간을 읽어라. 그 행간을 노닐어 그들이 보이고자 하는 내용을 파악하고 그 이면에 보이지 않기를 원하는 것이 있는지, 그것이 무엇인지, 왜 그런지를 바라보라. 세상이 좀 재미있지 않겠는가.
덧_
저자가 제시한 북배틀의 판정기준이다. 꼭 북배틀이 아니라 책을 읽고 아래 다섯 가지로 책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면 또 다른 시각에서 책을 바라볼 수 있다.
북배틀의 판정기준
1. 주장(가설)의 참신성 : 수많은 다른 책이 주장하는 바와 똑같은 주장이라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 주제가 신선한가.
2. 주장(가설)의 효용성 : 주장이 아무리 참신하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이 단순히 흥미를 끄는데 그치고 만다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 기승전결이 있나. 제목이나 주제만 거창하면 안 된다.
3. 증거나 사례의 적정성 : 자신의 주장을 적절한 사례나 증거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 사례나 증거를 제시하며 주장을 하는가.
4. 증거나 사례의 타당성 : 사례나 증거를 대었더라도 통계치 등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든지, 아전인수격의 해석이 보인다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 논리적 증명이 되는가. 무리한 결론을 도출하는가.
5. 가독성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더라도 구성이 엉망이고, 몰입도가 떨어지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 읽기 편한 책인가. 중구난방으로 전개되는가.
북 배틀 김명철 지음/왓북 |
덧붙임_
왓북, 2009년 10월 초판 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