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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이들과 공감하기에는 난 너무 많이 떨어져 있다 : 클릭 미 (고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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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을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2000년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이다.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다. 고예나가 2008년에 작가상을 받았으니 한 세대 이후의 작가의 책을 읽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갔음을 새삼 느끼게 한 책이다.

고예나는 84년생이다. 20대 후반의 젊은 작가의 책을 내가 이해하기가 힘들정도가 되었다니 서글프다. 섹스를 이야기해도 서글프다. 아마도 최인호나 박범신의 신간을 읽어야 공감이 가려나. 그래도 김영하의 책은 공감이 많이 가고 신선함을 느꼈다. 고예나의 이 책은 공감대가 전혀없다.

주인공과 몇 명의 여자 친구들의 일상을 말한다. 일상이라는 것이 찌든 삶과 섹스다. 섹스를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않다. 당연하다. 예전에도 섹스는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채팅과 인스턴트 섹스가 난무한다. 주인공은 대학등록금 대출금을 갚기 위하여 늘 힘들다. 88만원 세대를 말하고 싶었나보다. 아마도 지금 세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이슈이니 살짝 발을 담궈야 시대와 공감하는 글이 되겠지. 주인공은 키스방에서 알바를 한다. 과거의 소재는 룸싸롱이었다. 지금은 다양하게 돈을 벌 방법이 많아 그중에서 키스방을 선택했을 것이다. 키스방은 단지 주인공이 돈을 쉽게 벌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다. 그것이 키스방이 아니어도 아무런 진행상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젊은 여자 작가의 여자들의 이야기. 왠지 예전 여자 중학생들이 보던 하이틴 로멘스 소설류의 떠오른다. 그들만의 리그로 그들만이 공감하고 동경하는 로멘틱 소설들.

이들과 공감하기에는 난 너무 많이 떨어져 있다. 폄하하거나 비하하고 싶지 않다. 늘 그들만의 삶은 기성세대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 젊음의 특권이니까. 단지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서글플 뿐이다. 그래도 너무 가벼워 책이 날아 갈 것같아 책을 꼭 쥐고 읽은 점 아쉽다.







덧_
뒷면 표지에 있는 작가들의 추천사를 나중에 보았다.

김별아는 추천사에서 "이것이 바로 희망없는 시대를 관통하는 새롭고도 슬픈 소설"이라 말한다. 희망이 없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희망이 없어 섹스를 채팅으로 섹스 파트너를 찾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익명으로 섹스 파트너를 원하는 것 뿐이다. 여자가 먼저 섹스를 하자고 하면 안되는 시대는 아니지않는가.

박상원의 추천글이 더 진솔하다. "도발적이면서도 매우 매혹적인 지침서, 비빌일기처럼 감춰 둔 젊은이들의 성을 진실하게 전달하기에 도발적이다."

소설 한편에 커다란 의미를 두지말자. 두 시간짜리 영화 한 편이나 소설 한 권의 값은 비슷하다. 읽는데 걸리는 시간도 영화와 비슷하다. 왜 어느 한 쪽에만 지나치게 커다란 의미를 바라는가. 나 자신부터. 하지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가라는 것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 오늘의 작가상... 이제는 워낙 이름도 알 수 없는 상들이 많아서 권위가 없나?



클릭 미
고예나 지음/은행나무

덧붙임_
은행나무, 2011년 8월 초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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